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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해

좋은 것 싫은 것

작성자고도|작성시간26.06.09|조회수33 목록 댓글 0

좋은 것 싫은 것

 

 

류  덕  현

 

 좋은 것은 어떤 것일까요? 나를 즐겁게 하고 풍요롭게 하며 해를 끼치지 않는 것이겠지요. 그래서 좋아하게 되는 것이거나 적어도 싫어하지 않는 것이어야 되겠지요. 가지고 싶고, 오래 곁에 두고 싶고, 바라보고 싶고, 떠나보내기 싫은 마음이 생기는 것이라고 정의하면 될 것 같습니다.

 싫은 것은 위에서 설명한 좋은 것과는 반대되는 것으로 생각하면 되겠군요. 물론 완전하게 반대가 되는 것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나 자신은 어떻습니까. 스스로 자신의 전부를 사랑하고 있나요? 아마도 무엇은 어떠해서 좋고, 다른 무엇은 어떠해서 싫은 부분이 있을 겁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스스로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은 ‘이렇다면 좋을 텐데’하고 생각해 본 적이 있을 겁니다. 자신조차도 전부를 좋아할 수는 없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군요.

 옆에 있는 사람은 어떤가요. 만약 내가 그를 좋아한다면 그것은 어떤 마음일까요. 그 사람이 가진 전부를 좋아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그가 가진 것 중 일부만을 좋아하는 것일까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와 외모나 성향이 아주 많이 닮은 사람이라 해도 싫어하는 부분이 있을 겁니다. 자신도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 것처럼. 그러니 그 사람을 내가 좋아하는 것은그가 가진 많은 요소 중에서 내가 좋다고 느끼는 부분을 좋아하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좋아하는 모습만 보였을 것입니다. 다른 모습이 보였다 해도 좋아하는 모습이 다른 모습을 상쇄하고도 남음이 있었을 테니 좋아하는 데는 문제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시간이 가면서 좋아하는 사람에게서 발견되는 내가 싫어하는 요소들은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요? 그 사람이 내가 싫어하는 모습을 어떤 식으로든 드러내지 않거나, 내가 참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그게 아니면, 아무리 친한 사이라 해도 싫어하는 마음이 생기지요. 다툴 수도 있습니다.

 좋아한다는 것과 싫어한다는 것에 대해 다시 정의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좋아’하는 것은 어떤 것일까요. 그것은 탐하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것. 가지고 싶은 것. 놓치기 싫고 갈구하는 것. 바꾸어 말하면 마음에 욕심이 일어나게 하는 것입니다. 욕심은 모든 존재가 육신을 통하거나 마음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사라지지 않는 운명의 덫 같은 것입니다.

 이렇게 말하면 아름답고 순수한 마음으로 좋아하는 것마저도 욕심이라 하는 것은 과도하다 이의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욕심에 순수성이란 없습니다. 결국에는 가지고 싶은 것이니까요. 굳이 구분하자면 ‘선한 욕심, 악한 욕심’ 정도로 구분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것은 사회 통념적인 판단 혹은 상호 관계에 근거해서 결정되는 정도입니다. 욕심은 그냥 욕심일 뿐입니다.

 ‘싫어’하는 것은 미워하는 것입니다. 멀리하고 싶은 것. 두려워하는 것. 마음으로부터 가까이하고 싶지 않아서 성을 내는 것입니다. 싫어하는 마음은 욕심과 같아서 존재하는 모든 것이 육신을 통하거나 마음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가지게 되는 사라지지 않는 운명의 덫 같은 것입니다.

 싫어하는 것을 악한 마음이나 나쁜 생각에서 일어나는 것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습니다. 더럽고 추한 것을 보고도 싫은 마음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하게 생각될 것이니까요.

 좋고, 싫음은 가려내는 것입니다. 감각기관을 통해 전달되는 수많은 정보를 분별함으로써 임의로 구분 짓는 것이지요. 감각적으로 즐거움을 주니 옆에 두고 싶어 하고 자꾸 모아들입니다. 내가 가진 옷만 보더라도 그렇게 사들인 것이 농 하나에 가득합니다. 개중에는 한철 내내 한 번도 제대로 걸쳐 보지도 않고 지나는 것도 부지기숩니다. 그러면서도 아까운 마음에 나눔을 하거나 버리지도 못합니다. 앞으로 20년만 지나면 다시 유행이 다시 돌아오겠지 하며 자조 섞인 말로 농담처럼 위로 합니다.

 싫어하는 것도 함께하다 보면 좋아지기도 합니다. 집에 오래된 낡은 책상이 있습니다. 협탁도 제각각인데다 모양도 너무 단순하고 여기저기 패인 흔적이나 흠이 많아서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새것을 사려니 돈이 아까워 서재에 두고 위에 천을 덧씌웠습니다. 몇권의 책과 컴퓨터를 올려 낡은 모습을 감추고 나니 새것 같지는 않지만 사용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그렇게 쓰다 보니 어느새 정도 들었습니다.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모두가 마음에 달렸습니다. 마음 가는 데로 좋아졌다 싫어졌다 하는 것이지요. 선입관을 버려야 합니다. 분별하는 마음을 먼저 내세울 것이 아니라 겪어 보고 판단하면 됩니다.

겪어 보기도 전에 좋거나 싫은 것을 단정 지을 필요는 없습니다. 과거의 기억이 그러하다 하더라도 그 기억은 옛것일 뿐이어서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또 과거와는 상황이 바뀌어서 좋거나 혹은 나쁘게 탈바꿈했을 수도 있으니까요.

마음을 비우는 것이라고 해서 뭐 그리 대단한 것인 줄 알았습니다. 좋다 혹은 싫다 하는 것을 미리 단정 짓는 일만 하지 않더라도 마음은 벌써 많이 비워진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마음이 점점 편안해집니다. 문득, 가끔은 하늘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닌데, 하늘을 본 것이 언제인지도 모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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