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거제도 종합 비교 리포트 — 연동형·결선투표제 그리고 그 너머
*작성: 이원영 (국토미래연구소장, 시민인권위원회 공동위원장) + AI Claude Opus 4.8*
*※ 앞서 작성한 「STV 해외 시행 사례 종합 리포트」의 자매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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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들어가며 — 선거제도를 보는 틀
선거제도란 결국 **"표를 어떻게 의석으로 바꾸는가"**의 규칙이다. 같은 민심이라도 이 규칙을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의회의 구성이 완전히 달라진다. 선거제도는 가치중립적 기술이 아니라, 누구의 뜻을 살리고 누구의 뜻을 버릴지 결정하는 권력의 설계도다.
세계의 선거제도는 크게 세 계열로 나뉜다.
- **다수대표제(Majoritarian)**: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쪽이 의석을 가져간다. 단순·명확하나 사표가 많다.
- **비례대표제(Proportional)**: 득표율에 비례해 의석을 나눈다. 대표성이 높으나 정국이 분산될 수 있다.
- **혼합제(Mixed)**: 둘을 결합한다. 연동형과 병립형으로 갈린다.
이 리포트는 각 계열의 주요 제도를 실제 시행 국가 사례와 함께 정리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MMP)**와 **결선투표제**를 중심에 두되, 그 전후의 제도들을 폭넓게 조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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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다수대표제 계열
### 2-1. 단순다수제 (FPTP, 소선거구 단순다수제)
한 선거구에서 1표라도 많은 1인이 당선되는 가장 단순한 방식이다. 영국·미국·캐나다·인도가 대표적이다.
장점은 명확한 지역 대표성과 단순함, 그리고 양당제를 통한 안정적 정부 구성이다. 단점은 치명적인데, 낙선자에게 던진 표가 모두 사표가 되고, 30%대 득표로도 당선되며, 군소정당의 진입이 봉쇄된다는 점이다. "단순다수제는 양당제를 낳는다"는 뒤베르제의 법칙이 작동하는 토양이다. 한국의 지역구 선거가 이 방식이다.
### 2-2. 결선투표제 (Two-Round System, 2차투표제)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상위 후보들을 놓고 2차 결선을 치르는** 방식이다. 당선자가 반드시 과반의 지지를 확보하게 만들어, 정당성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가장 대표적인 나라는 **프랑스**다. 대통령 선거에서 1차 투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상위 2인이 2주 후 결선을 치른다. 하원(국민의회) 선거도 소선거구 2차투표제를 쓰는데, 1차에서 일정 기준(유효표의 12.5%)을 넘긴 후보들이 결선에 진출하는 방식이다. 중남미의 브라질·칠레·아르헨티나 등 다수 대통령제 국가도 결선투표제를 채택하고 있다.
**한국 논의와의 연관성**이 크다. 한국 대통령은 단순다수제로 선출되어, 과반에 못 미치는 득표(때로는 40%대)로도 당선된다.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면 대통령의 민주적 정당성이 강화되고, 1차 투표에서 유권자가 사표 걱정 없이 소신투표를 할 수 있어 다당제가 촉진된다는 분석이 있다. 실제로 프랑스가 1965년 대통령 결선투표를 도입한 뒤 다당제가 발전한 사례가 자주 인용된다.
다만 결선투표제는 **두 번 투표해야 하는 비용·피로**, 그리고 결선 사이의 정치적 합종연횡이라는 단점도 있다.
### 2-3. 선호투표·즉시결선 (AV / IRV)
결선투표의 '한 번에 끝내는' 버전이다. 유권자가 후보에게 순위를 매기면, 과반 득표자가 나올 때까지 최하위 후보를 탈락시키고 그 표를 다음 순위로 이양한다. 별도의 결선 없이 한 번의 투표로 결선 효과를 낸다.
**호주 하원**이 대표적이며, 미국에서 확산 중인 단일선거구 RCV(맘다니의 뉴욕시장 경선 등)가 이에 해당한다. 이는 다인선거구 STV의 '단일선거구 사촌'으로, 순위·이양의 원리는 같으나 비례성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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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비례대표제 계열
### 3-1.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List PR)
**유권자가 정당에 투표하고, 득표율에 비례해 의석을 배분**하는 가장 널리 쓰이는 비례제다. 명부 작성 방식에 따라 둘로 갈린다.
- **폐쇄형 명부(Closed List)**: 정당이 후보 순위를 미리 정한다. 유권자는 정당만 고를 뿐 후보 순서에 개입할 수 없다. 이스라엘, 그리고 한국의 비례대표가 이 방식이다.
