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通通 민들레(사랑방)

렘브란트, 나사로가 살아나다

작성자김영준|작성시간26.05.02|조회수39 목록 댓글 0
고흐, 나사로의 소생 The Raising of Lazarus after Rembrandt by Vincent van Gogh, 1890

복판에 해가 빛을 비춘다. 돌이 치워진 무덤 속으로 노란 빛이 침입하고, 빛에 닿은 나사로가 되살아난다. 무덤 바깥과 안쪽 모두 노란 빛으로 가득하다. 노란 빛이 온 세상을 덮친 것이다. 무덤이 열리고 무덤 안쪽까지 들이친 빛 덕분에 나사로가 되살아났다. 소생한 나사로를 다시 만난 마리아가 두 손을 뻗어 오빠에게 달려들 태세다.

 

마르다는 갑작스런 상황을 미처 파악하지 못한 듯 엉거주춤 서서 머뭇거린다. 그림자 덮인 얼굴이 어둡다 못해 푸르다. 부패한 시신 같은 낯빛으로 마르다가 나사로를 보고 있다. 시취를 풍기던 나사로가 오히려 환하고, 동구 밖까지 예수를 마중 나가던 마르다 낯빛이 섬뜩하다. 삶과 죽음이 이렇다. 죽은 줄 알았던 나사로가 살아나고, 살아 있는 줄 알았던 마르다가 어쩌면 죽어 있다.

 

죽었어도 죽은 게 아니요, 살았어도 산 게 아니다. 죽었어도 살아 있는가 하면, 살아도 이미 죽었을 수도 있다. 요한이 사데교회를 향해 네가 살았다 하는 이름은 가졌으나 죽은 자”(3:1)라며 쓴 편지 한 줄은 우리 교회를 향한 채찍이기도 하다. 부활을 믿는다 해서 부활을 살고 있는 건 아닌 까닭이다. 부활의 교리를 믿지만, 부활을 살지 않는 까닭이다. 마르다 역시 분명 부활을 알았고, 믿었다.

 

마르다가 이르되 마지막 날 부활 때에는 다시 살아날 줄을 내가 아나이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자는 죽어도 살겠고 무릇 살아서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죽지 아니하리니 이것을 네가 믿느냐 이르되 주여 그러하외다 주는 그리스도시요 세상에 오시는 하나님의 아들이신 줄 내가 믿나이다”(11:24-27).

 

다시 살아날 줄 알고 영원히 죽지 않는 줄 믿던 마르다가 나사로의 소생에 당황한다. 예수의 말씀이 온 세상을 빛으로 덮으시며 나사로야 나오라부르실 때 나사로가 살아났건만(11:43), 정면으로 빛을 받았지만 마르다는 그 빛을 흡수하지 못한 채 죽은 얼굴이다. 깜깜하고 빛이 보이지 않는 출구가 굳게 닫힌 무덤의 돌은 치워졌고, 빛이 무덤 속을 비추건만, 마르다에게는 빛이 닿지 않은 것이다. 죽은 줄 알았던 나사로는 살았고, 살아 있는 줄 알았던 마르다가 사실은 죽어 있었다. 오월에 피천득은 이런 시를 썼다.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오월 속에 있다

 

지금 처한 상황이야 어떠하든 뭐, 괜찮다. 우리는 오월 속에 부활을 살고 있잖는가. 마리아처럼 두 팔 뻗어 빛을 품을 때다. 나는 빛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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