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3주차 일요반

땅강아지들의 텃밭풍경(9월 대체활동)

작성자버들|작성시간13.10.16|조회수100 목록 댓글 0

 찬 이슬이 내린다는 한로도 지나 공기는 점점 차가워지고….

새삼, 절기에 따른 계절의 변화에 경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심학산 텃밭에 도착하니 싸늘한 아침 공기에 무도 배추도 파르르 떨고 있는 듯 하네요.

순간 ‘땅강아지들 활동하는데 춥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추위를 견디며 일교차가 큰 곳에서 자란 무와 배추가 더 단단하고 달지.’라는 생각에 이르니 무, 배추가 땅강아지들 얼굴로 바뀝니다.

 

 싸늘한 아침 공기를 가르며 맨 먼저 나타난 서희와 성범 남매.

한 달 건너서 손꼽아 기다리던 만남이라 더욱 반갑네요.

두 땅강아지, 이제는 익숙한 발걸음으로 밭으로 갑니다.

잠시 후, 아기곰샘이 솎아서 버린 무를 들고 오시는데 뿌리가 두 갈래로 갈라진 모습을 보고 성범땅강아지 사람 같다고 하네요. “그럼 얼굴을 그려줘 볼까?”하니 무 몸에 매직으로 눈, 코 입을 그려주어 미소 지으면서 바라봅니다. 내친 김에  방망이처럼 생긴 기다란 동아박도 따 와서 얼굴을 그려주어 박도 사람의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답니다.

어떤 재료이든 다 아이들의 놀잇감이자 살아 있는 학습도구이지요.

 

 드디어  밭으로 갈 시간입니다. 먼저 무 밭으로 갑니다.

무, 밭을 덮고 있는 초록잎 아래 하얀 몸을 감추고 ‘나 여기 있어요. 찾아보세요.’하며 숨바꼭질하듯 숨어 있네요.

잎을 들어 무를 땅강아지들에게 보여주니 “야!”하면서 하나 둘 허리를 구부리고 바라보는 모습이 하하! 무 따라 땅속으로 들어가겠네요.

무를 본 선우 땅강아지 “무 씨 요만 했는데.”라며 엄지와 검지를 붙여 들어 보입니다.

땅강아지들, 생명의 경이로움은 무밭에서 느껴보았답니다.

 

 “땅강아지들 벌레 찾아볼까?”, “이 벌레는 뭐예요.”, “글쎄.” 벼룩잎벌레 이름이 머릿속에서 가물거리며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땅강아지들, 다음에 꼭 알려주마.

“여기 배추흰나비애벌레있다.” 하니 땅강아지들 “어디요?”하면서 쪼르르 뛰어오네요.

곤충에 관심이 많은 태윤 땅강아지, 배추벌레를 잡아 손바닥에 올려놓고 흐뭇해합니다.

오늘 어린농부학교에 처음 온 상윤 땅강아지도, 벌써 애벌레 한 마리를 들고 있네요.

‘상윤아? 너 오늘 처음 온 거 맞니?’

“배추벌레 색이 초록색이네.”, “사람들로부터 보호하려고 그러죠.” 우진 땅강아지의 거침없는 반응입니다.

 

 무 밭 앞, 봄에 심어놓은 파프리카를 뽑아버리기가 아쉬워 몇 주 남겨 두었는데 여름에는 시원찮던 것이 처서가 지난 뒤 주렁주렁 열려 제법 크게 자랐습니다.

“땅강아지들 파프리카 따서 집에 가져가자.”하니 서영땅강아지 제일 먼저 쪼르르 와서 빨갛게 익은 파프리카 하나를 냉큼 따서 씩 웃으며 내밀어 보입니다. 손이 두 개인 것이 아쉬운 서영땅강아지.

저 쪽을 보니 소은땅강아지 벌레가 무서워 울상을 하고 꼼짝 않고 서 있습니다.

“소은아, 이리와. 같이 파프리카 따자.”며 데려와 몇 개를 따니 얼굴이 펴지네요.

온 밭을 제 집처럼 총총 뛰어 다니며 노니는 지환땅강아지, 파프리카를 가방에 넣는 것을 보니 자기 몫은 잘 챙깁니다.

 

 “이제 배추밭으로 가 볼까?”

땅강아지들, 앞장서서 배추밭으로 뛰어갑니다.

배추밭에 가보니 몇 주 전보다 많은 벌레들이 배춧잎 위에 살고 있습니다.

배추 잎 위에 까만 반점처럼 딱 달라붙어 있는 벌레를 보며 상윤 땅강아지 “무슨 벌레예요?”, “무 잎벌레.”라고 알려줍니다.

무 잎벌레를 잡아 손바닥에 올려놓고 고개를 들어 보니 상은 땅강아지 옆에 와서 유심히 살펴보네요. ‘상은아 너는 벌레 무서워하지 않는구나.'

이어지는 태윤 땅강아지의 말 “저건 뭐야?” 땅강아지들 합창으로 “어디?”, “저기 땅에 기어가는 것.”, “아! 저거 늑대 거미야.” 새로 탄생한 곤충박사 선우 땅강아지의 대답이랍니다.

