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通通 민들레(사랑방)

가나에서 결혼 잔치_지오토

작성자김영준|작성시간26.04.18|조회수40 목록 댓글 0
지오토, 가나의 혼인 잔치 Marriage at Cana, 프레스코, 스크로베니성당

 

결혼 잔치가 한창인데 술이 동났다. 팔짱을 낀 채 마뜩잖은 얼굴로 왼쪽 구석의 예수를 노려보는 사람이 서 있다. 빈 술독에 물을 부으라는 예수의 처방을 받아들일 수 없는 거다. 그런데 예수께서 물을 포도주로 변화시키신다. 예수께서 썩을 물을 썩지 않을 포도주로 변화시키신다. 포도주가 된 물은 썩지 않고. 시간이 지날수록 익어간다. 변화해야 썩지 않는다. 변화되면 익어간다. 예수께서 사람을 변화시키시면 사람은 썩지 않고 익어간다.

 

시간이 지날수록 꿈의 크기가 점점 줄어들 수 있다. 시간이 지난다는 것은 죽음에 가까워지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죽어간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항아리에 담긴 물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은 썩어 가기 마련이다. 아무리 좋은 항아리에 담겨 있어도 시간이 지나면 물은 썩는다. 물은 술로 변화돼야 한다.

 

물일 때 시간의 결국은 장례식이지만, 술일 때 시간의 결국은 결혼식이다(2:1). 물일 때 시간의 결국은 모든 것과의 헤어짐이지만, 술일 때 시간의 결국은 모든 것을 지으신 하나님과의 하나 됨이다. 거듭나서 변화된 사람은 죽음과 동시에 하나님과 비로소 하나가 된다. 변화된 사람, 거듭난 사람은 하나님과 혼인을 맺듯, 시간의 결국에 마침내 하나님과 하나가 된다.

 

교회는 술 익는 마을이겠다. 좋은 포도주가 익는 마을이 교회일 터다. 세상은 제법 좋은 주조장이라 여기저기에서 사람이 익어가지만, 종국엔 충분히 발효되지 못해 썩는다. 세상은 낮은 것이다(2:10). ‘낮은 것을 맛봤거든, 이제 좋은 포도주를 맛봐야지 않은가. 예수께서 사람을 좋은 포도주가 되게 하신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좋은 포도주로서 세상이 교회의 향기에 취하게 하는 게 교회의 존재 이유다. 교회가 세상의 낮은 것에 취하지 말고, 세상이 진짜 좋은 포도주에 취하도록 하는 것이 하나님 뜻이겠다.

 

교회는 썩을 물이 아니라, 썩지 않을 포도주다. 기적이 일어난 거다. 사람과 사람이 모여 변화된다. 교회로 모인 사람들에게 기적이 있다. 물이 포도주로 변하듯 사람은 다시 태어난다. 몸이 태어나듯 영으로 태어난다. 이는 곧 거듭남이다(3:6). 영이 태어나 성령으로 난 사람은 노인이 돼도 꿈을 꾼다(3:8). 시간이 흐르고 늙어 간다고 해서 가능성이 줄어들지 않고 완성도가 높아지는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깊은 향이 조금씩 스며든다. 노안이 오고 흰머리가 나고 무릎이 아프지만, 썩지 않고 익어간다. 기적이다. 날마다 조금씩 이렇게 약해지며 죽어가지만, 죽지 않고 거듭난다(3:3). 진짜 기적이다.

 

가는 시간이 조금도 아쉽지 않고, 오는 시간이 더욱 향기롭다. ‘술 익는 마을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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