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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교회의 가르침] (1) 전체 개관 ① 요한 바오로 2세의 전기 문헌들 현대교회 흐름 새 각도에서 체계적 조명

작성자은총의샘|작성시간26.06.14|조회수39 목록 댓글 0

[현대교회의 가르침] (1) 전체 개관 요한 바오로 2세의 전기 문헌들

현대교회 흐름 새 각도에서 체계적 조명

- 생전의 교황 요한 바오로 2. 27년 재위 기간 동안 많은 교황 문헌을 발표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현대 세계 안에서 다양한 사목적 주제와 관련해 진지한 성찰이 담긴 문헌들을 반포, 현대교회가 따라야 할 신앙적 기준을 제시했다.

 

 

현 교황 프란치스코(재위 2013~)는 미국의 시사 주간지 타임(Time)에 의해 2013년을 대표하는 올해의 인물로 선정되었다. 이렇듯 2013년 한 해 동안 온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파격적이고도 신선한 행보 때문인지는 몰라도, 지난 20131124일 공포된 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Gaudium Evangelii)은 가톨릭교회 내에서만이 아니라 전 세계의 일반 언론들로부터도 큰 관심을 받은 바 있다.

 

차제에 본지는 2014년 한 해 동안 현대의 대표적인 교황 문헌들에 관해 알아보는 기회를 마련한다. 요한 바오로 2(재위 1978~2005)부터 시작하여, 지난 20132월말 사도좌의 직무로부터 자진 사임한 베네딕토 16(재위 2005-2013)를 거쳐서 현 교황 프란치스코에 이르기까지, 주로 회칙교황 교서’, 그리고 세계주교대의원회의(주교시노드)의 후속 문헌인 교황 권고를 중심으로 해서 주요 문헌들을 선별하고 그 내용에 대하여 알아보는 기획 연재다.

 

회칙’(Litterae Encyclicae)은 사목적 차원에서 공포되는 교황 문헌 중 가장 높은 교도권적 위치를 지니며, ‘교황 교서’(Litterae Apostolicae)교황 권고’(Adhortatio Apostolica)는 그 다음의 위치를 차지한다.

 

1978년 요한 바오로 2세의 교황 선출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세 명의 재위 기간 동안에 발표된 사목적 차원의 주요 교황 문헌들 중 어떤 것들을 선별하여 다룰 것인지를 미리 살펴보는 전체적 개관을 박준양 신부(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가 세 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전임 교황 요한 바오로 1세의 매우 짧은 재위 기간(33) 후의 급작스런 선종으로 말미암아 새로이 교황으로 선출된 요한 바오로 2세는 폴란드 출신의 비이탈리아인 교황으로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이는 클레멘스 7(재위 1523-1534) 이후로 오랜 동안 계속되던 이탈리아인 교황 선출의 전통으로부터 다시금 벗어난 것이었기 때문이다. 요한 바오로 2세는 재위 기간 동안 카리스마 넘치는 활동으로 전 세계를 두루 다니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지역 교회들에 대한 사목적 순시와 지도를 활발히 하였다.

 

하지만 요한 바오로 2세의 27년 재위 기간 동안에 많은 교황 문헌들이 공포되었음에 또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교황 문헌들이 다루었던 주제와 내용들을 연속적으로 살펴봄으로써, 우리는 현대 교회의 흐름을 새로운 각도에서 일관성 있고 체계적인 방식으로 조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오늘은 전체 개관의 첫 번째 순서로서, 요한 바오로 2세의 27년 재임 기간(1978~2005) 중 그 첫 절반에 해당하는 1978~1992년의 14년 동안 발표된 교황 문헌들 중 의미 있는 11개의 문헌들을 선별하여 소개하고 그 내용을 간략히 요약하여 설명하도록 하겠다. 지면 사정으로 인해, 사목적 차원의 교황 문헌 중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회칙이라 하더라도 모두 소개하지 못하고 그냥 넘어간 것들이 있음을 미리 밝힌다.

