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또 보고 기억하라
-미귀환 수병의 마지막 유언
이진규
서해 백령도 너울 파도를 헤치며
예부터 어선이 다니던 뱃길
눈에 보이지 않는 저 푸른 파도
그 어디에 그어댄 선을 지켜야만 하는
우리의 영해가 슬퍼서 운다
그날
나를 키우던 조국의 명을 받아
보이지 않는 선의 끝을 따라
우리는 너울 파도를 누르며 나아갔을 뿐이다
아버지 같은 함장의 눈을 바라보며
형님같이 따스한 상사의 어깨너머
바다를 그저 바라보았을 뿐이다
갈 수 없는 칠흑의 낯선 바다를 말이다
나를 찾으려 하는 소리는
이 차가운 바다 속에서도 들린다
혼자가 아니라서 외롭지 않다
지금은 친구도 고향의 어머니 아버지 형제도
볼 수 없지만 다 보인다
슬퍼서 울고 복장이 무너져서 울고
실신하는 어머니의 모습
살아서 미안하다는 내 전우들의 아픈 모습
비통에 젖어 우는 내 조국의 모든 이들이
볼 수 없지만 다 보인다
이제는
천안함 초계함 명령 수병 용감한 해군
어뢰 기뢰 피로파괴 버블제트
조국의 영해를 지키다 숨진 장병들
살아서 귀대하라는 조국의 마지막 명령
쌍끌이 어선이 끌어다 준 그 모든 소리를
뒤로하고 이 바다
보이지 않는 선보다도 더 위에 있는
백령도 붉은 서해바다에서
내 몸 두 동강 난 내 몸 같은 천안함을 돌려보내니
살아서 슬퍼하는 이들이여
눈이 짓무르기 전에
이 바다에서 건져진 내 두 동강난 몸뚱어리를
보고 또 보고 반드시 기억하라
그것이
여기 차가운 바다에 남아
영원히 이 나라 서해를 지키려는 우리의 소망이요
조국이라 일컬어지는 내 조국에
살아서 숨 쉬는 이 나라 이 땅의 남은 자들이여
아무 일 없다는 저 바다처럼 넘실 살아선
안될 사람들이여
보고 또 보고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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