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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차 일요반

땅강아지들의 10월 텃밭풍경

작성자버들|작성시간13.10.25|조회수103 목록 댓글 0

 땅강아지들을 만나러 가는 길.

심학초등학교 앞 삼거리를 지나려는 찰라, 맞은 편 차선에서 마음 급한 아저씨 갑자기 좌회전합니다.

순간 꽝!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속담을 되새기고 마음을 다스리며 텃밭으로 향합니다.

텃밭에 도착하니 9시 36분, 땅강아지들과 가족들이 먼저 와서 북적대는 하우스 안으로 들어가자니 살짝 멋쩍어지면서, 한편으론 아이를 데리고 체험을 오신 부모님의 마음이 되어봅니다.

 ‘웅성거리는 하우스 안, 어린농부학교에 와서 처음 만난 다른 아이들과 그 부모들, 몇 번 만나서 안면은 있지만 데면데면한 만남은 이어지고, 강사들은 가끔 내 아이 이름을 헷갈려하는 것 같고….’

고백합니다. 한 해 두 해 해를 더해갈수록 기억력이 떨어지네요. 연이어 이틀만 만나면 외울 수 있는 이름을 한 달에 한 번 몇 시간 만나서 아이들 이름을 익히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이름을 불러주는 것은 관심의 첫 표현인데….

여름이 지나고서야  다 외웠답니다. 비록 이름을 외우는 것은 힘들지만 아이들에 대한 이해와 사랑은 더 깊어가고 있음에 위안을 삼습니다.

 

 무 밭으로 가서 “잘 있었니?”하고 인사를 합니다. 일주일 만에 다시 만나니 더 반갑네요. 선우 땅강아지 무를 보고“조금 더 자란 것 같네요.”라면서 “안녕 무야.”라고 인사를 합니다. 태윤 땅강아지 무 잎에서 벼룩잎벌레를 발견하고 뭐냐고 묻습니다.

드디어 지난주에 알려주지 못한 벼룩잎벌레 이름을 알려주었습니다.

 

 오늘은 무 밭 앞에 있는 파프리카를 갈무리 했습니다. 땅강아지들 손에 봉지를 들고 파프리카 잎이며 아직 어린 파프리카를 따서 담습니다. 서영 땅강아지 큰 파프리카만 잘도 골라 땁니다. 서희 땅강아지 “장보는 것 같다.”며 자기는 장보는 것을 좋아한답니다. 그 말을 하는 얼굴에 빛이 납니다. 성범 땅강아지도 “엄마가 좋아하겠다.”라며 자기 손바닥만 한 파프리카 잎을 쭉 당겨서 따는 손놀림이 누나 못지않습니다. 파프리카 가지를 꺾어 하나씩 들고 서서 잎을 따 담으니 봉지 배가 볼록해 오네요. 상윤 땅강아지, 여치를 잡아서 살피느라 파프리카 딸 손이 없습니다.

 

  배추밭에도 인사하러 갑니다.

“너희들 지난주보다 구멍이 더 뽕뽕 뚫렸구나.”라고 서희 땅강아지 배추에게 말을 겁니다.

배춧잎에서 지난주에도 본 무잎벌레를 발견한 땅강아지들 이름을 묻고 또 묻고….

무잎벌레가 손등을 타고 올라가는 모습을 하얀 이를 드러내놓고 바라보는 선우 땅강아지, 그 모습을 지켜보는 석민, 세영, 태윤 땅강아지들도 하얀 이를 드러내놓고 있네요. 보고 또 봐도 신기하고 재미있나 봅니다.

 저 쪽에서 아기곰 샘과 소희 상은 땅강아지 빙 둘러서서 엉덩이를 하늘로 치켜들고 무얼 그리 보고 있을까요?

서영과 서희땅강아지의 마음은 벌써 당근 밭에 가 있습니다. 어서 당근 뽑으러 가자고 제 손을 잡아끌고 가네요.

 

 땅강아지들 손에 이끌려 당근 밭으로 갑니다.

당근 줄기를 잡고 쑥 뽑아봅니다. 에고! 그런데 줄기만 뚝 끊어지고 당근은 밖으로 나올 생각을 않네요.

땅은 거짓말을 않는다는 말이 실감나는 당근밭, 사람들의 발길로 다져진 밭에 양분까지 부족하니 딱딱하기 만한 땅, 게다가 해도 빨리지는 곳이라 ‘당근이 자라는데 참 힘들었겠구나.’하는 생각을 하니 살짝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그래서인지 당근들이 하나같이 손가락만하네요.

