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휴게실

추성부도(秋聲賦圖)

작성자파정|작성시간18.10.15|조회수662 목록 댓글 0


추성부도(秋聲賦圖)




김홍도(金弘道), 추성부도 한국화 지본담채 56 x 214 cm 호암미술관 소장

'추성부(秋聲賦)'는 중국 북송대의 문인 '구양수(歐陽脩)'가 가을 바람소리를 묘사하고, 떨어지는 낙엽에서 우주만물과 자연의 섭리, 인생의 허망함을 읊은 산문시입니다. 이 시는 사물의 형상 묘사와 논리 전개가 유려하고 감성과 이성이 잘 조합된 '부(賦)'의 새로운 경지로 평가되는 명문이랍니다. 특히 소리를 묘사해 놓은 시인의 표현력에 감탄하게 되는 시입니다.

'추성부도(秋聲賦圖)'는 구양수의 이 '추성부(秋聲賦)'를 화제로 하여 김홍도가 그의 회갑년 동짓날 삼 일 째에 그린 작품입니다. 이 때는 정조대왕이 승하한 지도 한참 되고, 그의 인생도 종착점으로 접어들던 시기입니다.

단원은 세로 두 자, 가로 일곱 자의 넉넉한 화폭에 '가을소리'를 담았습니다. 전체적인 색감은 갈색으로 하여 화면 가득 무거운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가을 숲의 앙상한 나뭇가지 위에는 차가운 보름달이 떠 있고, 나무들은 잎을 떨구고 나서 참담하게 서있으며 바위의 물기도 말라있습니다.

추성부도 세부도

나무와 나무 사이, 지면의 공간에는 수평적 마른 붓질이 거듭되어있습니다. 이 붓질은 대기와 지면을 쓸며 그림 속의 온갖 생명을 말리고 있는 가을바람(秋聲)입니다. 선비는 작은 건물의 달창 옆에 놓인 책상 앞에 앉았고 동자는 뜰에 섰습니다. 구양수입니다. 아마 단원은 구양수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그린 것일 겁니다. 선비는 심란한 가을소리에 차마 책에 눈길을 주지 못하고 착잡한 마음으로 밖을 내다봅니다.

동지는 음의 기운이 다하고 양의 기운이 시작되는 날이지요. 그런 절기에 이 그림을 그린 화가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단원은 1806년에 죽은 걸로 전해지는데, 이 그림을 그릴 당시 단원은 아마 와병 중이 아니었을까요. 그림 좌측 상단에는 추성부가 비스듬한 배치로 쓰여있습니다.

추성부 전편을 감상.
구양자가 밤이 올 무렵 책을 읽고 있는데, 서남쪽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었다. 섬칫하여 이를 듣다가 말했다. "참 이상도 하다. 처음엔 우수수 스산한 빗소리에 바람소리를 내더니 느닷없이 솟구쳐 물결이 이는 듯하는 것이 마치 파도가 밤중에 일어나 폭풍우로 갑자기 몰려오는 것만 같구나. 물건에 부딪치면 쟁글쟁글 쇠붙이가 일제히 우는 것만 같아, 마치 적진을 향해 가는 군대가 입에 재갈을 물고 내달리매, 호령 소리는 들리잖코 다만 사람과 말이 달리는 소리만 들리는 듯하다.“

내가 동자에게 물었다. "이것이 무슨 소리냐? 네가 나가 살펴보아라."
동자가 말했다. "달과 별이 환히 빛나고, 은하수는 하늘에 걸렸습니다. 사방에 사람 소리도 없고, 소리는 나무 사이에서 납니다."

내가 말했다. "아, 슬프도다!. 이것은 가을의 소리로구나. 어이하여 왔는가? 대개 가을의 형상이란, 그 색깔은 참담하여 안개는 부슬부슬한데 구름은 걷히는 것만 같고, 그 모습은 맑고 밝아 하늘은 드높고 해가 반짝이는 듯하다. 그 기운은 오싹하여 사람의 살과 뼈를 저미는 것만 같은데, 그 뜻은 쓸쓸하여 산과 내가 적막한 듯하다. 그래서 그 소리는 처량하고 애절하여 울부짖고 분을 펴는 것만 같다. 무성한 풀들이 무성함을 다투고, 아름다운 나무도 울창하여 마음을 기쁘게 하더니만 풀을 이것이 흔들면 색깔이 변하고, 나무가 이것과 만나면 잎이 떨어진다. 꺾어져 시들어 떨어지는 까닭은 한 기운의 남은 매서움 때문이다. 대저 가을이란 형관(刑官)이니, 때로는 음(陰)이 된다. 또 전쟁의 형상이니, 오행으로는 금(金)이 된다. 이를 일러 천지의 의로운 기운이라 하니, 항상 엄숙함을 마음으로 삼는다. 하늘은 사물에 있어 봄에는 싹이 돋고 가을에 열매 맺게 한다. 그런 까닭에 음악에 있어서는 상성(商聲)이라 서방의 음을 주관하며 이칙(夷則)이 7월의 음률이 된다. `상(商)`이란 `상심(傷心)`이니, 만물이 이미 노쇠하매 슬퍼 상심함이며, `이(夷)`는 `륙(戮)`이라 사물은 성대한 시절을 지나면 죽는 것이 마땅한 것이다. 아아! 초목은 정이 없이 때로 나부껴 떨어진다. 사람은 동물로서 오직 만물의 영장이 되니 온갖 근심을 그 마음에 느끼고, 갖은 일이 그 형상을 수고롭게 한다. 마음에 움직임이 있게 되면 반드시 그 정신이 흔들린다. 하물며 그 힘으로 미치지 못할 바를 생각하고, 지혜로 능히 할 수 없는 것을 근심하니 윤기나게 붉던 낯빛이 마른 나무 같이 되고 이들이들 검던 머리가 허옇게 되는 것이 마땅하다 하겠다. 어이하여 금석의 자질도 아니면서 초목과 더불어 번영함을 다투려 하는가? 생각컨대 누가 이를 해치고 죽이는 것인가? 그럴진대 어찌 가을 소리를 한하랴?"

동자는 대답 않고 고개를 떨구고 잠을 잔다. 다만 사방 벽에서 벌레 소리만 찌륵찌륵 들려와 나의 탄식을 부추기는 듯하였다.

단원은 일세를 풍미한 천재 화가였음에도 그의 죽은 날이 정확치 않습니다. 정조의 어진을 그린 공로로 중인 화원 출신으로는 파격적으로 현감까지 지냈지만 신분적 한계를 극복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고, 예술적 재능에 비해 부족했던 경제관념으로 미루어 불우했을 그의 말년 환경이 추측됩니다. 단원 김홍도는 이 그림을 그릴 무렵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였나봅니다.


안중식의 성재수간(聲在樹間), 1911년, 24 x 36cm
구양수의 추성부를 그린 추성부도(秋聲賦圖)
인터넷 자료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