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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마경』- 11

작성자시공|작성시간26.06.23|조회수10 목록 댓글 0

유마경』- 11

성문품(聲品)-8
8. 우파리의 문병

 

 



그때 세존께서 우파리1>에게 말씀하셨다.
"그대가 유마힐을 찾아가서 문병하여라."
그때 우파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그를 찾아가 문병할 수 없습니다. 왜 그런고 하니, 기억하건대, 과거 한때에 두 명의 비구가 받은 계(戒)를 어겼습니다. 그들은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깊이 들어서 감히 부처님을 찾아가지 못하고, 저에게 찾아와 저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는 말했습니다.

'여보세요, 우파리시여!,
지금 저희 두 사람은 계율(戒律)을 많이 어겼습니다. 참으로 부끄러워서 감히 부처님을 찾아뵙지 못하겠습니다. 원컨대 우파리님께서 저희의 근심과 후회를 풀어 주셔서 이 허물에서 벗어나게 해 주십시오.'

저는 곧 그들에게 여법(如法)하게 설명해 주어, 그들이 근심과 후회를 제거하고 허물을 깨끗이 없애도록 해 주고는, 권도(勸導)2>와 찬려()3>와 경위(慶慰)4>를 드러내 보였습니다.
그때 유마힐이 그곳으로 와서 저의 발에 머리 숙여 절하고는 말했습니다.

'여보세요, 우파리시여!.
이 두 비구의 죄를 더욱 두텁게 만들지 마십시오.
마땅히 곧장 근심과 후회를 제거하여, 계율을 범한 허물이 그들의 마음을 어지럽히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까닭이 무엇일까요?
그 죄의 자성은 안에 머물지도 않고, 밖으로 나가지도 않고, 둘의 사 이에 있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부처님의 말씀처럼, 마음이 더럽기 때문에 더럽다는 감정(感情)이 있고, 마음이 깨끗하기 때문에 깨끗하다는 감정이 있습니다.
이와 같은 마음 역시 안에 머물지도 않고, 밖으로 나가지도 않고, 둘 사이에 있지도 않습니다.
그 마음이 그러한 것처럼, 죄와 허물 역시 그러합니다.
죄와 허물이 그러한 것처럼, 만법(萬法)도 그러하여 여여(如如)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여보세요, 우파리시여!.
그대의 마음은 본래 깨끗합니다. 해탈을 얻었을 때에, 이 본래 깨끗한 마음이 더럽혀진 적이 있습니까?'
제가 말했습니다.
'아닙니다.'
유마힐이 말했습니다.
'모든 중생의 심성(性)이 본래 깨끗하여 더럽혀진 적이 없었던 것 역시 그러합니다.

여보세요, 우파리님!.
분별이나 차별5>이 있다면 번뇌가 있고, 분별도 차별도 없다면 자성 이 깨끗합니다.
전도(傾倒)가 있다면 번뇌가 있고, 전도가 없다면 자성이 깨끗합니 다.
아상(我相)을 가진다면 더럽혀지고, 아상을 가지지 않는다면 자성이 깨끗합니다.

여보세요, 우파리시여!.
모든 법의 자성(自性)은 생겨나고 사라지며 머물지 않으니, 마치 환상 같고 신기루 같고 번개 같고 구름 같습니다.
모든 법의 자성은 서로 마주 보고 응대하지6> 않으며, 나아가 한 순 간에도 머물지 않습니다.
모든 법의 자성은 전부 헛되고 망령된 견해이니, 마치 꿈 같고 불꽃 같고 건달바성(健達婆城)7>과 같습니다.
모든 법의 자성은 전부 분별심(分別心)이 일으킨 영상(影像)이니, 물 속의 달과 같고 거울 속의 모습과 같습니다.

이와 같이 아는 것을 일러 계율을 잘 지킨다고 하고, 이와 같이 아는 것을 일러 잘 조복한다고 합니다.'
그때 두 비구는 이 말을 듣고서 깜짝 놀라며8> 함께 말했습니다.

'기이하도다! 거사(居士)가 이와 같이 뛰어난 지혜와 말솜씨를 가지고 있으니, 우파리님이 미칠 수 없구나. 부처님께서는 우파리님이 계율을 지키는 일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하셨지만, 계율을 지키는 것 이상의 일에 대해서는 우파리님이 말할 수 없구나.'

이에 제가 곧 말했습니다.
'그대들은 그를 거사라고 생각하지 말라. 까닭이 무엇인가? 여래를 제외하고서 성문(聲聞)이나 나머지 보살들 가운데 이 거사의 지혜와 말 솜씨를 넘어서는 자는 지금까지 없었으니, 그 지혜와 말솜씨의 밝고 뛰어나기가 이와 같다.'
그때 두 비구의 근심과 후회는 곧 사라지고, 두 비구는 모두 위없이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의 마음을 내었습니다. 그들은 곧 절을 올리고 원을 내어 말했습니다.

'마땅히 중생들로 하여금 모두 이와 같이 뛰어난 지혜와 말솜씨를 얻도록 하시옵소서.'
그때 저는 묵묵히 있을 뿐, 할 말이 없었습니다. 그 까닭에 저는 감히 그를 찾아가 병문안을 할 수 없습니다.


*참고 해석
1> 우파리(優婆離): Upāli. 부처님의 10대 제자 가운데 한 사람이며, 지계제일(持戒第一)이라 불린다. 우바리(優波離)·오바리(波離·波離)라 음역. 근집(近執)·근취(近取)로 번역되기도 한다. 계율을 지키는 데 있어 제1인자였다. 원래 석가족 여러 왕자들의 이발사였는데, 아난 등이 교단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따라갔다가 부처님의 허락을 받고 출가하였다. 결집 때에는 계율을 외워냈다.
2> 권도(勸導): 권하고 이끌다. 중생을 교화하여 불도(佛道)에 귀의(歸依)시키는 것.
3> 찬려(): 격려하다. 힘쓴다고 칭찬하다.
4> 경위(慶慰): 축하하고 위로하다.
5> 분별(分別)과 이분별(異分別): 분별은 kalpa 혹은 vikalpa의 번역인데, 이분별(異分別)은 vikalpa에서 '둘로 나누어 달라진다'는 뜻의 접두어 vi를 특히 이(異)라고 번역한 것이다.
kalpa와 vikalpa는 모두 분별(分別)이라는 뜻으로서 뜻의 차이가 없지만, 여기에서는 분별과 차별로 나누어 번역하였다.

6> 상고대(相顧待): 서로 마주 보다. 서로 마주 보고 응대하다.
7> 건달바성(健達婆城): gandharva-nagara, 번역하여 심향성(尋香城). 실체는 없이 공중에 나타나는 성곽, 바다 위나 사막 또는 열대지방에 있는 벌판의 상공(空)에서 공기의 밀도와 광선의 굴절작용으로 일어나는 신기루(蜃氣樓), 해시(海市), 이것을 건달바성이라 하는 것은, 건달바는 항상 천상에 있다는 데서 생긴 것, 또는 서역에서 악사(樂師)를 건달바라 부르고, 그 악사는 환술로써 교묘하게 누각을 나타내어 사람에게 보이므로 이와 같이 부른다.

8> 미증유(未曾有): 깜짝 놀라다. 깜짝 놀랄 만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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