- **개방형 명부(Open List)**: 유권자가 정당 안에서 선호하는 후보까지 고를 수 있다. 핀란드·네덜란드·브라질 등이 채택한다. 정당의 공천 권력이 약해지고 유권자 선택권이 커진다.
순수 비례제의 극단은 **네덜란드**(전국 단일 선거구, 봉쇄조항 사실상 없음)와 **이스라엘**(전국 단위 PR)이다. 대표성은 최고지만 군소정당이 난립해 연정 구성이 복잡해지는 경향이 있다.
### 3-2. 의석 배분 산식과 봉쇄조항
비례제의 결과는 '어떤 계산식으로 의석을 나누느냐'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동트(D'Hondt) 방식**은 큰 정당에 다소 유리하고, **생라그(Sainte-Laguë) 방식**은 군소정당에 상대적으로 공정하다(독일이 채택). 또한 대부분의 비례제는 **봉쇄조항(threshold)**을 두어 일정 득표율(독일 5%, 다수 국가 3~5%) 미만 정당의 진입을 막는다. 이 문턱을 둘러싼 다툼이 곧 군소정당 진입의 핵심 쟁점이다.
### 3-3. STV (단기이양식)
다인선거구에서 순위·이양으로 비례성을 달성하는 방식이다. 아일랜드·몰타 등이 채택하며, 별도 리포트에서 상세히 다루었으므로 여기서는 비례제의 한 갈래로만 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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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혼합제 계열 — 연동형과 병립형
다수대표제(지역구)와 비례대표제(정당명부)를 함께 쓰는 방식이다. **둘을 어떻게 결합하느냐**에 따라 성격이 정반대로 갈린다. 이 구별이 한국 선거제 논쟁의 핵심이다.
### 4-1. 연동형 비례대표제 (MMP, Mixed-Member Proportional)
**전체 의석을 정당 득표율에 '연동'시키는** 방식이다. 정당 득표율로 전체 의석수를 먼저 정하고, 그중 지역구에서 얻은 의석을 뺀 나머지를 비례로 채운다. 결과적으로 **의회 전체가 정당 득표율에 비례**하게 된다. 지역구의 인물 대표성과 비례의 정당 비례성을 모두 잡으려는 설계다.
**독일이 원조이자 대표 사례**다. 독일 유권자는 두 표를 행사한다(1표: 지역구 후보, 2표: 주 단위 정당명부). 그런데 독일은 2023년 70년 만의 최대 개정을 단행했고, 2025년 2월 총선에 처음 적용했다. 핵심 변화는 다음과 같다.
- **연방하원 의석을 630석으로 고정**했다(2021년 736석에서 대폭 축소). 지역구는 299개로 유지.
- **초과의석(Überhangmandat)과 보정의석(Ausgleichsmandat)을 폐지**했다. 과거에는 한 정당이 지역구에서 정당 득표율보다 많은 의석을 얻으면 그만큼 추가 의석을 주고, 다시 비례를 맞추려 다른 당에 보정의석을 줘서 의회가 무한정 커졌다.
- 대신 **'제2투표(정당표) 충족' 원칙**을 도입했다. 지역구에서 1위를 했더라도, 그 정당의 정당 득표가 그 의석을 정당화할 만큼 충분하지 않으면 당선되지 못한다. 실제로 2025년 총선에서 지역구 1위 당선자 23명이 이 규정 때문에 의회에 들어가지 못했다.
- 5% 봉쇄조항은 유지하되, '3개 지역구 이상 승리(기본의석조항)' 시 예외를 인정하는 조항은 연방헌법재판소가 2024년 판결로 존치시켰다.
이 개정은 의회 비대화를 막으면서 비례성을 지킨 성공적 사례로 평가되지만, '지역구 1위가 낙선하는' 새 규정의 정당성을 둘러싼 논란이 여전해, 2025년 9월 다시 선거제 위원회가 구성되어 재검토에 들어갔다.
**뉴질랜드**도 중요한 사례다. 1993년 국민투표로 단순다수제를 버리고 1996년부터 MMP를 도입했다. 양당제에서 다당제·연정 정치로 전환한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힌다. 영국의 스코틀랜드·웨일스 의회는 MMP의 변형인 추가의석제(AMS)를 쓴다.
