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일기 -농사의 맛-
2026년 6월 12일
요즘 나는 하루도 쉬지 않는다.
달력이 아니라 몸이 먼저 날짜를 넘긴다.
아마 올해 중 가장 숨 가쁜 시간을 지나고 있을 것이다.
6월 2일, 마늘 수확으로 시작된 일정은
양파 수확으로 이어졌고
매일 새벽 네 시, 어둠이 아직 잠든 시간에
나는 나 자신을 깨운다.
새벽형 인간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
이 시간에 일어난다는 건
의지라기보다 생존에 가깝다.
아침 다섯 시 반,
도시에서 온 농부들과 함께 밭에 선다.
아홉 시 반이면 1차 작업은 끝나지만
나의 하루는 그때부터 다시 시작된다.
열 시부터 오후 한 시까지,
그리고 다시 오후 세 시부터 해 질 녘까지.
사과 2차 열매솎기와 전지 작업.
하루 열 시간,
몸은 점점 말라가지만
시간은 더 단단해진다.
솔직히 말하면 힘들다.
괴롭고, 짜증도 난다.
그러다 어느 순간,
몸이 먼저 리듬을 찾는다.
인간은 참 묘하다.
고통에도 적응하고
일상으로 만들어 버린다.
하루에 많게는 서른 명.
사람을 쓰는 일은 농사 중에서도 가장 비싼 농사다.
인건비는 늘 예상을 넘는다.
그래도 다행인 건
단골처럼 함께해 주는 도시농부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말하지 않아도 알고,
내가 놓친 자리까지 스스로 채워 주는 사람들.
그들의 손길은 노동을 넘어
신뢰가 된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 제도가 없었다면
나는 농사의 규모를 키우지 못했을 것이다.
아니, 아마 포기했을 것이다.
농촌의 노동력은 늘 제때 오지 않았고
그 지연은 곧 실패였다.
수확은 기다려 주지 않으니까.
마늘과 양파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마늘은 스무 날 넘게 건조장에 눕혀야 하고,
양파는 햇빛 아래 며칠 더 누워
줄기를 자르고
콘티박스에 담겨
학교 급식으로 향한다.
친환경은 선택이 아니라 기본이고
아이들 밥상에 오를 생각을 하면
자연히 손이 더 조심스러워진다.
농사는 그럭저럭 잘 되었다.
보통 이상.
그 말에 잠시 숨을 고른다.
그러나 비용은 늘 마음을 조인다.
특히 제초 비용은
예상보다 훨씬 무겁다.
집에서는 걱정이 많다.
나이 들어
이렇게까지 바빠도 되는 거냐고 묻는다.
나 역시 스스로에게 묻는다.
그러다 결국
이 문장으로 돌아온다.
도전하며 사는 것,
애쓰며 하루를 보내는 것,
그 자체가 삶의 멋이다.
올해 나의 유월은
인생에서 가장 바쁘고
가장 밀도 높은 한 달이다.
마늘과 양파 수확,
사과 열매솎기와 전지,
블루베리 수확,
문집 발간,
마을신문 마감,
학교 기말고사까지.
아, 어쩌란 말이냐 싶다가도
나는 안다.
이 시간들이
훗날 조용히 나를 살찌울 것을.
땀은 사라지지만
보람은 남는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이 농사의 맛을 씹으며
내일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