 

1) ‘인간의 구원자’(Redemptor Hominis, 1979)는 요한 바오로 2세의 첫 번째 회칙이다. 이는 사도좌의 직무를 이제 막 시작하는 요한 바오로 2세가 제2차 바티칸공의회(1962~1965)의 핵심 문건이자 가장 마지막으로 작성, 발표된 사목 헌장의 정신을 이어받아 이 혼란스러운 현대의 시기에 인류 전체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표명하며 인간의 구원은 우주와 역사의 중심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이루어짐을 다시 한 번 천명하는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 ‘사목 헌장1장 시작에서, “기쁨과 희망(Gaudium et Spes), 슬픔과 고뇌, 현대인들, 특히 가난하고 고통 받는 모든 사람의 그것은 바로 그리스도 제자들의 기쁨과 희망이며 슬픔과 고뇌이다라고 했던 것을 이어받는 맥락에서 이 회칙이 공포된 것이다.

 

2) ‘현대의 교리교육’(Catechesi Tradendae, 1979)은 요한 바오로 2세의 첫 번째 교황 권고이다. 여기에서는 현대 세계 안에서 어떻게 그리스도교 신앙교리의 내용을 호소력 있게 잘 전달할 수 있는가에 대한 사목적 고민과 방법론적 모색이 잘 드러난다.

 

3) ‘가정 공동체’(Familiaris Consortio, 1981)는 현대 세계 안에서 가정의 문제에 대하여 여러 각도에서 살펴보면서 그리스도교적 가정의 의미와 역할에 대하여 고찰하는 교황 권고이다. 이는 가정 사목의 주제를 본격적으로 다루는 첫 교황 문헌이라 할 수 있다.

 

4) ‘노동하는 인간’(Laborem Exercens, 1981)은 요한 바오로 2세의 세 번째 회칙으로서, 교황 레오 13(재위 1878~1903)의 사회 문제를 다룬 역사적인 회칙 새로운 사태(노동 헌장)’(Rerum Novarum, 1891) 반포 90주년을 기념하여 작성, 발표된 것이다. 여기에서는 인간 노동의 문제에 대해 여러 각도로 고찰하면서, 마지막 장에서는 인간 노동이 지니는 영성적 의미를 부각시킨다.

 

5) ‘구원에 이르는 고통’(Salvifici Doloris, 1984)1983년 전 세계의 교회에 특별히 반포된 구원의 성년을 기념하여 작성, 발표된 교황 교서이다. 여기에서는 인간 고통의 그리스도교적 의미에 대한 진지한 신학적 성찰이 담겨져 있다. 이는 오늘날 여러 가지 차원에서 발생하는 인간 고통의 이유를 묻는 심각한 질문에 대한 요한 바오로 2세의 답변서라고 할 수 있겠다.

 

6) ‘생명을 주시는 주님’(Dominum et Vivificantem, 1986)은 요한 바오로 2세의 다섯 번째 회칙으로서, 현대 교도권의 가르침 중 유일하게 성령에 관해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문헌이다. 물론 1897년 공포된 교황 레오 13세의 회칙 그 신적 책무’(Divinum Illud Munus)도 성령에 관해 다루고 있지만, 그것은 동시에 은총론적 관점에서 작성된 것이기도 하다. 1979년의 첫 회칙 인간의 구원자가 성자에 대하여 말하고 있고, 1980년의 두 번째 회칙 자비로우신 하느님’(Dives in Misericordia)이 성부에 관하여 고찰한다면, 이제 1986생명을 주시는 주님을 통해 성령에 대해 다룸으로써,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한 삼위일체론적 성찰의 완결성이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겠다.

 

7) ‘구세주의 어머니’(Redemptoris Mater, 1987)는 특별히 성모신심이 강했던 요한 바오로 2세가 마리아론의 신학적 주제에 대해 본격적으로 다루는 첫 회칙이다. 여기에서는 특히 마리아와 교회의 관계가 강조되어 설명된다. 성모신심이 남달리 두터운 한국교회의 신자들을 위해서도 반드시 일독을 권하는 중요한 교황 문헌이다.

