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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주차 일요반

잠자리들의 10월 텃밭풍경

작성자버들|작성시간13.11.01|조회수75 목록 댓글 2

 

 

 오늘은 다들 왜 이리 늦는 걸까요.

기다려도 오지 않는 잠자리들.

이렇게 느긋하게 오는 것을 보니 이제는 심학산 텃밭에 익숙해졌나봅니다.

이제나 저제나 목을 빼고 기다리고 있는데 유성 잠자리 얼굴을 내밀며 들어오네요.

이렇게 반가울 수가….

10시가 다 돼가자 잠자리들 하나 둘 모여듭니다.

식물도 사람의 관심과 정성을 먹고 자라는 법.

잠자리들의 재잘 대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난 듯 배추와 무 잎들이 이제야 반짝반짝 빛나며 반가워하는 듯합니다.

 

 “잠자리들 오늘 우리 고구마 캐고 당근도 뽑을 거예요. 신나게 캐 봐요?”, 

“에이! 캐기 싫어요. 그냥 놀아요.”

“고구마를 캐야 먹을 수 있는데.”, “선생님이 캐면 되잖아요.”

어서 캐러 가자고 할 줄 알았는데 예상했던 반응이 아닙니다. 고구마를 캐러 가자고 해도 엉덩이를 의자에 붙인 채 엎드려서 일어날 생각을 않습니다.

‘얘들아 나도 놀고 싶단다.’ 그렇다고 고구마를 안 캐고 놀 수도 없고 난감합니다.

‘먼저 가면 따라 오겠지.’ 밭으로 갑니다.

그래도 가만히 있는 잠자리들을 일으켜서 앞세우고 아기곰샘 뒤따라오십니다.

 

 잠자리들 무 밭 앞에 있는 파프리카를 갈무리 했습니다.

파프리카 가지를 하나씩 꺾어 들고 양푼에 잎이며 열매를 따 담습니다. 파프리카 가지를 꼬리뼈에 붙이기도 하고 빗자루를 만들어 타며 마녀놀이도 하면서….

다현이 양푼 바닥에 파프리카 잎을 따서 깐 다음 열매를 몇 개 가운데 놓고 새 집에 알을 낳았다며 보여줍니다. 아무도 파프리카로 이렇게 만든 친구가 없다며 생각이 예술이라고 하니 활짝 웃습니다.

 

 “잠자리들 배추 묶으러 가자.”

무 밭을 지나 배추밭으로 갑니다.

오늘은 고구마를 캐기 전에 배추를 묶어주려고 합니다.

날씨가 하루가 다르게 추워지니 추위를 막아주어 배추 속이 꽉 차도록 할 요량입니다

손의 힘과 정교함, 인내를 요하는 활동이라 어린 아이들이 많아서 힘들겠지만 볏짚도 볼 겸 언제 배추를 묶어 보겠나 싶어 무리를 해 봅니다.

아니나 다를까 배추를 묶자고 하니 다들 달아납니다.

 준희와 지호, 인성이는 숲으로 다현이와 혜린이 예나는 하우스로, 민수와 호연이는 어정쩡하니 서 있더니 슬그머니 사라집니다.

수빈이는 짚을 손으로 들었다 놓더니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습니다.

흩어진 잠자리들 살피시느라 덩달아 교장선생님께서도 밭으로 숲으로 하우스로 오르락내리락 바쁜 하루 이십니다.

 

 배추밭에는 정준이 유성이 신영이 만이 남았습니다.

옆에서 지켜보시던 교장선생님, 안타까워 보였는지 거들기 시작하십니다. 건너편에 새싹 선생님도 같이….

배추 묶는 것을 본 유성이 볏짚을 한 주먹 들고 와서 따라 묶네요. 에고! 그런데 팔이 너무 짧아 배추를 모으는 것도 힘이 들고 게다가 볏짚도 너무 두꺼워 낑낑대고 있습니다. 얼른 네 가닥으로 가늘게 묶은 짚을 내밀며 묶어보라고 합니다.

순간 스스로 묶는 방법을 찾아보라고 할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배추를 모으고 유성이는 묶습니다. 그런대 짚을 맞잡아 묶는 손이 서툴러 자꾸만 꼬이고 애써 묶어 보지만 풀리고 맙니다.

또 다시 묶어 보지만 짚이 손에서 쑥 빠지더니 툭 끊어지고 맙니다. 몇 번의 시도 끝에 드디어 성공 유성이 배추를 세 통이나 묶었답니다. 유성이의 배추 묶기 성공담이랍니다.