하하! "늑대거미래." 한바탕 웃음보따리가 터집니다.

이 때 저쪽에서 들려오는 아기곰샘의 목소리 “배추가 세쌍둥이다.” 이 말에 다들 우르르 몰려가 “와!” 하는 눈빛이 반짝이는 별빛입니다.

한 포기에 생장점이 세 개인 배추 보셨나요?

이렇게 재미나는 놀이터와 살아 있는 학습장이 어디 또 있을까요?

 

 “땅콩 캐러 가자. 땅강아지들”, “ 땅콩 어디 있지?”, “여기요.”

오호! 이제 잎을 보고도 땅콩을 구분 할 수 있게 된 땅강아지들, 제법이죠?

“줄기를 잡고 쭉 뽑아 보세요.”라며 땅콩을 뽑아 올려보이자 너도 나도 줄기를 잡고 뽑습니다.

어! 그런데 지난번처럼 땅콩이 쑥 따라 올라오지 않네요. 밖으로 나오기 싫은지 땅콩 줄기가 뚝뚝 끊어져 흙 위에 줄 지어 서 있지 뭐에요.

호미를 들고 땅콩을 캐는 땅강아지들, 그 모습이 마치 보물을 캐는 것 같습니다.

땅콩을 캐는 모습도 점잖은 재원 땅강아지, 땅굴을 파고 있는 호준, 우진 땅강아지.

“줄기 아래 땅콩이 있다.”라고 말하자 줄기를 찾아 이리 겅중 저리 겅중 바삐 움직이는 땅강아지들,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내는 기쁨이 더 큰가 봅니다.

“선우야 뭐하고 있니?”, 흐! 웃으며 양푼을 보여줍니다. 안을 보니 땅콩은 몇 개 안되고 지렁이가 꾸물대고 있지 뭐예요.

“지렁이 집은 어딜까?”, “땅이요.” 질문의 의미를 알고 있는 선우 땅강아지 나중에 다 흙으로 돌려보내주었답니다.

그런데 옆을 보니 지환 땅강아지도 땅콩은 안 캐고 서 있네요. 양푼 안을 들여다보니 고구마잎 위에 달팽이가 놀고 있고요.

언제 고구마 잎을 따서 달팽이를 올려놓았담.

묵묵히 땅콩을 캐던 서희 땅강아지 “휴! 이제 땅콩 씻으러 가요?”라며 일어서네요.

그 말이 마치 해질녘 하루 일을 끝낸 농부의 말처럼 느껴집니다.

 

 넝쿨 강낭콩도 땄지요.

넝쿨을 따라 마디마디 달린 기다란 강낭콩을 잎과 줄기를 헤쳐 가며 찾는 모습이 보물찾기하는 것 같습니다.

재빠른 호준, 양푼 가득 차 가네요. 손이 모자라 “버들 들어봐요.”라며 자꾸 저에게 맡기는 서영, 부지런히 까서 앞주머니에 담는 재원, 주머니 배가 불룩합니다. 집에 가서 관찰 할 거라고 하네요.

옆에서 깐 강낭콩을 본 지환 땅강아지, “어! 얼룩말 콩이네.”라고 하지 뭐예요. 하얀 바탕에 보라색 줄무늬가 있는 모양을 보고 지어준 이름이랍니다.

지환이 답죠?

 

 서희 땅강아지 말 따라 다들 땅콩이 든 양푼을 들고 숲길을 따라 약수터로 갑니다.

쭈그리고 앉아 도란도란 애기하며 씻는 모습이 다람쥐들의 수다 같습니다.

커다란 양푼에 옮겨 담아 빙 둘러 앉아 조물조물….

마지막까지 앉아서 고사리 손으로 땅콩을 건져내는 성범, 태윤, 시현. 재원, 서희.

둥둥 떠다니는 아직 여물지 않은 애기 땅콩까지도 소중히 담는 다섯 땅강아지들.

건져 낸 땅콩이 들어 있는 바구니를 맞잡아 들고 있는 상은, 소은 자매.

농사의 마지막은 갈무리랍니다.

바지런한 어린농부들 사랑스럽죠?

 

 약수터 가는 길 옆 산비탈.

약수터에서 바라보니 잽싸게 땅콩을 씻고 숲을 노닐던 땅강아지들, 놀이터를 발견했습니다.

기다란 바위가 산비탈에 기대어 누워 있고 옆으로 사람이 오르내린 흔적이 있는 꽤 넓은 맨살이 들어난 흙이 있는 곳, 그 옆으로 소나무와 작은 신갈나무가 서 있네요. 무슨 일인지 상윤 땅강아지 바위를 끌어안고 낑낑! 올라갑니다. 뒤 따라 선우 땅강아지 바위를 붙들고 매달려 있더니 다시 힘을 내 발을 바위에 붙이고 끙! 힘을 주어 올라갑니다. 올라가서 씩 웃는 웃음의 의미는 뭘까요?

흐! 하며 호준 땅강아지 가볍게 올라갑니다.