 그래도 땅강아지들 신이 나서 호미를 들고 당근을 캐기 시작합니다. 줄기가 끊긴 당근 주변을 살살 긁어주니 주황빛 머리를 삐죽 내미네요. 땅강아지들 너나 할 것 없이 쭈그리고 앉아 “야! 당근 보인다.”, “애기 당근이다.”, “안 캐져요.”라면서 하나라도 더 캐려고 호미질 하는 손은 바쁘기만 합니다.

무밭이나 배추밭에서는 이리 뛰고 저리 뛰어다니던 땅강아지들, 당근 밭에서는 하나같이 쭈그리고 앉아 엉금엉금 기어 다니는 모습이라니….

캔 당근을 바구니에 담고 호미를 들고 고구마 캐러 갑니다.

 

 여기는 고구마밭.

무성한 줄기들이 거미줄처럼 밭을 뒤덮어 그 안에 사는 생물들에게는 정글이나 다름없습니다. 줄기를 걷어 낫으로 자르면서 둥글둥글 말아 밭 아래로 밀어 보내니 갑자기 민둥밭이 드러납니다. 고구마 줄기 밑동이 굵은 게 여러 갈래로 자란 것이 ‘꾀나 큰 녀석들이 나오겠구나.’ 하는 기대로 설렙니다.

 고구마줄기를 다 걷지도 않았는데 달려들어 캐기 시작하는 땅강아지들, 고구마 따라 땅속으로 들어갈 듯 등을 구부리고 앉아서 캐는 모습이 마치 꼬마 오름 무리 같습니다.

 

 한 쪽에서 들려오는 말, “그렇게 캐면 상처가 나잖아?” 알려주지 않아도 스스로 터득한 땅강아지반의 가장 큰 서희, 고구마 주변 흙을 호미로 파서 캐라고 알려줍니다. 어린 땅강아지들도 자연 속에서 하나 둘 터득해가겠지요.

 심상치 않은 녀석 발견, 줄기 밑동이 굵은 것이 보통 녀석이 아니겠다싶어 옆에 있던 땅강아지들을 부릅니다. 소은, 세영, 선우, 태윤이가 와서 줄기 주변 흙을 파내기 시작합니다. 아니나 다를까 아이 머리만한 둥글고 커다란 고구마가 얼굴을 내밉니다. 순간 땅강아지들 눈이 번쩍 빛나고 고구마 주변 흙을 웅덩이에 물 퍼내듯이 긁어냅니다.

호미들도 신이 나서 쨍그랑 쨍그랑….

“흙을 더 파내.” “한 번 뽑아봐.”, “내가 할래.”, “에이! 안 나오네.”, 다시 흙을 파내기 시작하내요. “옆에 또 있다.” “어! 또 있다.” 커다란 것이 네댓 개가 떡 하니 들어 앉아 있지 뭐예요.

세영이와 태윤이 같이 쑥 뽑더니 고구마와 함께 그만 뒤로 벌러덩 넘어지고 맙니다. 그래도 좋아서 헤헤!

드디어 밖으로 나온 꽃분홍빛의 고구마, 세영이 일어서서 고구마를 치켜드니“야! 머리만 하다.”는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옆에 있던 선우도 쭉 뽑아 치켜들며 함박얼굴로 “야! 공룡 같다.”라는 목소리가 훨훨 날아갑니다.

호미 끝에서 불꽃이 튀고 고구마 밭은 그야말로 흥분의 도가니입니다.

 계속되는 고구마 캐기에 어린 땅강아지들 힘이 들었던지 허리를 펴고 서네요. 소희 땅강아지 뿌듯한 표정으로 서서 “나 여섯 번 담았다.”고 하니 석민 땅강아지 “나는 열 번 번 담았다.”라고 합니다. 이 말을 듣던 호준 땅강아지 씩 웃습니다. ‘정말 열 번 담았니?’라는 표정으로….

양푼에 가득 캐서 여섯 번 바구니에 담았다는 얘기랍니다.

 

  고구마를 캐다보니 흙 속에 하얀 애벌레가 보입니다. 감자나 고구마 밭에 많은 굼벵이네요.

“땅강아지들, 새끼 굼벵이다.”라고 하니 평소 같으며 우르르 몰려왔을 텐데 고구마에 온통 마음을 빼앗겨 고개만 쑥 빼고 “어디요?”라고 하네요. 곤충에 관심이 많은 태윤이와 선우, 세영이 만이 쪼르르 옵니다. 굼벵이를 건네받은 태윤이 그만 놓치고 맙니다. 이리저리 찾아도 굼벵이는 보이지 않고 살짝 실망한 선우와 세영.

