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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노바가 사랑한 여자 (51)

작성자미숙이엄마|작성시간26.06.08|조회수101 목록 댓글 0

카사노바가 사랑한 여자 (51)

 

카사노바가 사랑한 여자 (51)


기분 탓인지 몇 잔 들이켜지도 않았는데, 대환은 취기가 올랐다.

규휘가 집을 나간 후로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해 쌓였던 피곤이

지금 한꺼번에 몰려오는 듯 했다.

더는 앉아있기가 힘들어 대환은 슬쩍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그냥 이대로 호텔에 가서 잠을 청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한 그는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타고 자신이 묵고 있는 호텔로 왔다.
막 로비를 들어서며 꺼져 있는 걸 알면서도,

혹시나 하여 규휘에게 전화를 걸었다.

역시나 그의 예상이 빗나가지는 않았다. 

대체 언제쯤 마음을 정리하고 돌아올는지 궁금하고 답답하여 미칠 것만 같았다.

깊은 한숨을 내쉬며 연체동물 마냥 흐느적거리는 그의 몸이

힘겹게 그가 묶고 있는 객실로 올라왔다.

막 문을 열고 들어섰는데,

여자의 진한 향수 냄새가 흘러나왔다.
규휘에 대한 간절한 마음에 너무 예민한 탓일까?

‘혹시….’하는 기대가

대환의 심장을 한 없이 뛰게 만들었다.

제발 규휘였으면 바라는 그의 앞으로 잘빠진 각선미의 실루엣이 나타났다.
“규휘야!”
반가운 마음에 소리쳐 규휘의 이름을 불렀으나, 대답이 없었다.

대환은 지금 저 여자의 모습이 환상인가 하며

눈에 힘을 주어 다시 뚜렷이 바라보았다.
순간 믿을 수 없다는 그의 눈빛이 날카롭고 매섭게 변하였다.

그의 앞에서 속이 들여다보이는 슬립 한 장만 입고 있는 여자는 다름 아닌 김이은이었다.

도대체 저 미친 여자가 이곳엔 어떻게 들어와 있는지를 따져 묻기도 전에 

대환이 이은에게 격앙된 음성으로 커다랗게 소리쳤다.

그가 바라던 규휘가 아니라는 사실에 더욱 화가 나

그의 목소리는 전에 없이 무뚝뚝하고 건조했다.
“나가!”
“나갈 것 같으면 들어오지도 않았어요.”
“대체 왜 이렇게 사람 질리게 만들어? 말로 해서는 안 통한다. 이건가?”
이은을 한 대 때릴 기세로 다가온 대환은

한 손으로 이은의 목을 조여 오며 그녀를 벽으로 몰아붙였다. 

이런 여자의 몸에 손을 대는 것조차도 끔찍했지만,

이은의 숨통을 끊어 놓고 싶을 만큼 그의 화는 몹시도 부피가 컸다.

그렇지만 이은은 조금도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뉴스 마치고, 칵테일 한잔 생각나서 이곳 바에 잠시 들렸다가, 당신도 생각이 나서요.”
대환의 거친 행동에도 당당하게 이은은 제 할 말을 내뱉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대환은 쓸데없이 미친 여자와 말을 섞느니 

차라기 그가 이곳을 조용히 나가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은의 목에 가 있는 손아귀에 힘을 풀고 제자리로 돌려놓았다. 
“마지막 경고야. 또다시 내 앞에서 알짱대면 네 아나운서 생활 끊어 놓지!”
“후후. 대환 씨 손에 의해 끊기는 밥줄이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 같군요.”
“제정신이 아니군. 네가 이 방에서 나가지 않는다면 내가 나가지.”
어차피 오늘만 묵고 내일은 혼자라도 집으로 들어갈 생각이었다.

