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노년의 향기/청주교구 내덕동 주교좌성당 한영교 말지나
‘주님을 부르던 날’
유은정 마리아 청주 Re. 명예기자
무더웠던 여름이 언제 끝나나 싶었는데 어느새 우리 곁으로 성큼 찾아온 가을! 맑고 높은 하늘을 바라보니 마음이 너무 평온해진다.
특별히 할 말도 없는데 이렇게 찾아왔냐고 부끄러워하시며 반갑게 맞이해 주신 한영교 말지나(74세) 자매는 개신교를 다니다가 17살 때 수안보성당에서 세례를 받았다.
“옆집에 어르신부부가 살고 계셨는데 15살 때 성당에 나가고 싶다고 하니 이제야 기도의 응답을 받았다고 기뻐하시며 제 손을 잡고 성당으로 데리고 가셨어요. 그때는 외국 신부님께서 라틴어로 미사를 하는 시절이었고, 입교해서 교리문답 하나라도 틀리면 세례를 주시지 않으셨죠. 여러 가지 사정으로 2년이나 걸려 세례를 받고 19살 때 견진을 받았어요.”
23살이 되던 해에 결혼을 해서 강원도 장성에서 신혼생활을 하였다. 외인가정으로 시집을 갔기 때문에 주일을 지키면서 신앙생활을 하기에 힘든 점이 많았다고 하신다.
“본의 아니게 거짓말을 하고 성당에 간 적도 있었어요. 그렇게 기도하면서 살다보니 남편뿐만 아니라 시부모님들까지 권면하여 영세를 받게 되었고, 특히 자식들(2남1녀) 중 딸이 수녀원으로 들어가 종신서원 받고 수도자로 잘 살고 있으니 이보다 더 기쁜 일이 어디 있겠어요.”
45년 넘게 활발한 레지오 활동
1972년 장성성당 일치의 모후 Cu. 직속 바다의 별 Pr.에 입단하여 1985년부터 Pr. 부단장 3년, 단장 6년을 하면서 5년 근속상 수상도 받게 되었다. “겨울에 눈이 무릎까지 와도 새벽에 일어나 산을 넘어 새벽미사에 참례하고, 배당받은 활동을 하기 위해 2시간이상 활동을 하였어요. 성가대, 구역부 봉사도 하면서… 많이 배우지 못한 제가 어떤 행사에서 주교님 앞에서 브리핑을 했던 일도 있었죠. 지금은 옛날처럼 활동하라면 못할 것 같은데 그때는 어떻게 했는지 생각해보면 하느님께 너무 감사해요.” 무엇보다 3개 팀을 분가 시킨 적도 있다고 한다. 이렇게 활발하게 활동을 하시다가 1994년 청주로 이사를 왔다.
사직동 성당 성실하신 동정녀 Cu. 직속 자비의 모후 Pr. 으로 전입하여 Pr. 부단장 4년, 단장 6년을 2번이나 간부직을 맡아 계속 활동하였다. 1년여 동안 단원 구성이 어려웠던 시기가 있었는데 성모님께 간절히 기도하면서 4간부가 더욱 단합하여 활동하니 단원이 늘어 팀이 해체되지 않았던 일, 2006년 제20회 찬미 예수님의 날에 25년 이상 한 결 같이 하느님을 찬미하며 거룩한 전례를 위하여 헌신하였다고 하여 상을 받았던 일, 2015년 청주교구 레지오 도입 60주년 행사 때 30년 이상 레지오 정신으로 성모님의 순명과 겸손을 본받아 장기 근속하였다고 근속패를 받았던 일 등을 생각해보면 주님께 감사드릴 일만 있었던 것 같다고 한다.
2015년 내덕동으로 이사를 하여 나이도 있고 해서 이제 간부를 맡지 않으려고 했는데 주교좌성당(주임신부 최광조 프란치스코) 장미의 모후 Cu. 단장이 사랑의 모후 Pr. 단장을 맡아 이끌어 나가달라는 말에 지금까지 단장으로 단원 6명과 함께 활동하고 있다.
매주 목요일 성모병원 1층에서 안내봉사를 하신지도 20년 이상이 되었다고 한다. 미리 일찍 오셔서 아픈 환자들의 빠른 쾌유를 바라며, 봉사자들은 병원을 찾는 모든 사람들에게 얼굴 찌푸리는 일이 없도록 정성을 다해 봉사할 수 있도록 자비를 달라는 지향을 가지고 미사참례 후 봉사를 시작하신다고 한다.
“병원에 방문하시는 분들 중에 간혹 안 좋은 말을 하시는 분이 계신데 그럴 때 많이 속상해요. 그렇지만 수고하신다면서 인사하는 분들을 만나면 기분이 좋아져서 속상했던 마음들을 떨쳐버리게 되더라고요. 이 봉사를 언제까지 하게 될지 모르지만 다리에 힘이 있을 때까지 계속 다닐 겁니다.” 라며 웃으신다.
하느님과 성모님을 한 순간도 잊지 않도록 맑은 영을 청해
노래를 잘 부르실 것 같은데 어떤 성가를 좋아하시는지 물어보았다.
“성가 18번 ‘주님을 부르던 날’, 212번 ‘너그러이 받으소서’, 423번 ‘천년도 당신 눈에는’ 이라는 성가를 좋아합니다. 가사를 보면 내 마음 같기도 하고, 때론 위로를 받기도 해서 자주 불러 보곤 합니다.”하시며 내친김에 옛날 생각하시면서 ‘주님을 부르던 날’을 불러주셨다.
말지나 자매님은 매일 새벽 4시30분이면 일어나 기도를 하신다고 한다. 어떤 기도들을 하시냐고 물어보았더니 기도문들을 꺼내 보여주신다. 기도는 하다보면 점점 늘어난다는 말이 문득 생각이 났다.
“크게 아프지 않고 이렇게 걸어 다닐 수 있도록 지켜주시는 주님이 계셔서 정말 행복합니다. 긍정적으로 좋은 생각만 하고, 나이가 들면 들수록 많이 내려놓고 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주님을 모르고 살았다면 지금까지 살 수 없었을 거예요. 주님께서 이렇게 먹고 살 수 있도록 해주셨는데 욕심 부리지 않고 살아야지. 그리고 중국에 있는 딸 엘리사벳 수녀님을 위해 기도합니다. 무엇보다 내가 죽을 때까지 맑은 영을 주셔서 하느님과 성모님을 한순간도 잊어버리지 않도록 늘 기억하게 해 달라고 기도합니다.”라고 말씀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