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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묵상.강론훈화

열아홉 번째 순례 - 영동 사도 성 안드레아 성당

작성자뿌리깊은나무|작성시간26.06.08|조회수24 목록 댓글 0

열아홉 번째 순례

영동 사도 성 안드레아 성당

 

신성근 신부(문화유산교육지도사)

 

포도가 익어가듯 신앙을 익혀 온 공동체

 

충청북도의 남쪽 끝자락에 자리한 영동은

포도의 고장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포도는 하루아침에 익지 않습니다.

신앙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포도송이처럼 익어 가는 공동체를 만날 수 있습니다.

바로 영동 사도 성 안드레아 성당입니다.

 

천막에서 시작된 믿음 공동체

 

영동 본당은 포도 한 송이의 성장 과정과도 닮아있습니다.

195673일 옥천 본당에서 분가·설립되었으며,

주보성인은 사도 성 안드레아입니다.

 

분가 당시 미군 부대로부터 천막을 얻어

사제관과 임시 성당으로 사용하였습니다.

오늘날처럼 웅장한 건물은 없었지만,

그 천막 아래에는

하느님을 향한 믿음이 있었습니다.

신자들은 어려움 속에서도

함께 기도하며 공동체를 이루어 갔습니다.

그리고 이듬해인 1957년 마침내 성당을 완공하게 됩니다.

 

영동 본당의 시작은 건물이 아니라 믿음이었습니다.

교회는 건물보다 먼저 사람들의 신앙 안에서 태어납니다.

 

먼저 불림을 받은 사도 안드레아

 

사도 안드레아는 예수님의 첫 제자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그는 주님을 만난 뒤,

가장 먼저 형제 시몬 베드로를 예수님께 데려갔습니다.

안드레아는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다른 사람을 주님께 인도하는 역할을 하였습니다.

영동 본당을 세운 초기 신자들의 모습도 그러했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이름을 남기려 하지 않았습니다.

다음 세대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였습니다.

천막 성당을 세우고,

믿음의 터전을 마련하였습니다.

우리가 누리는 신앙 역시

그런 이름 없는 안드레아들의 헌신 위에 서 있습니다.

 

하느님의 뜻은 어디에 있었을까?

 

처음 공동체가 자리 잡았던 곳은

지금의 위치가 아니었습니다.

당시에는 영동읍 외곽에 가까운 곳이었습니다.

 

오늘날 영동 읍내가 성장하여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지만,

당시에는 대부분 걸어서 성당에 다니던 시절이었습니다.

신자들이 오가기에 적지 않은 불편이 있었습니다.

 

결국 공동체는 신자들이 쉽게 성당을 찾을 수 있도록

읍내 중심지로 이전하기로 하였고,

현재의 자리에서 새로운 성당을 건립하게 되었습니다.

 

이 역사를 바라보며 문득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느님의 뜻은 처음 자리였을까,

아니면 지금 자리였을까?"

어쩌면 답은 둘 다일 것입니다.

 

처음 자리에도 하느님의 섭리가 있었고,

지금 자리에도 하느님의 섭리가 있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장소가 아니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신앙 공동체였습니다.

 

교회는 때로 건물을 새로 짓고,

때로 자리를 옮기고,

때로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합니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하느님 백성의 믿음입니다.

 

하느님의 뜻은 건물보다 사람 안에 있으며,

장소보다 공동체 안에 있다는 사실을

조용히 들려줍니다.

 

포도밭이 가르쳐 주는 신앙

 

포도는 서두르지 않습니다.

충분한 시간이 지나야 달콤한 열매를 맺습니다.

너무 일찍 따면 신맛이 강하고,

너무 늦으면 제맛을 잃습니다.

 

신앙도 그렇습니다.

때로는 실패를 통해,

때로는 아픔을 통해,

때로는 기다림을 통해 성장합니다.

 

영동 본당 역시 천막 성당에서 시작하여

많은 세월을 지나며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사제와 수도자,

신자들의 기도와 희생이 켜켜이 쌓여

지금의 공동체를 이루었습니다.

 

마치 한 송이 포도가 무르익어 향기를 내듯,

영동 본당 공동체도

오랜 세월 동안 믿음의 향기를 익혀 온 것입니다.

 

신앙의 향기를 남기는 공동체

 

영동성당은 천막에서 시작된 믿음이 성장한 자리이며,

이름 없는 신앙인들의 희생이 살아 있는 자리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세대가

그 믿음을 이어 가고 있는 공동체입니다.

 

포도나무가 해마다 새로운 열매를 맺듯이,

앞으로도 새로운 신앙의 열매를 맺어 갈 것입니다.

 

사도 안드레아가 그러했듯
먼저 주님을 만나고,
또 다른 이들을 주님께 이끌 것입니다.

그리고 영동의 포도가 세월 속에서 익어가듯
이 공동체도 믿음으로 영글어
세상에 복음의 향기를 전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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