좋은 호텔 방이라고 해도 규휘의 흔적이 없는 이곳은 낯설기만 했고,

더욱 그녀의 생각만 간절했다.
자신의 협박에도 아랑곳 않고,

오히려 그의 말을 비비 꼬아 즐기는 이은을 두고 뒤돌아 막 나가서는데

이은이 그의 앞으로 다가와 양팔을 벌리고 섰다.
“멈춰. 당신 여기서 한 발짝도 못 나가.”
“그럼 네가 나가. 아니면 비켜!”
“날 잡아두는 것이 좋을 걸요.

내가 지금 이 차림으로 밖에 나가면 과연 어떠한 일들이 벌어질까요?”
잠시 대환이 어이없어하는 그 사이에

이은이 그의 품으로 달려들어 자신의 입술을 포개왔다.

순식간에 그녀는 대환의 윗입술을 핥았다.
낯선 여자의 감촉에 멍하게 당하고 있던 대환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자신을 훑어 내리는 이은의 입술을 힘주어 물어버렸다.

그리고 품에 안긴 그녀를 손으로 힘껏 밀어냈다.

저만치 밀려나가 바닥에 주저앉은 이은의 입술에서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입 주위를 손등으로 문지른 이은이

묻어난 피를 보고는 소름 끼치게 웃으며

자신이 입고 있던 슬립을 억지로 찢어발겼다.

군데, 군데 강제로 찢긴 흔적이 난무하는 모습에

이번엔 이은이 매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당당하게 그에게 물었다.
“지금 내 행동이 무얼 뜻하는지 알아요?”
“날 강간범으로 몰 생각인가?”
“당신 와이프가 끔찍이도 싫어하는 날 장대환 씨가

강제로 범했다면 규휘의 표정이 어떠할까요?”
대환의 얼굴 가까이 다가온 이은이 눈을 내리깔며 사악하게 물어왔다.

대체 자신에게 무얼 얻고자 이렇게 늘러 붙는지

도무지 앞에 있는 미친 여자의 행동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해서 네가 얻는 것이 뭐가 있어?”
“바로 당신. 또 이규휘와 이혼. 그리고 김이은과 결혼.”
너무도 터무니없는 말들을 당연하게 뱉어내는 이은에게

대환은 아무 할 말도 생각나는 것이 없었다.

그저 이 미친 여자에게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진심을 다해서 날 꼭 안아줘요.”
말을 마침과 동시에 이은이 다시 대환의 품 안으로 파고들었지만,

좀 전처럼 그는 방심하지 않고 달려든 이은을 저지시켰다.
여자의 몸이 이렇게 불쾌하고 닦아내어도 끈 적 지근한 느낌은 처음이었고,

또 자신의 몸에 여자의 몸이 닿을까 봐 두려운 마음마저 들었다.

언제 또 미친 여자가 손을 뻗어올지 몰라 대환은 경계 태세를 늦추지 않았다.

그의 허락 없이 마음대로 이은을 이곳에 들이게 한

호텔 직원에까지 화가 미치기 시작했다.

둘 다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고 마음먹은 그의 귓가로

듣기 싫은 이은의 음성이 흘러들었다.
“왜, 날 거부해요? 내가 그렇게 여자로서 매력이 없나요?

날 안아달라고 했잖아요! 날 안으라고요.

진심을 다해서 날 꼭 안으란 말이에요! 어서요!”
자신을 피하는 대환의 모습에 화가 난 이은은 발악도 모자라

이제는 스스로 찢어발긴 슬립을 벗어버렸다.

그녀의 몸에 걸쳐진 거라곤 브래지어와 팬티가 전부였다. 
“두려워하지 말아요. 날 안아도 된다고 했잖아요.

당신 마음이 시키는 대로 솔직하게 반응하라고요.

본심을 숨기지 말아요. 풍만한 내 가슴이 탐나지 않아요?

탄력 있는 내 몸매 당신 것으로 만들고 싶지 않아요?

나, 그 누구에게도 내 몸을 허락한 적 없어요.