 

8) ‘여성의 존엄’(Mulieris Dignitatem, 1988)1987년의 성모성년(마리아의 해)을 기념하여 발표된 교황 교서이다. 이 문헌은 여성의 문제와 권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급격히 증대되는 시점에서, 여성의 존엄성과 그 소명에 대해 다루며 이를 교회론적이고 마리아론적인 측면에서 신학적으로 조명하여 설명한다.

 

9) ‘평신도 그리스도인’(Christ ifideles Laici, 1988)은 현대교회와 세계 안에서 평신도의 소명과 역할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다루는 교황 권고이다. 그래서 그리스도의 신비체인 교회 안에서 평신도의 위치와 중요성은 과연 무엇인지, 선교하는 교회 안에서 평신도의 책임과 사명은 무엇인지, 그리고 평신도의 교육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 등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이루어진다.

 

10) ‘교회의 선교 사명’(Redemp toris Missio, 1990)은 현대 세계 안에서 교회의 선교 사명이 무엇인지를 설명하는 매우 중요한 회칙이다. 왜냐하면 급변하는 현대 세계의 다양한 상황 속에서 선교의 전통적인 정의와 가치에 대한 논란이 많이 제기되었고, 이에 대해 새로운 의미 정립이 요청되던 시점에서 이 회칙이 공포되었기 때문이다. 이 회칙은 모든 선교의 전제와 근거로서 유일한 구세주이신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새로이 고백한 다음, 선교의 주역은 인간이 아니라 바로 성령이심을 분명히 밝힌다. 그리고 하느님나라와 교회의 관계에 대한 신학적 설명을 제공한 후, 선교의 분야와 방법 등 선교에 관한 여러 측면들을 다루게 된다. 마지막 장에서는 선교 영성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고찰하여 설명한다.

 

11) ‘현대의 사제 양성’(Pastores Dabo Vobis, 1992)은 오늘날의 상황 속에 어떻게 사제 양성을 해야 하는가를 다루는 내용의 교황 권고이다. 이는 특별히 제삼천년기를 맞이하는 시점에서 온갖 도전에 직면한 사제 양성 문제의 여러 측면들을 자세히 다룬다. 전 세계적으로 사제직의 문제가 거론되고 한국교회에서조차 성소자가 급감하고 있는 현실에서, 현대의 사제 양성을 위해 반드시 읽어야 할 매우 의미 있는 문헌이다. 특별히 사제들의 평생(계속)교육 필요성과 그 방법에 대해 언급한 최초의 공식 문헌이라 할 수 있다.

 

 

 

[현대교회의 가르침] (2) 전체 개관 요한 바오로 2세의 후기 문헌들

교회 위협하는 심각한 도전 맞설 진리의 나침반

오늘은 현대 교황 문헌의 흐름을 소개하는 전체 개관의 두 번째 순서이다. 지난주에 이어, 이번엔 요한 바오로 2세의 27년 재임 기간(1978~2005) 중 후반기에 해당하는 1992~2005년의 13년 동안 발표된 교황 문헌들 중 의미 있는 9개의 문헌들을 선별하여 소개하고 그 내용을 간략히 요약하여 설명하도록 하겠다. 이처럼 2000년 대희년을 전후하여 제삼천년기를 향해 나아가는 격변의 시기에 발표된 요한 바오로 2세의 교황 문헌들은, 오늘의 교회가 마주해야만 하는 심각한 도전들이 과연 무엇이며 가톨릭 교회는 거기에 어떻게 대응하고자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사실, 이는 2014년 오늘의 시점에도 계속 전개되고 있는 도전과 응답의 과정이기도 하다.

12) ‘진리의 광채’(Veritatis Splendor, 1993)는 교회 윤리의 기초에 대하여 말하는 회칙이다. 요한 바오로 2세의 재위 기간 동안에 전반적인 여러 윤리적 이슈들에 대한 논쟁이 본격적으로 또 광범위하게 이루어졌던 시대적 맥락에서, 이는 윤리 문제 전반에 대하여 본격적으로 다루는 요한 바오로 2세의 첫 회칙이라 할 수 있다. 그리하여 오늘의 윤리신학에 나타난 일부 경향들을 지적하고 설명하며 그에 대한 식별을 제시한다. 그리고 교회 생활과 사회 생활을 위한 윤리적 선이 과연 무엇인지를 논한다. 한마디로, 이는 현대의 여러 상황과 여건들 속에서 왜곡되거나 부정될 위험에 처한 가톨릭교회의 기본 진리들에 대해 주의를 환기시키는 문헌이라 할 수 있겠다.

