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의 생애 마지막 교향곡인 <9번 합창교향곡> 발표를 나흘 앞둔
1824년 빈의 어느 날,
악성 베토벤의 악필 악보를 깔끔하게 오선지에 옮기는 작업을 한 여인이 맡게 됐다.
그의 이름은 안나 홀츠.
그가 정서해온 악보를 보던 베토벤이 처음 자기가 만든 악보와 다른 부분을 발견하고
왜 허락도 없이 바꿨느냐고 묻자, 안나 홀츠는 말했다.
"바꾼 게 아니라 교정한 거에요. 가장 베토벤답게."
영화 <카핑 베토벤>의 인상적인 한 대목이다.
이 한마디로 안나 홀츠는 베토벤의 눈에 들게 되었다.
마침내 <합창교향곡>이 완성되자 베토벤은 이 교향곡의 초연 지휘를 직접 맡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거의 청각을 상실해버린 베토벤이 교향곡을 지휘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것은 시각장애인이 운전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그러나 베토벤은 오케스트라 연주자들 사이에 꿇어앉아 자신을 향해 전하는 안나 홀츠의
손짓과 눈빛의 도움을 받아 놀랍게도 <합창교향곡> 초연을 위대한 성공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물론 베토벤은 연주가 끝난 후 터진 우레와 같온 박수 소리마저 듣지 못했다.
신은 베토벤의 온몸에 위대한 음악을 흘러넘칠 만큼 밀어넣었지만 정작 자신은 그 음악도
그것에 대한 찬사도 들을 수 없게 했던 셈이다.
볼 수 없었던 츠지이가 바람의 색깔을 느꼈듯이 들을 수 없었던 베토벤은 천상의 소리를
파동으로 느끼고 그것을 오선지에 담아 인류에게 남겼다.
그것이 바로 ‘베토벤 바이러스'다. 베토벤 바이러스의 핵심은 감동이다.
그 감동 속에 위대함이 녹아 있다.
- 정진홍 저, '남자의 후반생'에서
https://youtu.be/RbWmav17OEA?si=eyHMian9uZjPueo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