오로지 당신에게만 내 처음을 주고 싶어요. 그러니까 어서 날 안아줘요.”
몸이 달아오른 이은은 대환을 향해 필사적으로 자신을 안아달라고 애원하였다.

하지만 대환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온몸을 던져 매달리는 자신의 모습에도 시큰둥한 그에게

이제는 화가 나기 시작했다.

결국 이은의 손이 브래지어 훅으로 돌아가더니 이내 그것을 풀러 내렸다.
“당신 와이프 강태준이랑 이곳 객실로 올라가는 거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봤어요.

그 두 사람 당신 눈 피해 매일 은밀한 밀회를 즐기고 있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당신이 날 안아도 괜찮아요.

규휘에게 미안한 마음 가질 필요 없어요.”
“마음이 시키는 대로 솔직하게 반응하자면 당신 목 비틀어 버리고 싶어.

제정신이 아닌 여자와는 이제 더 이상 마주하고 싶지 않아.

막무가내로 벗고 달려드는 당신이 너무도 끔찍하고 무섭군.”
미쳐도 저 정도는 아닐 것이다.

돌아도 저 지경은 아닐 것이다.

말도 통하지 않고,

상식도 통하지 않는 저 여자를 대체 어찌해야 하는 것인가?

자신과의 몇 번의 우연한 만남을 토대로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이은이

이제는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

정말 끔찍하게 무서운 여자라는 생각에 온몸에 소름이 돋아났다.

더 이상 이곳에 지체하고 싶지 않아

대환은 이은을 두고 방을 빠져나왔다.

그의 등 뒤로 앙칼진 이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후회할 거야. 반드시 후회하게 될 거야.

당신이 짓밟은 오늘의 내 모습을 똑똑히 기억해 둬. 결코 가만두지 않아.”
승강기를 타고 내려온 그의 발걸음이 빠르게 프런트로 향했다.

남 녀 직원 서너 명이 있는 곳으로 가 대환은 대뜸 화부터 내었다.
“누구 허락받고 저 미친 여자 내 방에 들여놓았나?

이곳의 총지배인을 불러와. 당장!”
“네? 저희는…”
“변명은 필요 없어. 당신들 상사와 얘길 하지!”
“고객님! 무슨 문제라도 있으십니까?

전 이 호텔의 지배인 김석구라고 합니다.”
화가 난 대환의 목소리에 안에서 지배인이라는 자가

그의 앞으로 걸어 나와 정중히 물었다.

지배인이 이번엔 직원들에게도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그의 물음에 직원 한 명은 대환의 눈치를 살펴가며 자초지종을 설명하였다.
“죄송합니다. 저희 직원이 큰 실수를 범 했습니다.”
간부가 머리를 조아리자 그제야 나머지 직원들도

대환에게 죄송하다는 말만 되풀이하였다.

호텔 직원으로서의 그 위치를 상실하고

본연의 업무를 이행하지 않은 그들에게 욕이라도 한 바탕 퍼붓고

난동이라도 부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렇지만 대환의 지위와 그 자리가 함부로 그리 할 수 없다고,

또 그리 해서도 안 된다고 은근히 압박을 가해왔다.
“당신들 모두 직무유기죄로 고소하지.

어디 할 짓이 없어서 고객에게,

그것도 결혼한 남자에게 미친 여자의 횡포를 받게 만드나?

그러고도 명문 호텔이라고 나불거리고 싶은 건가?

고객의 치안 상태도 고려 못하는 이 따위가 고

객을 위해 편안한 휴식처를 마련하는 겁니까?

지금의 이 상황을 나에게 어떻게 이해시킬 겁니까?”
직원들을 향해 항의하던 대환은

김석구라고 자신을 소개한 지배인에게 열변을 토해내며 물었다.

그저 모두 한결같은 자세로

“죄송합니다.”만 뱉어내더니 그중 남자직원 하나가 앞으로 나와 

 조심스레 대환에게 변명을 늘어놓았다.
“김이은 씨가 오셔서 장대환 씨가 묵고 계신 객실을 물었습니다.

