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通通 민들레(사랑방)

렘브란트, 감옥에 갇힌 바울

작성자김영준|작성시간26.05.02|조회수36 목록 댓글 0
렘브란트, 감옥에 갇힌 바울 The apostle Paul in prison, 72.8×60.3cm, 1627, Staatsgalerie Stuttgart

 

감옥 안 바울의 눈빛이 또렷하다. 수형인이 겪을 법한 고통스러운 기색이 없다. 감옥 속에 있는 게 아니라 진리 안에 있기 때문이다. 칼이 칼집에 꽂혀 있다고 해서 그 예리함이 둔해지지 않듯, 바울은 감옥에 갇혔지만, 그 형형함이 가려지지 않는다. 칼은 여전히 예리하고, 바울은 오히려 자유롭다. 바울은 진리가 자유롭게 하리라라는 예수의 말씀을 증명하고 있다.

 

로마에 갇혔을 때, 바울은 디모데에게 편지를 썼다.

 

너는 어서 속히 내게로 오라 올 때에 내가 드로아 가보의 집에 둔 겉옷을 가지고 오고 또 책은 특별히 가죽 종이에 쓴 것을 가져오라 너는 겨울 전에 어서 오라”(딤후 4:9-21).

 

렘브란트는 침상 위에 가죽 장정을 한 책을 그렸고, 겉옷을 두른 바울을 그렸다. 디모데가 가져온 외투를 입고 책들을 읽으며 바울은 겨울 감옥을 지나고 있다.

 

벗이 있어 멀리서 찾아오면 기쁘지 아니한가?”

 

논어의 두 번째 문장이다. ()은 뜻이 같은 동지다.  예수를 따름에 뜻이 같은 동지이자 멀리서 감옥까지 찾아오는 벗 디모데가 있고, 겉옷이 있어 몸을 가릴 수 있고, 책을 읽으며 생각할 수 있어 감옥에 갇혀서도, 바울은 기쁘다.

 

기쁨은 가까이에 있으면 전염된다. 바울이 겨울이 오기 전에 디모데를 오도록 한 것은 자기 기쁨을 디모데에게 건네주기 위함이었다. 멀리서 온 디모데를 보니 바울은 기쁘고, 바울이 기뻐하니 눈물 흘리던 디모데도 기쁘다(딤후 1:3-4).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서로 사랑하라는 유언을 남기신 걸 바울과 디모데가 들었는지 확인할 순 없지만, 이들은 예수의 유언을 집행하고 있다(13:34).

 

예수께서 남기신 유언대로 살아온 바울은 이제 자신의 죽음을 예감한다. 왼발에 신을 신었지만, 오른발은 신을 벗었다. 왼발은 여전히 땅을 걷고자 하나 오른발은 이제 땅을 떠나려 한다. 삶과 죽음 그 둘 사이에 끼었(1:23). 떠날 시각이 가까워졌을 때 바울은 만나지 못할 사람들, 브리스가와 아굴라, 오네시보로에게 마지막 인사를 남긴다(딤후 4:6). 바울은 신발 없이 거닐 세상에서 영원한 자유를 누릴 터다. 브리스가와 아굴라와 오네시보로를 거기에서 기다릴 터다. 거기 먼 곳에 앞서 간 벗들을 찾아가면, 또한 기쁠까.

 

여기 세상은 여전히 감옥 같다. 바울은 감옥에서 밤에도 낮에도 기도했지만, 여기 감옥에선 기도하기 어렵다. 낮엔 바쁘고 밤도 불야성이라 기도에 집중하지 못한다. 갇혔다는 사실도 인식하지 못한 채, 창살 사이로 비치는 한줌 빛마저 쬐지 못한 채, 수형 생활은 이어진다. 우물쭈물하다가 죽음마저 인식 못 하고 연명하다 멈춘다면 어떻게 할까.

 

옷장에 빽빽하게 걸린 외투를 입고, 책장에 가득 꽂힌 책들이 알려 주는 세상 너머로 걸을 때다. 감옥 창살로 들어오는 봄빛이 속삭인다. “겉옷을 입고 따라오라”(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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