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단계
최린이
가득 채우고 싶었다.
'남보다'라는 전제를 깔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많이 갖는 것이 능사인 줄 알았던 그때 손안의 모래처럼 움켜쥐면 쥘수록 가질수 있는 것이 줄어드는 것을 보았다.
내 손 크기만큼 가질 수 있다는 것에 생각이 미치자,
되도록 많이 담기 위해 손을 펴기로 했다. 나름의 전략이었다.
자연스레 손바닥을 펴 하늘을 보게 했다.
나에게 속한 것들만 남고 나머진 스르르 흘러내렸다.
그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며 만족하기로 했다.
그렇게 한참을 살았다.
나에게 속한 것에 감사하며 그것들을 운영하며
빈 공간이 생기면 지는 테트리스처럼 빼곡히 채워 이기는 놀이를 했다.
빼곡한 것들 속에서 겉으로만 살았다.
웃음소리가 귓속을 파고 들어 가슴에 담기기 전에 튕겨지고 말았다.
따뜻함을 온기로 받아내지 못해 나에게 더해지지 않았다.
손위에 올려진 것을 잘 운영하기에 바빴다.
그러느라 여백을 두지 못했다. 둘 생각을 못했다.
무엇을 잃고 있는지 모르고 살았다.
먼지가 뽀얗게 내려앉은 것들은 털어내면 된다지만
소리없이 사라지는 것들이 있는 줄은 몰랐다.
모두 내려놓았다.
어느날 생긴 구멍이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빨아당긴 것이다.
버려선 안되는 것들만 챙기고 버텼다.
나의 시간앞에 놓아도 좋을 것들만 고르고 비웠다.
비우고나니 남아있는 것들이 자랐다.
싱싱하게 자랐고 노래했고 그것을 세포가 감각했다.
마음이 뛰어놀기 시작했고 그 마음을 보며 흐뭇했다.
왜 그렇게 살았을까? 자책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과정이다.
귀퉁이를 돌아서면 또 다른 것이 있을지 모른다.
가봐야 안다.
지금은 오늘의 단계를 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