### 4-2. 병립형 (Parallel / MMM, Mixed-Member Majoritarian)
겉모습은 연동형과 비슷하게 지역구와 비례를 함께 쓰지만, **둘을 연동시키지 않고 따로 계산**한다. 지역구는 지역구대로, 비례는 비례대로 의석을 정해 단순 합산한다. 그 결과 **전체 의석이 정당 득표율에 비례하지 않고**, 지역구에서 강한 거대정당에 유리하다.
**일본**이 대표적이며, 러시아도 이 방식을 쓴다. 연동형이 비례성을 '완성'하는 장치라면, 병립형은 비례 의석을 '곁들이는' 데 그친다. 같은 혼합제라도 효과는 정반대다.
### 4-3. 한국의 준연동형과 위성정당 문제
한국은 2020년 21대 총선부터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했다. 비례 의석의 일부에만 50% 연동률을 적용하는 절충형이다. 그러나 결과는 제도의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
거대 양당이 **위성정당(satellite party)**을 만들어, 연동형으로 비례 의석을 거의 못 받게 되자 별도 정당을 세워 비례표를 쓸어담은 것이다(2020년 미래한국당·더불어시민당, 2024년에도 반복). 비례 의석 수가 적고(22대 기준 지역구 254석·비례 46석) 위성정당을 막지 못해, 연동형이 사실상 병립형처럼 작동했다. 전문가들은 연동형 정착의 조건으로 **위성정당 방지, 비례 의석 대폭 확대, 비례제라는 제도적 정체성의 공유**를 꼽는다.
여기에 더해, 2026년 1월 헌법재판소가 비례대표 3% 봉쇄조항에 단순위헌 결정을 내려 그 효력이 즉시 정지되면서, 군소정당의 진입 문턱이 크게 낮아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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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기타·실험적 방식
선거제도의 스펙트럼은 위 세 계열보다 넓다. 참고할 만한 방식들을 짚는다.
- **단기비이양식(SNTV)**: 다인선거구이되 순위·이양이 없는 방식. 한 표만 행사하고 득표순으로 당선된다. 일본이 1994년까지 썼다가 파벌·금권정치의 폐해로 폐지했다. 한국 광주 광역의회 중대선거구가 이 방식이다.
- **누적투표(Cumulative Voting)·제한연기투표(Limited Vote)**: 유권자에게 여러 표를 주되 한 후보에 몰아주거나 일부만 행사하게 하는 방식. 소수자 대표성을 높이는 장치로 미국 일부 지방선거에서 활용된다.
- **보르다 투표(Borda Count)**: 순위마다 점수를 매겨 합산하는 방식. 태평양 섬나라 나우루가 변형을 쓴다.
- **승인투표(Approval Voting)**: 순위 없이 '찬성하는 후보 모두'에 표시하는 방식. 미국 일부 도시(파고, 세인트루이스)가 채택했다.
- **콩도르세(Condorcet) 방식**: 모든 후보를 1대1로 비교해 모두를 이기는 후보를 뽑는 이론적으로 정교한 방식. 공직선거에는 드물게 쓰인다.
- **상위 2인·4인 예비선거(Top-Two / Top-Four)**: 정당 구분 없이 예비선거를 치러 상위 후보를 본선에 올리는 방식. 미국 캘리포니아(상위 2인), 알래스카(상위 4인 + 본선 RCV)가 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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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비교 — 각 제도의 가치 트레이드오프
어떤 선거제도도 모든 가치를 동시에 만족시키지 못한다. 핵심 가치 네 가지가 서로 상충한다.
- **대표성(비례성)**: 민심을 의석에 얼마나 정확히 반영하는가 → 비례제·연동형이 우수.
- **안정성(통치가능성)**: 안정적 단독정부를 만들기 쉬운가 → 단순다수제·병립형이 우수.
- **책임성(지역 대표)**: 유권자가 책임을 물을 지역 대표가 명확한가 → 단순다수제·MMP의 지역구가 우수.
- **단순성**: 유권자가 이해하기 쉬운가 → 단순다수제가 가장 단순, 연동형·STV는 복잡.
