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 29일 수요일 흐림
#1
장애인자조모임을 끝내고 차를 타고 돌아오는 중입니다. 뒷 좌석엔, '깨끗하게정리해'와 '괜찮아요'가 앉아 있습니다.
'깨끗하게정리해'는 스물 세 살 먹은 자폐인입니다. 아파트가 보이는 큰 길 가에서 빨간신호등을 받아 대기하는 짬에 '깨끗하게정리해'에게 물었습니다.
"여기가 어딘지 알아요?" 질문이 끝나자 마자 바로 대답합니다. "집들"
대화를 이어보았습니다. "'깨끗하게정리해'씨 집은 어디에요?"
주저하지 않고 대답합니다. "엄마!"
'엄마'가 '집'이랍니다.
질문을 이해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엄마 집은 어디에요?"라고 물었더니
"중흥에스클래스"라고 또렷하게 대답합니다. 질문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집이 어디냐는 질문에 엄마라고 대답한 건, 질문을 정확하게 이해한 상태에서 대답한 겁니다.
뭉클했습니다. '깨끗하게정리해'는 '집이 어디냐'는 우문에 '엄마'라고 현답했습니다.
자폐인들은 논리가 아니라 연상으로 사고한다고 합니다. '깨끗하게정리해'는 '집'이라는 단어에서 '엄마'를 연상했습니다. '깨끗하게정리해'에게 집,은 엄마인 겁니다.
#2
"깨끗하게정리해'옆에 앉은 '괜찮아요'는 스무살 지적장애인입니다. 택시 운전하시는 아빠와 함께 삽니다. 엄마는 돌아가셨다고 했습니다.
'괜찮아요'의 카톡프로필은 인천행 전철입니다. 휴일이나 방학 때면 새벽마다 전철을 타러 갑니다. 지난 설날에도 새벽에 나가 전철을 탔고 작년 추석에서 새벽밥을 차려먹고 나가 전철을 탔습니다. 토요일에도 전철을 타고, 일요일엔 전철을 타고 돌아와서 교회에 옵니다. 지금은 여름방학이라 오늘도 새벽에 전철 여행을 하고 자조모임에 참여했습니다.
돌아가셨다는 엄마가 인천에 계신다고 말한 적도 있다고 다른 분에게 들었습니다. 돌아가신 줄 알지만 어쩌면 인천 어딘가에 살아계실지 모르는 엄마를 만날까 싶어, '괜찮아요'는 전철을 타는 지 모릅니다. 어쩌면 엄마가 탔을 수도 있는 인천행 전철이, '괜찮아요'에겐 집,일까요? 언젠가 엄마도 타셨을 전철이 '괜찮아요'에겐 집,이어서 새벽마다 집,으로 가는 걸까요? 전철을 탄 거리를 이어본다면, '괜찮아요'는 멀리도 갔다 왔겠습니다. 그렇게 매번 돌아와 주어 고맙습니다.
#3
광주 '집'에 전화를 드렸습니다. 엄마가 받으십니다. 드라마를 보시는지, 여엉 성의없게 받으십니다. 어머니가 집에 계십니다. 거기서 심심한 일상을 사시며 여전히 집에 계십니다. 다행입니다. 제게 이런 다행스런 일상이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한만큼, 또 미안하고 죄송하고, 그렇습니다.
누구나, 집이 있어, 거기 돌아갈 집이 있어, 거기 심심한 일상에서 하루가 시작되면 좋겠습니다. 일상을 살고 싶은 모든 사람들에게, 거기 일상에서 하루가 시작되기를 기도합니다.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용감하게 명랑해 작성시간 15.08.21 아멘.
7월에 안산치유공간'이웃'에 다녀왔더랬어요
대중교통으로 왕복6시간
머문시간4시간
일상이 파괴된 가족들의 힘겨운 일상을 이어주고 메워주는 사랑방.
그래서 더없이 고맙고 더없이 필요한 '이웃'에서 가장 큰 '상', 가장 묵직한'상'을 받았습니다
세월호 가족들의 일상으로 초대하는 '밥상'을 받았습니다
제겐 이 '상'이 너무나 대수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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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김영준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5.08.29 저도 9월 중 목요일 저녁에 가보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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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음풍농월 작성시간 15.08.27 더운 여름이 슬쩍 떠나면 선선한 바람 따라 한 번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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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김영준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5.08.29 내일 모레 9월, 곧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