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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가야 할 길 _ 창50:15~26

작성자김영준|작성시간13.04.28|조회수151 목록 댓글 6

여한이 없습니다. 이집트의 총리로서 권력을 맛보았습니다. 형제들과 그 식솔들을 다 먹여 살릴만큼 재력도 있습니다(창50:21). 총리가 되어 형들을 만났을 때 요셉은 소년 시절에 꾸었던 꿈을 이미 이루었고, 여전히 그 꿈은 현실입니다(창37:7;42:6;50:17). 다시는 못 뵐줄 알았던 아버지를 만났고, 아버지를 봉양하다가 직접 장례를 치렀습니다(창50:14).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요셉은 누구보다 큰 성공을 거두었고, 또렷한 자취를 남겼습니다. 요셉에게 여한이 있을리 없습니다.

 

그런데 노인 요셉이 꿈을 말합니다. “요셉이 그의 형제들에게 이르되 나는 죽을 것이나 하나님이 당신들을 돌보시고 당신들을 이 땅에서 인도하여 내사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에게 맹세하신 땅에 이르게 하시리라(창50:24)” 꿈을 말하던 청년 요셉은 죽기 직전까지 꿈을 말하고 있습니다. 요셉은 그 마지막 꿈이 이루어질 줄 믿고 꿈을 유언으로 남기며 자손들에게 공증을 요청합니다. “당신들은 여기서 내 해골을 메고 올라가겠다 하라(창50:25)”

 

허황된 것이라도 청년이 꿈을 말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입니다. 당연한 것이라도 노인이 꿈을 말하는 것은 허황된 것입니다. 노인이 꿈을 말한들 어차피 노인의 것이 아니요, 자칫 자기 인생의 의미를 축소시킬 수 있는 것이라 노인은 꿈을 표현하지 않는 게 상책입니다.

 

노인 요셉은 왜 꿈을 말하는 걸까요? 임종을 앞둔 마당에 요셉은 왜 꿈으로 유언서를 작성하는 걸까요? 요셉은 ‘하나님의 영에 감동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창41:38). ‘하나님의 영에 감동된 사람’은 노인이라도 꿈을 꿉니다. “...내가 내 영을 만민에게 부어주리니 너희 자녀들이 장래 일을 말할 것이며 「너희 늙은이는 꿈을 꾸며」 너희 젊은 이는 이상을 볼 것이며(욜2:28)” 하나님의 영이 부어지면 노인이 꿈을 꿉니다. ‘하나님의 영에 감동된 사람 요셉’은 노인이 되어서도, 죽기 직전에도, 유서마저도 꿈으로 채우는 청년입니다.

 

죽기까지 청년으로 사는 것이 하나님의 뜻입니다. 죽기까지 청년이어서, 여기보다 나은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것이 하나님의 뜻입니다. 죽기까지 청년이어서 방향을 잃지 않되 나침반 바늘의 떨림을 잃지 않고 사는 것이 하나님의 뜻입니다. 죽기까지 청년이었던 요셉의 꿈은 약속의 땅에 묻히겠다는 것입니다. 나일강이 흐르는 비옥한 땅의 노예가 아니라, 산과 골짜기로 이루어진 척박한 땅에 자유민으로 묻히겠다는 것입니다(신11:10~11).  요셉의 꿈은 애굽의 총리가 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요셉의 꿈은 형제 노예들이 자유민이 되어 스스로 일굴 땅을 갖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파라오의 명령이 아니라 오직 여호와의 법을 묵상하며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이기 때문입니다(시1:1).

 

사백여년이 지난 후 모세가 요셉의 유언을 집행합니다. “모세가 요셉의 유골을 가졌으니 이는 요셉이 이스라엘 자손으로 단단히 맹세하게 하여 이르기를 하나님이 너희를 찾아오시리니 너희는 내 유골을 여기서 가지고 나가라 하였음이더라(출13:19)” 또 사십 년이 지난 후 여호수아가 요셉의 유언을 성취합니다. “아스라엘 자손이 애굽에서 가져 온 요셉의 뼈를 세겜에 장사하였으니 이곳은 야곱이 백 크시타를 주고 세겜의 아버지 하몰의 자손들에게서 산 밭이라 그것이 요셉 자손의 기업이 되었더라(수24:32)” 이스라엘 열 두 형제 지파에게 균등하게 땅을 분배한 여호수가아 요셉의 장례를 마무리하며, 요셉의 꿈은 비로소 이루어집니다.

 

요셉의 꿈은 파라오가 다스리는 세상 너머를 향한 것입니다. 파라오가 다스리는 세상은 나일강이 흐르는 비옥한 곳입니다. 파라오가 다스리는 세상은 극심한 흉년이 와도 무너지지 않는 안정된 시스템을 갖춘 곳입니다. 비옥하고 안전한 땅에 머무르지 않고, 그 지평선 너머를 보는 것이 ‘꿈’입니다. 요셉의 꿈은, 요셉이 죽고 400년이 지나고 또 40년이 지나서 여호수아 때에야 성취됩니다. 죽어서라도 이루어야 할 꿈이 있습니다.

