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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평 공간

<구타유발자> 인간의 이중성에 비춘 새로운 공포극

작성자맑은영혼|작성시간06.06.05|조회수171 목록 댓글 0

 

 

폭력의 악순환 고발, 구타유발 혹은 구토유발?  
<구타유발자> 인간의 이중성에 비춘 새로운 공포극

 

임순혜(영상물등급위원회 영화심의위원)

 

<구타유발자>는 단편영화 <빵과 우유>로 MBC 영화대상을 수상했던 원신연 감독의 <가발>에 이은 두 번째 장편영화다.

 

<구타유발자>는 어느 늦은 가을 한낮 교외의 강가에서 만난 사람들에게서 5시간 동안 일어나는 일을 다룬 영화로 코믹 잔혹물을 표방하고 있다.

 

카사노바 성악교수 영선은 렛슨을 빙자로 새로 뽑은 하얀색의 벤츠를 타고 제자 인정(차혜련 분)과 함께 호젓한 인적이 드문 교외로 나간다. 호젓한 교외의 강가에 이른 영선은 평소에 품고 있던 흑심을 드러낸다. 야수로 변한 교수의 모습에 놀란 인정은 산속으로 도망치게 되고 마침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가던 봉연(이문식 분)에게 시외버스터미널까지 태워달라고 요청한다.

 

그런데, 잠깐 쉬고 가자고 인정을 내려놓은 곳은 교수 영선이 인정과 함께 있던 곳이다. 그곳엔 마을 청년 둘이 떡삼겹살을 구워먹으려고 봉연이 떡삼겹살을 가지고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할 수 없이 영선과 인정은 마을 청년 둘과 봉연과 함께 떡삼겹살을 먹게 된다. 대화를 나누던 중 터미널에 태워준다는 봉연의 친절을 거절하는 인정의 말 한마디에 갑자기 봉연은 본질을 드러내고, 교수와 인정을 위협하게 된다.

 

 

이들의 관계는 살벌한 예측불허 상황으로 치닫게 되고, 일파만파의 파장을 불러온다. 마을 청년 두 사람이 가지고 온 자루에 넣어져 정신을 잃고 쓰러졌던 고교생이 깨어나면서 이들 사이에 살벌한 격투가 벌어진다.

 

이들 세 사람에게 매일 구타를 당하던 고교생은 죽음을 불사한 격투로 이들로부터 도망치려하나 실패하고, 신고를 받고 달려 온 부패한 3류 경찰 문재(한석규 분)는 고교생의 형이었으며, 봉연과 경찰의 과거의 관계가 밝혀지게 된다.

 

<구타유발자>는 마지막에 가서야 봉연과 고교생의 관계, 마을 청년과 봉연의 관계, 봉연과 경찰의 모든 관계와 정체가 드러나 인과관계에 따른 처절한 결말에 몸서리치게 만든다.

 

▲ 카사노바 교수 영선(이병준 분)은 성악도 인정(차혜련 분) 에게 흑심을 품는다.ⓒ 코리아엔터테인트먼트 제공

 

늦은 가을 강가에서 낯선 사람들이 만나 벌어지는 예측불허한 상황들을 원신연 감독은 차근차근 목표를 향해 풀어놓는다. 배우 이문식의 순박하고 순진한 미소는 순식간에 살벌하게 변하여 공포스러운 상황을 만들며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게 한다.

 

그러나 원인을 알 수 없는 폭력적이고 살인적인 구타 장면은 관객들을 무척 불편하게 만든다. 시종 피범벅인 싸움과 살벌한 미소가 교차되면서 이들의 폭력적인 행동에 대한 관객의 궁금증을 자아내며, 마침내 마지막 반전에서 폭력의 근원에 대해 관객은 알게 된다.

 

<구타유발자>는 잘 짜여진 시나리오로 2004년에 영화진흥위원회 시나리오 공모 대상을 받은 작품인데, 독특하고 창의적이다. 폭력의 무서움과 끔찍함을 잘 표현하였으며 어디서든지 누구에게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영화로 만들어 폭력의 악순환에 대해 경고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 영선과 인정은 뜻하지 않게 마을 청년들과 떡삼겹살을 구워먹게 된다.ⓒ 코리아엔터테인트먼트 제공 

 

천사도 악마로 변할 수 있고, 악마도 천사로 변할 수 있는 인간의 이중성을 잘 표현하고 있으며 너무나 현실적이라 섬뜩하다.

 

배우 이문식의 순박함과 살벌함이 교차되는 연기가 볼만하며 마을 불량배 역의 오달수의 연기도 볼만하다. 이 모든 사건의 원인 제공자인 부패한 경찰역의 한석규의 연기도 볼만 한 영화다. 카사노바 성악교수도 능청스런 치한의 역할을 잘 해내고 있으며, 인정역의 차혜련도 순진 가련한 처녀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 영화 속 인물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시시각각 주도권이 바꾸며 새로운 상황을 만들어내는데, 유머러스하지만 새로운 공포를 창출해 낸다.

 

원신연 감독은 시사회에서 "<빵과 우유> 촬영장소를 헌팅 하던 중 스텝들이 그 지역의 낯선 사람들과 어울려 놀고 있는 것을 보는 순간 친절한 미소에서 묘한 살벌함을 느꼈는데, 그 경험이 잊혀지지 않아 시나리오를 쓰게 되었다"고 밝혔다. 한석규도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 지난 5월 15일 영화 <구타유발자>시사회가 끝나고 주연배우들이 기자간담회 가졌다.ⓒ 임순혜 

 

<구타유발자>는 세트 촬영 없이 한 장소에서 자연광으로 촬영하여 한낮의 공포스런 상황을 더욱 실감나게 하고 있으며 가끔 달려가는 기차 소리는 감독이 말하려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끔 하는 역할을 충실히 해 낸다.

 

그러나 너무나 직접적이며 현실적이고 폭력적인 화면들은 불쾌감과 혐오감을 자아내 메시지의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다. 폭력의 악순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하기는 하나 많은 관객을 유인하는 데는 실패해 보인다.

 

▲ 영화 시사회에서 배우들과 함께 한 원신연 감독. 왼쪽에서 부터 이문식, 원신연 감독, 차혜련, 오달수, 한석규.ⓒ 임순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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