신영이와 정준이는 몇 번 묶더니 혼자서도 잘 묶습니다. 신영이 흥얼흥얼 신이 나서 묶고 또 묶고….

정준이 배추 묶는 손에 불이 붙었습니다. 당근을 캐러 가자고 하는데도 계속 묶겠다고 하네요. 배추 묶게 자유 시간을 달라고 하면서요.

자유 시간에 더 묶기로 하고 당근 밭으로 갑니다.

 

 “잠자리들 당근 캐자.”

불러도 오지 않는 잠자리들.

기다리다 못해 아기곰샘 숲으로 가서 “다른 친구들이 당근 다 캐면 어떻게 하냐.”며 잠자리들을 부추겨 데려오십니다.

당근을 본 잠자리들 우르르 달려들어 캐기 시작합니다.

얘나 어른이나 가꾸는 것 보다 열매 따는 것을 좋아하는 본능.

잠자리들아? 힘들여 땅을 일구어 뿌린 씨앗에서 빠끔히 싹이 나온 것을 보는 기쁨과 땀 흘리며 풀을 뽑아 주어 쑥쑥 자라는 모습을 보았을 때의 기쁨도 열매를 따는 기쁨 못지않단다.

텃밭에서 나아가 자연에서 자란 잠자리들 언젠가는 땀의 의미를 깨닫고 땀에서 기쁨을 찾을 거라고 믿습니다.

더불어 생명의 경이로움도.

여기저기서 “심봤다.” 소리는 이어지고….

 

 당근을 캔 여세를 몰아 바로 아래에 있는 고구마도 캡니다.

교장선생님께서 고구마덩굴을 걷어 주시니 한결 수월 합니다.

당근 캐는 맛을 본 잠자리들, 고구마 밭에서는 한 녀석도 달아나지 않고 고구마를 캐느라 밭에 딱 붙어 있습니다.

어! 그런데 수빈이가 안 보이네요. 교장선생님께서 하우스 안에 수빈이가 있다고 하십니다. ‘수빈아? 왜 토라졌니?’ 선생님이랑 같이 고구마 캐자고 수빈이 손을 잡고 옵니다. 수빈이의 마음을 달래주려 밑동이 가장 굵은 줄기를 찾아 캐기 시작합니다. 호미로 흙을 긁어내니 둥그런 붉은 볼을 살며시 내미는 녀석, 빛깔과 어울리지 않게 큰 녀석입니다.

“야!” 수빈이의 탄성에 옆에 있던 호연이와 정준이도 와서 거듭니다. 커다란 것이 네 녀석이나 자리 잡고 있네요.

“이건 내 거야.”, 수빈의 말에 “이게 왜 니거야.” 커다란 고구마를 놓고  옥신각신하는 남매.

 옆에 있던 호연이 부지런히 호미질을 하네요. “어! 이제 뽑아도 되겠네.” 호연이 두 손으로 고구마를 잡아당깁니다.

 “에고고! 비틀비틀 엉덩방아를 찧듯 말 듯, 커다란 녀석이 쑥 따라 나옵니다.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호연.

남매는 서로 호미를 부딪치며 아직도 옥신각신 중.

“이것은 수빈이가 캐고, 정준이는 그 옆에 있는 것을 캐자.”라고 하니 정준이 오빠답게 양보합니다.

 옆에서는 신영이 흥얼흥얼 고구마를 캐고 있습니다.

“야! 얘도 크다.” 그 말에 유성이 “누나, 내가 도와줄까?” 둘이 이마를 맞대고 부지런히 손을 놀립니다. 입도 쉬지 않고 놀리면서….

“유성아, 여기 좀 더 파봐.”, “알았어.”, “뽑아 볼게.”, “누나, 더 파야겠다.”, “그래 내가 파볼게.”

 이 때 유성 왈! “얘네가 그러겠다. 야! 너네 너무하는거 아냐?”라고요. 절로 웃음이 나옵니다. 고구마 입장이 되어 깊이 들어 있는 고구마를 억지로 캐내는 것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나 봅니다.

둘의 대화에 살짝 끼어듭니다.

“너희 환상의 커플인데.”라고 하니 신영이 “연상의 커플이에요.”라고 해서 고구마밭은 한 동안 웃음바다가 되었답니다.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준희 웬일로 진득하니 앉아서 고구마를 캐고 있네요. “선생님 고구마가 잘 안 나와요.”라고 하면서….

‘깊이 있긴 하구나.’

