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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주차 토요반

고구마..줄넘기 그리고 세상 어디에도 없는 군고구마

작성자삼백초|작성시간13.10.30|조회수65 목록 댓글 0

  하늘은 높고 푸르고 말은 살찌는 풍요의 계절입니다.

이 아름답고 은혜로운 계절의 한모퉁이에서 또 다시 즐겁고 신나는 어린농부들과의 만남입니다.

민진이 지아와 지윤이, 유림이 그리고 루리와 도아, 수민이와 수연이가 함께 하는 날입니다. 아, 가인이도 왔네요. 총 9명이 저와 새싹 샘과 함께 즐거이 웃는 하루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올해 우리 고추들은 계절을 잊은 듯 하네요. 주렁주렁이란 말이 이런거겠죠? 빠알갛게 익지는 않지만 온몸의 기를 모아 우리 어린농부들에게 아낌없이 열매를 내어 주네요. 참으로 그지없는 사랑입니다. 언듯 지난번에 고추 맛을 보다가 아주 크게 혼났던 루리의 모습에 미소가 지어집니다. 루리의 고추 트라우마가 오래가질 않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대신에 지아가 고추의 참맛을 보고 있군요. 한 개 두 개 여럿을 먹어보네요. 고추 먹는 어린 지아가 참으로 고아 보입니다. 수연이에게도 권해봤지만 고개만 절래절래 흔드네요.

한소쿠리 그득하게 고추를 땄습니다. 집에 가서 맛있는 울트라 친환경 고추를 가족들과 나눠 먹는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혹 못생겨서 슬쩍 버리시는 부모님은 아니 계시리라 믿습니다.~~ㅋㅋㅋ

  옆에 망연히 서있는 가지나무에도 앙증맞은 가지들이 몇 개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있군요. 역시 바구니에 담아 봅니다.

  우리반의 고구마가 다른반에 비해 양이 참으로 적네요...ㅠㅠ

그래도 정으로 키운 녀석들이라 정성껏 캐봐야겠지요. 미리 제가 고구마 덩굴을 걷고 줄기는 다 따서 하우스에 가져다 놓았네요. 줄넘기용 줄기는 따로 준비해 놓구요. 호미를 들고 땅을 마구 긁어 봅니다. 고구마 숨바꼭질입니다. “머리카락 보인다 꼭꼭 숨어라~~” 정말 안보이네요...ㅠㅠ 삽으로 땅을 뒤집어 보니 이제야 조금씩 머리카락이 보입니다.~~ㅎㅎ

  가인이 수연이 수민이 도아와 루리 지윤이와 지아 민진이 유림이가 열심히 구슬땀은 안나지만 호미질과 삽질을 합니다. 이번의 고구마는 다른 밭보다 깊숙이 몸을 감추고 있군요. 덕분에 어린농부들 허리가 부러집니다. 그래도 만족할만큼은 아니지만 적절한 양이 나왔네요.

 

  고구마줄기를 들고 산자락 공터로 갑니다. 줄기를 하나씩 손에 쥐어주니 자연스레 줄넘기를 합니다. 민진이가 깡충깡충 잘도 넘습니다. 너도나도 줄을 들고서 줄넘기를 하네요. 아이들에게 자연의 무엇인가를 가지고 놀이를 한다는 것은 소중한 경험입니다. 돈으로 사온 물건이 아닌 자연속에서 얻은 자연물로 내가 무엇인가를 해본다는 것.

  단체줄넘기도 해봅니다. 민진이와 지아와 수연이가 노래를 불러줍니다. “꼬마야 꼬마야 뒤를 돌아라 돌아서 돌아서 땅을 짚어라......” 도아도 수민이도 민진이도 잘도 넘습니다.

지아도 수연이도 루리도 비록 어린 몸이지만 나름 최선의 발돋움을 해봅니다. 깡~총~깡 총!!

산언덕을 오릅니다. 엉덩이 흙 미끄럼을 타봅니다. 우리 어린농부들 엉덩이가 온통 흙빛입니다. 엄마~혼내지 말아주세요..가인이는 새옷이라고 그랬는데.....

 

  이제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최고의 군고구마를 구워야겠지요. 심학산의 오솔길을 따라 바구니를 옆에 끼고 오솔길을 걷습니다. 저는 이시간이 참 정겨워서 좋습니다. 산자락의 나무들이 가을을 노래하고 누렇게 익어가는 들풀들이 얼굴과 옷깃을 간질이며 멀리 산새들이 먹이를 찾아 우는 정겨운 시간. 그리고 어린농부들의 맑은 얼굴이 환하게 산기슭을 밝히는 소중한 한 때.---오래오래 어린농부들의 맑은 미소와 오버랩되면서 기억의 한편에 간직될 것 같습니다. 우리 소중한 어린농부들도 삼백초와 함께 심학산 약수터 오솔길의 추억이 아름다운 어린 날의 빛바랜 사진으로 기억되길 바랍니다.

 

  차가움이 느껴지는 약수물로 고구마를 깨끗이 다듬어 소쿠리에 담아봅니다. 맑은 약수물위로 작은 무엇인가가 허둥대고 있어요. 아주 덩치가 커다란 귀뚜라미입니다. 바가지로 구조(?)하여 땅위에 내려 주었습니다. 그런데 기력이 약해 보입니다. 인공호흡이라도 해주어야 하나요? 어린농부들과 한참을 들여다보다가 산자락으로 돌려 보내주었습니다. 제발 기운 차리고 자연으로 돌아가기를 빌면서......

 

  세상에서 젤 맛있는 군고구마를 기대하며 호일로 감싸고 불을 지핍니다. 지윤이는 오늘 기운이 없어보이네요. 군불이 활활거립니다. 어린농부들이 작대기를 하나씩 들고 불씨와 연기와 사투를 벌입니다. 연기란것이 마냥 그렇듯이 사람이 가는 쪽으로 달려갑니다.

  연기가 심학산 아랫자락을 휘감습니다. 누군가 소방서에서 달려올 것 같다고 말을 하네요. 누군가는 연기 때문에 구름이 많아 진것 같다네요.---참 다양하고 소박한 생각들이십니다.~~ㅎㅎ

  그렇게 장작불과 너울대며 장난하는 사이에 고구마는 노랗게 익어갑니다. 우리 어린농부들의 기억의 단편에 이곳의 추억도 노오랗게 익어가겠죠?

 

  한꾸러미씩 한아름 농작물을 들고 가는 어린농부들의 모습이 보기에 좋습니다. 오늘도 좋은 추억을 만들어준 자연에, 어린농부들에게, 새싹샘께, 댄브님께 그리고 모두모두에게 감사한 맘을 빚지고 갑니다. 담에 소중한 추억으로 되갚을 것을 속으로 다잡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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