단순다수제는 안정성·단순성을 얻는 대신 대표성을 크게 희생한다. 순수 비례제는 대표성을 극대화하나 안정성을 희생한다. 연동형(MMP)과 STV는 이 사이에서 **대표성과 지역 책임성을 동시에 잡으려는** 정교한 절충이며, 그 대가로 복잡성을 감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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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한국에의 함의
한국 선거제 개혁 논의에서 자주 거론되는 선택지는 셋이다.
첫째, **연동형 강화**다. 현행 준연동형의 위성정당 문제를 막고 비례 의석을 늘려 독일·뉴질랜드식 완전 연동형으로 가는 길이다. 의회 전체를 정당 득표율에 비례시키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지만, 위성정당 방지 장치와 비례 의석 확대라는 난제를 풀어야 한다.
둘째, **결선투표제 도입**(대통령)이다. 과반 정당성을 확보하고 1차 투표에서 소신투표를 가능하게 해 다당제를 촉진하자는 안이다. 프랑스 사례가 자주 인용된다.
셋째, **중대선거구 + STV**다. 광주가 마련한 다인선거구라는 그릇에 순위·이양을 부어 비례성을 확보하는 길이다(별도 STV 리포트 참조).
이 세 길은 배타적이지 않다. 그러나 어느 길이든 공통의 장벽이 있다. **현직 의원이 자신을 뽑아준 제도를 스스로 바꿀 유인이 없다는 것**이다. 독일조차 선거제 개정에 시민자문(시민의회)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따라서 한국에서도 선거제 개혁은 의원의 선의가 아니라, **셀프입법 권한을 시민·추첨 시민의회로 옮기는 더 큰 구조 개혁의 일부**로 추진될 때 비로소 현실화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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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핵심 제도 요약표
| 계열 | 제도 | 대표 국가 | 핵심 특징 | 비례성 |
|---|---|---|---|---|
| 다수 | 단순다수제(FPTP) | 영국·미국·캐나다·인도 | 1위 독식, 사표 많음 | 낮음 |
| 다수 | 결선투표제 | 프랑스·브라질 | 과반 정당성 확보, 2회 투표 | 낮음 |
| 다수 | 선호투표(AV/IRV) | 호주 하원·미국 RCV | 한 번에 결선 효과 | 낮음 |
| 비례 | 폐쇄형 명부 PR | 이스라엘·한국(비례) | 정당이 순위 결정 | 높음 |
| 비례 | 개방형 명부 PR | 핀란드·브라질 | 유권자가 후보까지 선택 | 높음 |
| 비례 | STV | 아일랜드·몰타 | 다인선거구 순위·이양 | 높음 |
| 혼합 | 연동형(MMP) | 독일·뉴질랜드 | 전체 의석을 득표율에 연동 | 높음 |
| 혼합 | 병립형(MMM) | 일본·러시아 | 지역구·비례 따로 계산 | 중간 |
| 혼합 | 준연동형 | 한국(현행) | 50% 연동, 위성정당 문제 | 중간 |
| 기타 | SNTV | 일본(~1994)·광주 광역의회 | 다인선거구, 이양 없음 | 중하 |
| 기타 | 상위 2·4인 예비선거 | 미국 캘리포니아·알래스카 | 정당 무관 예비선거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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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맺음
선거제도는 단 하나의 정답이 없다. 각 제도는 대표성·안정성·책임성·단순성이라는 가치들 사이의 서로 다른 선택일 뿐이다. 그러나 분명한 방향은 있다. 한국이 지금 쓰는 **소선거구 단순다수제 + 형해화된 준연동형**은 사표를 양산하고 거대 양당 독식을 굳히는, 대표성이 가장 낮은 조합에 속한다.
그 대안으로 거론되는 연동형 강화, 결선투표제, 중대선거구+STV는 각기 다른 장점을 지니지만, 공통적으로 **민심을 의석에 더 정확히 반영**하려는 시도다. 그리고 이 모든 개혁의 공통 전제는, 게임의 규칙을 정하는 권한을 게임의 당사자(의원)에게서 심판(시민)에게로 옮기는 것이다. 선거제도 개혁은 곧 셀프입법 해체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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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포트는 공개 자료와 보도를 토대로 정리한 것으로, 특히 각국 제도의 최신 개정 사항(독일 2023년 개정, 한국 봉쇄조항 위헌 등)과 통계 수치는 인용·게재 전 최신 자료로 재확인할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