처음엔 저희도 알려드릴 수 없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나중엔 그분이 자신은 장대환 씨의 사촌 동생이라며

오빠의 심부름을 왔다고 했습니다.

확인전화라도 걸어드릴까요? 하고

핸드폰을 꺼내 길래 전 믿고 알려드렸습니다.”
“설마, 아나운서 김이은 씨가 그런 거짓말을 할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남자직원의 말을 뒷받침해 주듯 다른 직원 하나가

신뢰 있는 이은의 직업을 무기 삼아

또, 아나운서라는 명성을 핑계 삼아 

이은의 말에 속을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고 털어놓았다.

물론 자신들이 호텔의 규칙을 어기고,

또 고객을 기만한 행동을 한 것은 사실이라며 

어떠한 처벌도 달게 받겠다는 결연한 의지도 함께 보이면서.
“이 부끄러운 사태에 그저 죄송할 따름입니다.”
“함부로 고객 정보를 유출하는 이곳을 저 미친 여자와 함께 고발조치 하겠습니다.”
가라앉지 않는 분기를 애써 잠재우며 대환은 그곳을 등지고 밖으로 나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호텔의 행동을 그대로 보아 넘길 수 없었다.

특히나 개인주의적인 이은의 행동은 더 이상 이대로 묵과해 둘 수 없었다.

다시는 그의 앞에 나타나지 못하도록

방침을 세워야겠다고 생각하며 바삐 집으로 향했다.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한 이은은 화가 났다.

거의 알몸이다시피 한 자신의 몸을 보고도 대환은 아무런 흥미도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를 추하다는 눈빛으로 내려다보았다.

벌레 보듯 자신을 대하는 그의 태도에도

이은은 대환을 꼭 갖고 말겠다는 강한 집념에 불타올랐다.
‘어디 나를 벗어나려고 발버둥 쳐 보라지, 

발버둥 칠수록 나에게 더욱 깊이 빠져들 것이야.’
자신을 돌아봐 주지 않는 대환을 향해 원망을 저주를 퍼부으면서

이은은 스스로 찢어버린 슬립을 다시 몸에 걸쳤다.

그때 호텔 직원들이 이은이 있는 룸의 문을 열고 들어섰다.

그들의 출현에 이은은 그대로 주저앉아 흐느끼며 울기 시작했다.
“김이은 씨! 대체 이게 무슨 날벼락입니까?”
“김이은 씨를 믿고 키를 내줬는데,

지금 장대환 씨는 무척 화가 나셔서 돌아갔습니다.

내일이면 우린 검찰에 소환 댈지도 모른다고요.”
지배인에 이어 그녀에게 키를 내준 남자직원이 번갈아가며 이은에게 쏘아대자

그녀는 흐느낌을 멈추고 일어나 그들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 사람 날 겁탈하려고 했어요.

내가 반항하니까 화가 나서 애꿎은 호텔을 상대로 화를 내는 것뿐이에요.”
“그럼 김이은 씨 말이 사실이라는 겁니까?”
찢어진 옷과, 터진 입술,

거기다 서러운 눈물까지 그녀의 말이 사실일 수밖에 없는 삼박자를 고루 갖추었지만,

지배인은 이은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사심 없이 이은을 믿어버리기엔 너무도 그녀는 태연했고,

또 미리 준비해 놓은 일처럼 여유롭게 그들에게 설명하였기 때문이다.
“지금 내 모습을 보고도 모르시겠어요?

얼마나 제가 더 여자로서의 수치심을 버려야 믿어주시겠어요?”
“그랬다면, 바로 달려 나와 신고를 하셨어야지요?”
“그 사람이 무서웠어요.

힘으로 나를 제압하고 몰아붙이는 그 사람이 너무도 무서워 발이 떨어지지 않았어요.”
“김이은 씨 말이 사실이라면

대체 왜 사촌동생이라는 거짓말을 하고 키를 받아내셨습니까?