고구마를 하나 둘 양푼에 담을 때마다 입 꼬리가 살짝 올라가는 혜린이와 예나, 다현이와 인성이는 오늘 기운이 없어 보이네요. 고구마를 몇 개 캐고 사라졌어요. 지호도 안보여요.

 

 “야! 큰 벌레다.”

도윤이의 함성과 함께 작은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소동의 주인공은 박각시나방 애벌레입니다.

일명 깨벌레라고 하는 벌레인대 크기가 장정 엄지손가락만 하고 더듬이 까지 뾰족한 게 두 개나 있어서 저도 사실 이 녀석만은 볼 때마다 오싹 하답니다. 잠자리들도 놀라 선뜻 아무도 잡으려고 하지 않네요.

장갑도 꼈겠다. 용기를 내어 잡아 보여주며 도윤이에게 내 밉니다. 잠깐 멈칫 하던 도윤이 괜찮다고 하니 용기를 내 손바닥을 펴서 받습니다.

잠자리들 “안 물어요?” 라며 뒷걸음질 칩니다.

 

 오랜만에 온 민수도 묵묵히 캡니다. 양푼이 차고 또 차고 여러 차례 바구니에 갔다 담습니다. 내친 김에 고구마밭 한 귀퉁이에 봄에 다 뽑아버리고 아쉬워서 한 뿌리 남겨 둔 돼지감자(뚱딴지)까지 캐는 행운을 누려봅니다. 오늘 오길 잘 했답니다.

잠자리들 자기가 직접 캔 고구마를 가져가고 싶다고 해서 가장 큰 것으로 하나씩 골라 새싹선생님 손을 빌려 담습니다.

새싹선생님이 안 오셨다면 오늘 어떻게 활동 했을지 고맙기 그지없습니다.

 

 작은 고구마밭

땅콩밭 옆에 심어 놓은 작은 고구마 밭으로 가서 또 캐기 시작합니다.

언제 왔는지 준희와 지호도 와서 얼굴만한 고구마를 캤습니다.

그래도 고구마는 캐고 가서 다행이다. 두 잠자리.

 

 고구마가 든 바구니를 몇몇 잠자리들과 같이 들고 약수터로 갑니다.

물이 손끝에 닿으니 잠자리들 “앗! 차가워”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계절의 변화는 물을 만지는 손끝에서 가장 민감하게 느껴지나 봅니다.

차가운 물에 씻어서일까요? 고구마 빛깔이 한겨울 추위에 뛰어 논 아이의 볼처럼 불그스레한 것이 유난히 선명합니다.

고구마를 씻던 준희 “선생님이 씻어요.”라며 냅다 씻던 고구마를 던지고 총총 사라집니다. 그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나와 아기곰샘과 한참 웃습니다.

씻은 고구마를 들고 오니 연기가 모락모락, 교장선생님께서 고구마 구울 불을 지피고 계십니다.

잠자리들은 제각각 약수터에서, 불 옆에서, 밭에서, 숲에서, 하우스에서 자유로운 한 때를 보내고 있습니다.

오늘따라 더더욱 자유로운 잠자리들.

 

 오늘은 소녀 잠자리들과 숲길을 걸으며 데이트를 했습니다.

씻은 고구마를 들고 하우스로 왔는데 진이 묻은 손을 본 수빈이 깨끗이 씻어야한다며 약수터에 가지고 합니다. 약수터에 가고 있는데 예나가 따라 오더니 “제가 어디 갔는지 아세요?”라며 뭔가 얘기를 하고 싶은 모양입니다. 고구마 줄기를 따고 있는 잠자리들과 아기곰샘의 이야기를 듣느라 예나 말을 못 듣고 약수터로 갑니다.

 

 약수터 가는 길

수빈이 자기는 차타고 가다 내려서 응가를 했답니다.(언제 적 이야기인지) 그러면서 응가가 지저분하다고 합니다.

“고구마는 어디서 자라지?”, “흙에서요.”

“흙의 밥은 뭘까?”, “음!….”, “흙의 밥은 똥, 오줌, 나뭇잎이나 풀 썩은 것들이야.”

“똥을 흙이 먹는 다고요?”, “그래. 똥을 먹은 흙에서 고구마가 자라지.”

나란히 걸으며 이야기는 이어집니다.

“수빈이 아까 캔 고구마 뭐 닮았어?”, “임산부요.” 아니 어찌 이 어려운 단어를 알았지.

양 끝은 가는데 가운데만 볼록 나와서 그렇답니다.

 

 손을 씻고 오니 기다린 듯 예나 서성대고 있습니다.