나도 할 수 있다며 지환 땅강아지, 바위를 오르기 시작합니다. 오르는 게 아니라 아예 붙들고 서 있네요. 오른발을 올려보고 왼발을 올려보고 제자리에서 바위장구치기를 반복합니다.

그러더니 잠시 후 내려와서 두리번두리번하다가 아예 옆 흙 비탈로 기어 올라가지 뭐예요. 쭈르륵 미끄러지기를 몇 차례, 드디어 올라갔습니다. 지환이 뒤따라 기어 올라가는 땅강아지들, 흐흐! 개미들의 행렬이 따로 없습나다.

‘지환아? 언제 내려왔니?’ 그 새 미끄럼을 타고 내려온 지환이 뒤를 이어 땅강아지들 신이 나서 쭈르륵 내려옵니다. 내려오다 걸리면 두 발에 꾹 힘을 주어 바닥에 붙인 다음, 엉덩이를 쭉 밀고 그러다 바닥에 꿍하고 엉덩방아를 찧어가면서….

이를 지켜보던 서영 땅강아지도 기어 올라갑니다. 비록 도움을 받아 올라가긴 했지만 씩 웃는 표정 좀 보세요.

엉덩방아를 찧어도 미끄럼틀놀이는 계속되고 산비탈은 매끈매끈, 엉덩이는 화끈화끈…

오늘도 아이들 자연 속에서 한 뼘 두 뼘 커가겠지요.

 

 작은 소동도 있었습니다.

산비탈을 오르내리던 무리들, 땅콩가족 만들기를 마치고 손 씻으러 가는 길.

아직도 여운이 남았는지 다시 미끄럼틀 위로 올라갑니다.

“어! 뱀이다.”상윤 땅강아지의 고함에 “어디?”, “없는데.” 애들의 합창이 이어집니다. “아주 작아.”

“어떻게 생겼는데?”, “머리가 세모야 동그라미야?”, “그건 몰라?”아이들의 말을 계속되고….

이 때 살짝 끼어듭니다. “우진아? 머리가 세모면 어떤 뱀인데?”, “독이 있어서 물면 위험하죠.”, “둥그런 것은?”, “물어도 괜찮죠.”    허허! 잘도 아네요.

잠시 후, 선우 땅강아지 제 키보다 더 큰 막대기를 들고 “본대를 보여주자.”라고 외치자 뒤이어 후렴으로 장단을 맞추며 숲으로 뛰어가는 땅강아지들.

심학산 숲은 ‘본대를 보여주자’는 소리가 메아리가 되어 쉬지 않고 들려옵니다.

이리저리 둘러봐도 뱀은 오간데 없습니다.

 

 씻은 땅콩을 들고 하우스로 가는 길.

태윤 땅강아지, 바람처럼 달려 살금살금 다가가서 푯말 위에 앉아 있는 잠자리를 살짝 잡습니다. 벌서 네 마리째랍니다.

밭 한 귀퉁이를 수놓고 있는 두 땅강아지, 누구네 밭인지 고추를 살짝 따오는 것을 보며 “우리 밭 아닌데”라고 하니 씩 웃으며“엄마가 고추를 좋아해요.”라고 말하는 효녀 서영과 지환이, 종종 걸음으로 고추를 가방에 담습니다.

밭 주인님, 두 아이 아직 여섯 살이랍니다. 내 밭 네 밭 구분 할 수 있을 때까지 우리 기다려 주어요.

 

 하우스안, 땅콩가족 만들기 놀이를 하는 사이 콩 익어가는 냄새가 솔솔 풍겨오네요.

날 땅콩은 하나 같이 맛이 없다던 땅강아지들 찐 땅콩은 잘도 먹습니다.

“귀퉁이 뾰쪽하게 나온 데를 손으로 꼭 눌러봐”라며 땅콩을 쉽게 까는 방법을 알려주니 딱 벌어지는 모습에 신기해하며 자꾸자꾸 손이 갑니다.

에고! 시현땅강아지는 아직 손힘이 약해서 아무리 눌러도 안 벌어지네요.

몇 개 까서 입에 넣어주니 맛있다며 오물모를 먹는 모습에 흐뭇해집니다.

“어! 소은아, 너 파프리카 먹는 거야?”, “소은이 파프리카 좋아해?”, “아니요.”, “그런데 왜 먹어?”, “맛이 궁금해서요.”

놀라운 발견입니다. 비록 곤충과 벌레는 무서워하지만 파프리카 맛이 궁금한 호기심 많은 소은이.

“야! 소은이 용감한데, 맘먹으면 무슨 일이나 잘 할 수 있겠네. 아무도 안 먹는 파프리카를 먹다니, 채소 잘 먹으면 감기도 잘 안 걸리고 튼튼해진다.”라고 하니 입 꼬리가 살짝 올라갑니다.

 

 아이들 하나하나가 작은 우주이지요.

우주 안에는 자기만의 무수한 이야기와 가능성을 담고 있고요.

그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가능성을 펼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어른들의 몫이겠지요.

사랑한다, 땅강아지들.

다음 주에 또 보자.

석민아, 윤재야, 소희야, 다음 주에는 꼭 와서 고구마도 캐고 고구마줄기로 줄넘기도 하며 신나게 놀아보자.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