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가을날입니다.
하나 둘씩 어린농부들이 밭으로 도착하네요.
환한 미소를 가득 감고 인사하는 여찬이..
언제나 활기찬 개구쟁이 지환이는 웬일로 아빠 바지가랑이 잡고 쑥스러워하는군요...요녀석
오늘 처음 만난는 준오씨
그리고 오늘도 조금 늦은 용범이 용찬이 형제.....
나머지 3명은 4주차에 오신다네요....
이렇게 적은 인원으로(5명) 오늘 수확을 생각하니 머리가 띵해집니다...ㅠㅠ
그나마 용범이 용찬이 형님들이 늦게 오시는 바람에 우리 어린 동생분들 3명이서 강낭콩(원래 강낭콩은 덩굴성이 아니고 덩굴성 강낭콩은 붉은 강낭콩인듯 합니다.)을 하나씩 까서 양푼에 담아봅니다. 콩의 색상이 너무 고와서 아이들이 좋아합니다. 지환이는 주머니에 가득 담습니다...ㅎㅎㅎ
여찬이는 꼬투리를 깐 강낭콩알을 여기저기에 심는군요. 언제나 싹이 나오려나? 참 재미있게 여러가지 말들을 하면서요.
깐 풋 붉은강낭콩 맛을 봅니다. 지환이가요. 조금 씹더니 얼굴을 찌푸리며 뱉어내고 마네요. 저는 조금 비리긴 하지만 오래 씹으니 고소하던데요.----끝까지 맛을 음미해 봐야 진정한 맛을 느낄 수가 있지요.
준오도 열심히 콩 꼬투리를 거둡니다. 벌레가 먹은 꼬투리는 정확하게 골라냅니다. 꽤나 많은 양의 붉은강낭콩을 수확했네요. 그동안 밭의 다른 식물들에게 그늘을 제공해서(?) 미움을 받던 녀석인데 가을이 되니 그래도 나름 고맙게도 자신의 몸을 내놓는군요. 이게 농사의 기쁨이지요.
옆에 자리한 고추들도 거둡니다. 서로가 왕고추를 땄다고 자랑을 합니다. 우리밭의 고추들은 정말로 강인한 생명력을 보여줍니다. 다른 텃밭들의 고추들은 장마를 못견디고 고사하셨는데 우리 고추들은 가을의 끝까지 자신의 존재감을 우감없이 드러냅니다.
용범이와 용찬이도 도착하여 일손을 돕습니다.
용범이의 경작 본능이 많은 도움을 줄것입니다.
고구마를 삽과 호미로 수확합니다. 덩굴을 거둬내자 여기저기에 고구마의 덩이줄기 꼭지가 보입니다. 준오와 지환이가 서로 캐보려고 경쟁을 하네요.
제가 든 삽에 가끔 고구마가 찍혀 나오기도 합니다. 역시 용범이가 많은 힘이 됩니다. 땅속의 고구마가 모습을 보이면 용범이가 모아 양푼에 담습니다. 준오는 자신이 찾은 고구마를 자신 앞에 가지런히 모으고 있구요. 여찬이는 벌레와 지렁이 사냥중입니다.
아 그 커다란 애벌레 이름이 박가시 애벌레라구요....참으로 밭에서 별스런 벌레들을 많이도 만나보네요. 우리 벌레애호가이신 지후양께서 직접 내방하시어 품평을 하십니다.----징그러워 못만지겠다구...ㅋㅋㅋ
이곳저곳에서 커다란 고구마가 모습을 드러내면 환호성이 터집니다. 사진에 보면 삽에 찍혀 나오시는 고구마와 커다란 고구마의 모습이 보이죠.(고구마순은 제가 미리 거둬 놓았습니다.)
약수터의 시원한 물로 고구마를 샤워시켜 호일로 감싸 산나뭇가지로 구워봅니다.
날이 좋아 밑불이 잘 붙는군요.
활활 타오르는 장작불속에서 고구마가 잘 익어갑니다. 뜨거운 고구마를 호호 불어 농부들 입에 넣어 주니 엄지를 저절로 들어 올립니다. 단언컨데 이보다 맛있는 고구마는 없을것입니다......ㅎㅎㅎ
오늘도 어김없이 경작물 경매가 시작됩니다. 적은 인원이 참여하면 힘은 좀 들지만 개인에게 돌아가는 경작물이 많아집니다. 오늘도 비닐주머니가 찢어질 듯 많을것 같군요.
커다란 갓 1포기와 호박만한 고구마들
싱싱한 고추들
무늬가 아름다운 붉은강낭콩
한움큼의 고구마순
마지막으로 잘 자라서 보기좋은 상추다발
오늘도 풍성한 수확을 가져다 주신 흙과 벌레들과 심학산의 기운에 감사드리며 한껏 부풀은 봉지들을 머리높이 들어올려 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