“제가 어디 갔는지 아세요?”, “그래. 너무 궁금하다. 예나가 어디 갔었는지.”, “와 보세요.”

둘이 손을 잡고 텃밭 입구 오른쪽 등산로를 가로 질러 숲으로 올라갑니다.

“예나 여기서 뭐했는데?”, “새총 만들었어요.”,

“누구랑?”, “인성이랑 혜린이 언니랑 다현이 언니랑요.”

“새총 뭐로 만들었는데?”, “나무로요.”

자기는 나뭇가지를 가지고 오고 언니가 새총을 만들었는데 진짜 날아갔다며 말하는 목소리에 뿌듯함과 흥분이 배어나옵니다.

이 얘기를 들려주고 싶었나 봅니다.

음! 배추 묶을 때 너희들은 새총을 만들며 놀았구나.

 

 하우스 안, 혜린이 생강처럼 생긴 것을 보고 뭐냐고 묻습니다. 뚱딴지라고 하니 “꽃이 해바라기처럼 생겼고 노란색이었는데.”라고 합니다.  "뚱딴지 꽃을 기억하고 있었구나."

혜린이와 같이 고구마를 먹기 위해 손을 씻으러 약수터로 갑니다.

약수터 가는 길 옆, 잠자리들 여름에 올챙이를 잡던 웅덩이를 본 혜린이,

“물이 다 말라버렸네. 올챙이들은 어디로 갔어요?”

올챙이가 어떻게 됐을까?”라고 되 물으니 “개구리가 돼서 숲으로 갔나?”라며 자문자답합니다.

“숲에서 뭐할까?”, “음! 혹시 약수터로 간 거 아닐까요?”,

“그래? 한 번 가서 보자.” 종종 걸음으로 앞서거니 뒷서거니 약수터로 갑니다.

“혜린아? 개구리 있니?”, “아니요.”

“혹시 추워져서 겨울잠 자러 들어간 건 아닐까?”라고 이야기를 나누며 숲길을 거닙니다.

 

 솔솔 풍겨오는 고구마 익는 냄새에 군침이 고이고 꼬르륵 소리가 진동합니다.

오늘은 유난히 소리가 큽니다. 잠자리들의 자유로움만큼.

고구마를 먹기 전 당근을 동그랗게 잘라 한 입씩 먹습니다.

‘어! 당근을 이렇게 잘 먹을 수 있나?’, 잠자리들 하나같이 맛있다며 당근을 잘도 먹습니다. 빨리 달라고 재촉까지 하네요.

그 사이 찐 고구마와 군고구마가 오고 신영이 고구마를 으깨어 당근을 잘게 잘라서 섞습니다.

요리 제목은 고구마 무스랍니다.

어떤 맛일지 궁금하시죠?

맞은편에 앉은 도윤이도 덩달아 따라합니다. 집에서는 안 먹는다는 당근을 이렇게 잘 먹을 수가 있다니….

혜린이는 고구마는 안 먹고 당근만 먹고 있습니다.

“혜린아 고구마도 맛있다. 한 번 먹어봐.”

교장선생님께서 호일에 싸서 구우면 알루미늄이 묻어 나온다며 그냥 불에 넣어서 구워 조금 타기는 했지만  정성이 곁들인 고구마여서인지 맛도 건강도 만점인 맛난 고구마입니다.

냠냠! 쩝쩝! 잠자리들 모처럼 다 같이 앉아서 먹고 있네요.

입 안 가득 베어 문 고운 꽃분홍빛에 노란 속살을 가진 달콤한 고구마처럼 잠자리들의 마음도 오늘 하루 그러하지 않았을까요?

 

 재원아, 감기는 다 나았니?

태연아? “언니 안 왔어요?”라면서 수빈이가 너를 찾았는데 다음에는 대현이 오빠랑 같이 와서 배추랑 무 뽑고 신나게 놀자.

지호는 여전히 호미로 땅을 파느라 바쁘구나.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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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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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happy girl | 작성시간 13.11.04 아... 엄마가 보지 못하는 3시간여동안 남매는 저리도 투닥거렸을까요... 수빈이의 응가 이야기는 정말 언제적 기억을 끄집어낸건지 궁금하고, 강아지똥은 그렇게 재미나게 읽어놓고 실제로는 지저분~ 이케 말하니 똥이 얼매나 서러울까 싶네요.. ㅎㅎ
  • 답댓글 작성자버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3.11.05 투닥거림도 사랑스런 남매랍니다.
    그 또한 재미있는 광경이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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