 

요셉이 묻힌 땅에서는 균등하게 토지가 분배되었습니다(수14:5). 하나님의 방식대로 균등하게 나누어진 땅은 사고팔아서도 안 되고, 그 경계를 마음대로 옮겨도 안 됩니다. “토지를 영구히 팔지 말 것은 토지는 다 내 것임이니라 너희는 거류민이요 동거하는 자로서 나와 함께 있느니라(레25:23)”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게 주어 차지하게 하시는 땅 곧 네 소유가 된 기업의 땅에서 조상이 정한 네 이웃의 경계표를 옮기지 말지니라(신19:14)” 토지를 빼앗기거나 잃어버린 노예가 없는 땅, 그 땅에 요셉이 묻혔습니다.

 

요셉은 이집트의 총리였지만, 파라오의 노예였습니다. 직급이 아무리 높아도 요셉은 히브리 출신의 노예입니다. 파라오의 명령과 여호와의 법이 충돌할 때에, 파라오의 명령을 수행할 수 밖에 없는 노예인 것입니다. 더러운 일을 하거나, 허드렛 일을 하는 사람이 노예가 아니라, 여호와의 법을 지킬 수 없는, 어쩔 수 없이 파라오의 명령을 지켜야하는 사람이 노예입니다. 우리는 노예입니다.

 

노예의 상태가 바로 '죄'입니다. 우리가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태, 우리의 의지와 무관하게 여호와의 법을 버리고 파라오의 명령을 따를 수 밖에 없는 것이 '죄'의 상황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법과 세상의 법 사이에서, 때로 무심하게, 때로 어쩔 수 없이 세상의 법을 따릅니다. 우리는 어쩔 수 없는 죄인입니다. 이 어쩔 수 없는 '인간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요셉은 꿈을 꿉니다.

 

노예였던 사람들이 자유민이 되고 다시 땅을 갖게 되는 것을 ‘속량(贖良)’이라고 합니다(레25:47~55). 애굽에서 노예였던 요셉과 그 형제들의 자손들이 자유민이 되어 땅을 받은 것이 속량입니다. 속량되어야 그 어쩔 수 없는 '인간의 굴레', 죄를 지을 수 밖에 없는 어쩔 수 없는 죄의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속량은 곧 ‘죄사함’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서 그의 은혜의 풍성함을 따라 그의 피로 말미암아 속량 곧 죄사함을 받았느니라(엡1:7)” 죄사함, 즉 죄를 용서받는다는 것은 인류가 빼앗겨버린 여호수아 시절의 토지문서를 다시 되찾는다는 것입니다. 우리말 속량은 노예가 주인에게 일정한 댓가를 치르고 풀려나는 것을 뜻합니다. 사전적인 의미에서 속량은 노비문서를 찢는 것입니다. 성경적인 의미는 더 나아가 노비문서를 찢는 것뿐만 아니라 토지문서를 받는 것이 속량입니다.  

 

사람이 어떤 형태이든지 노예 생활을 하는 것은 죄입니다. 우리의 꿈은 사람이 처한 모든 죄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노비문서를 찢어 죄에서 벗어나고, 토지문서를 되찾아 참 자유인이 되는 것이, 우리의 꿈이어야 합니다. 권력을 얻고 재력을 쌓는다 하여도, 그렇게 큰 업적을 이룬 노인이 되어서도 죽기 직전까지 포기할 수 없는 꿈이 있습니다. 죄에서 벗어나려면 꿈이 있어야 합니다. 꿈이 있습니까? 권력으로도 재력으로도 해소되지 않는 '타는 목마름'같은 꿈이 있습니까?

 

우리 사는 세상의 지평선 너머를 향한 꿈을 꾸소서. 하나님의 영이 우리에게 임하소서. 죽기까지 청년이게 하소서. "당신들은 여기서 내 해골을 메고 올라가겠다 하라(창5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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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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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hanna | 작성시간 13.04.29 요셉의 꿈이 성취되는 과정을 성경말씀을 짚어가며 읽어보니
    장엄한 한 편의 역사소설 같네요.

    무슨 꿈을 꾸는가가...저와 저의 후손들의 삶을 좌우할텐데...
    제 꿈을 좀 점검해보아야겠습니다.

    들을땐 뻑뻑한 듯 불편함이 없지 않지만,
    항상 새로운 도전거리를 던져주시는 말씀 감사합니다. ^^
  • 답댓글 작성자김영준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3.04.29 준비도 힘들었고, 예배 직전까지 심난했었는데, 집사님의 기도가 있었군요, 고맙습니다. 덕분에 원고가 오늘 아침에 더 길어져버렸네요 ㅋㅋ
  • 작성자용감하게 명랑해 | 작성시간 13.04.29 아멘.
  • 작성자굿세라 | 작성시간 13.05.02 저 이글의 before버전을 읽었던듯 싶어요..
    죽기까지 청년이고 싶습니다...시대를 관통하고 궁극적인 본향을 아는 지혜가 있어 오롯이 꿈을 말하고 꿈이 이뤄지는 것을 보고싶네요..꿈을 꾸라고 해주시니 감사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김영준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3.05.02 안할 수 있다면 안하고 싶었던 설교였어요, 이미 했던 설교를 잘 고치지 않는데, 아직 관련 책을 읽으면서 수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원고입니다. 희년을 이야기하는 것은 조심스럽고, 외로운 작업입니다. 집사님에게 주신 하나님나라의 꿈이 이루어지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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