잠시 후 고구마를 캐던 태윤이 “굼벵이 찾았어요.”라며 가지고 옵니다. “이게 풍뎅이 애벌레다.”고 하니 “그래요.”라며 반가운 눈빛을 보냅니다.

 

 이제 고구마 밭이 다 뒤집혔습니다. 허리를 펴고 일어서는 땅강아지들 벌써 배가 고프다고 하네요.

아기곰 샘도 힘들다며 양푼을 깔고 앉으십니다. 그 옆에 저와 함께 상은이와 서희도 나란히 양푼을 깔고 앉아서 잠시 숨을 고르며 쉽니다.

고구마 줄기에 붉은 뿌리가 달려있는 것을 보며 이 뿌리가 통통하게 살이 쪄서 고구마가 되는 거라는 얘기도 나누면서요.

 

 약수터로 가서 고구마와 당근을 씻습니다.

고구마가 커서인지 씻으면서 얘기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큽니다. 동글한 모양에 기다란 뿌리가 달려있는 고구마로 소희와 소은이 손에 올려놓고 “찍찍 고구마 좀 주세요.”라며 쥐 흉내도 내봅니다. 끝까지 앉아서 씻는 소희, 소은, 상은, 태윤, 성범, 세영, 서희의 손에서 꽃분홍빛 고구마 빛깔은 더 없이 곱기만 합니다.

석민이는 지난 주에 다  딴 넝쿨강낭콩을 어디서 찾았는지 하나 따 와서 까고 있네요.

숲에 관심이 더 많은 호준이와 선우, 상윤, 서영이는 고구마는 씻는 둥 마는 둥, 그 새 지난주에 놀았던 산비탈로 가서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습니다.

 

 씻은 고구마와 당근을 들고 하우스로 갑니다.

날 고구마와 당근을 조금씩 잘라 맛을 봅니다. 땅강아지들, 고구마와 당근을 한입 베어 물더니 얼굴을 찌푸리며 맛이 없다며 안 먹겠다고 하네요. 태윤이 날고구마 맛이 밤 맛 같다고 합니다. 소은이 혼자만이 당근이 맛이 있다며 계속 집어먹습니다.

 

 숲 아래 밭 공터에서는 연기가 모락모락….

교장선생님께서 땅강아지들에게 군고구마의 맛을 보여주기 위해 불을 지피고 계십니다.

씻은 고구마를 호일에 싸서 불구덩이로 옆에 갖다 놓고 고구마줄기놀이 준비를 위해 줄기의 순을 따러 가도 불 옆을 떠나지 않는 서희와 상은, 상윤, 교장선생님을 도와 검불을 긁어 불 위에 넣으며 고구마가 익기를 고대합니다. 활활 타오르는 불속에서 고구마가 한창 익어가고 있을 즈음, 갑자기 상윤이 약수터에 가서 물을 떠와 불을 끄겠다고 하네요. 불을 지피면서 교장선생님과 무슨 얘기가 오고 갔기에…

 

 숲에서 고구마줄기로 줄넘기도 하고 림보도 하며 신나게 놀고 있는데 고구마가 다 익었다고 부르시네요.

고구마 먹으러 가는 길, 삽질을 하고 있는 선우에게 고구마 먹으러 가자고 하자 "농부는 일을 해야죠.", 라고 말합니다.

"농부도 먹어야 일을 하지."라고 답하니 자기는 일을 더 해야한답니다.

하하! 농부 다 됐네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찐고구마,  반을 뚝 자르니 노란 속살이 그지 없이 예쁩니다. 호! 불어 한 입 베어 무니 입안에서 살살 녹네요.

땅강아지들도 찐 고구마 맛이 꿀맛이라며 누구하나 자리를 뜨지 않고 호호 불어 가면서 먹습니다.

군고구마를 좋아한다는 서희, 까만 숯검정을 손에 묻혀 가면서 잘도 까서 먹네요. 먹고 또 먹고…. ‘그래서 불 옆을 떠나지 않았구나.’

손에 숯검정이 묻는 것이 싫어서 군고구마를 안 먹는 땅강아지들을 위해 쉬지 않고 까주시는 새싹선생님들, 덕분에 땅강아지들 군고구마도 맛나게 먹었답니다.

 

 감사해야 할 분들이 많습니다.

맛있는 고구마를 먹을 수 있게 해 주셔서.

교장선생님과 새싹선생님, 고구마를 심고 가꾼 우리 땅강아지들.

무엇보다 땅과 비, 바람과 햇살을 주신 자연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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