말의 이치가 안 맞지 않습니까?”
야무지게 따져 물어오는 지배인의 말에 이은의 이마가 찡그려졌다.

모든 그녀의 뜻대로 쉽게 그들이 자신의 편에서 함께 증인을 서 줄 거라 믿었다.

하지만 극구 깊게 파고드는 지배인으로 인해

아무래도 다른 방법을 물색해야 했다.

잠시 말을 멈추고 깊은 생각에 빠졌던 이은은

역으로 몰아가기로 작정하였다.
“그래서요?”
“네?”
좀 전과 다르게 돌변한 이은의 태도에  

지배인을 비롯해 남자직원의 얼굴이 놀라움으로 변했다.

말투부터가 싸늘하게 바뀌어버린 이은의 물음에

지배인은 얼떨결에 짧은 반문을 했지만,

이은은 개의치 않고 자신의 생각을 그들에게 말했다.
“내 말이 이치에 맞지 않아서 뭘 어떻게 하실 생각인데요?

같이 고발당할 처지에 놓인 사람들끼리 서로 상부상조해야 하는 것 아니에요?”
“그게,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영문을 모르겠다는 지배인의 물음에 

이은은 코웃음을 치며 그들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금세 강구한 대책을 그들에게 천천히 설명했다.
“우리가 먼저 장대환 씨를 고발하면 되지요.

지금의 나 누가 보아도 당한 여자의 모습 그대로 아니겠어요?

우리는 셋이고, 그는 혼자예요.

또 이 호텔엔 우리말을 증명할 직원이 더 있잖아요.

그렇다면 이 사회가 누구의 말을 믿어줄까요?”
“그, 그런 말도 안 되는…”
“30년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이 호텔의 명성을 날려버려도 상관없다 이 말씀이신가요?

당신들 사장님도 흔쾌히 허락하실 겁니다.

어때요? 구미가 확 당기지 않아요?”
생각지도 못한 이은의 제안에 지배인과 직원은 고민하는 눈치였다.

여러 사람이 사람하나 망가트리고 바보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이미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일 거라 단정 지은 이은은

백에서 디지털카메라를 꺼내 들고 남자직원에게 자신의 모습을 찍으라고 했다. 

그리고 이은은 망설임 없이 당한 여자의 처절한 모습을

잘도 연기해 내며 포즈를 하나 둘 잡아갔다.
‘날 우습게 본 대가야. 당신이 내 발아래 와서 싹싹 빌게 만들어 주겠어.

내가 당신을 차지할 수 없다면 규휘에게도 당신 양보할 수 없어.

하지만 이번일로 당신은 날 택할 수밖에 없을 거야.’
문득 이은에게 버림받아 지금껏 식물인간으로 병실에 누워있는

예전 애인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의 집안이 부도가 나서 망하기 전까지는

이은은 정말 그와 결혼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알거지가 돼버린 그는 이은에게

한순간 귀찮고 불필요한 존재로 전략해 버리고 말았다. 

그는 진심으로 이은을 사랑했지만,

이은은 그 집안의 명성과 돈을 사랑하였기 때문이다.

그와 결별 이후 자신을 가난에서 구해 줄 남자를 찾아 방황하였다.

자신을 출세시켜줄 남자를 찾기에 급급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방송국 선배가 흘리는 말로

태진 건설의 사장이 젊고 유능하지만 아직 미혼이라면서

한번 대시해 볼까? 하는 장난 섞인 농담을 했었다.

그 뒤로 이은은 남모르게 그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를 시작했었다. 
‘처음부터 계획된 만남이었어.

그러니 누구도 나를 막을 수는 없어.

두고 봐. 나는 만인의 추앙을 받으며 살아갈 거야.

물론 나의 그 꿈은 장대환 당신이 실현시켜 줘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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