13) ‘제삼천년기’(Tertio Millennio Adveniente, 1994)2000년 대희년을 잘 맞이하기 위해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를 단계별로 나누어 상세하게 설명하는 교황 교서이다. 이는 역사적인 제삼천년기를 향해 나아가는 교회의 진지한 준비자세가 잘 드러나는 문헌이다. 기본적으로,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어제나 오늘이나 변하지 않는 항상 영원하신 분(히브 13,8 참조)임을 전제하면서도, 2000년 대희년의 사건을 맞이하기 위해 교회의 특별한 준비가 필요함을 강조한다. 그리하여 희년의 의미가 무엇인지가 먼저 설명되고, 이후 단계적인 차원의 준비가 필요함을 삼위일체론적 차원에서 기술한다. 이미 대희년을 지나 제삼천년기를 한창 달려가고 있는 지금의 시점에서도 항상 기억하고 다짐해야 할 중요한 내용들이 신학적·사목적 차원에서 제시된다.

14) ‘생명의 복음’(Evangelium Vitae, 1995)은 윤리적 문제 일반에 대하여 다루었던 회칙 진리의 광채이후, 특별히 생명윤리 분야에 초점을 맞추어 작성, 공포된 회칙이다. 이는 현대 생명공학의 급격한 발전으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심각한 문제들에 대한 성서적·신학적·사목적 차원의 성찰들을 제시한다. 여기에서 요한 바오로 2세는 인간 생명을 경시하는 현대의 사회문화적 풍조를 가리켜, ‘생명의 문화와 반대되는 죽음의 문화라고 호칭하였다. 생명윤리의 문제가 더욱 가속적으로 심각히 제기되고 있는 오늘날이기에, 그 가치와 의미가 특별히 돋보이는 문헌이다.

15) ‘하나되게 하소서’(Ut Unum Sint, 1995)는 그리스도인들의 일치 문제에 대하여 다루는 중요한 회칙이다. , 가톨릭교회와 완전한 친교를 이루지 못한 교회와 공동체들과의 관계에 대하여 논하는 것이다. 이는 특히 교회일치 문제를 중요시했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큰 관심이 반영된 것이기도 하고, 또 그만큼 이 문제가 오늘의 가톨릭교회에 큰 과제로 떠오른 것임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가톨릭교회의 일치 운동 투신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를 신학적·영성적·사목적 차원에서 잘 설명한다. 이를 위해, 하느님의 말씀을 통한 상호접근, 대화를 통해 상대방이 갖고 있는 보화의 재발견이 이루어져야 함 등이 구체적인 지침으로 제시된다. 그런데 이 문헌이 개신교 측으로부터도 큰 관심과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특별히 그리스도인들이 지니는 공동의 순교록을 통해 일치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동시에, 이 문헌은 일치 운동 분야에 있어 가장 큰 논쟁의 핵심에 자리한 교황의 일치 직무에 관해서도 다루며 가톨릭교회의 분명한 입장을 천명한다.

 

 

16) ‘신앙과 이성’(Fides et Ratio, 1998)은 신앙과 이성의 관계에 대하여 논하는 회칙이다. 이는 이성의 위기를 겪는 오늘의 시대에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문헌이다. 이 회칙은 가톨릭 철학과 신학의 관점에서 볼 때도, 학술적으로 중요한 가치와 의미를 지닌다. 신앙과 이성의 올바른 관계가 무엇인지를, 그리고 철학과 신학의 건전한 상호협력의 관계가 무엇인지를 밝힘으로써, 현대의 가톨릭 철학과 신학이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회칙은 신앙과 이성은 인간 정신이 진리를 바라보려고 날아오르는 두 날개와 같다는 언명으로 시작된다. 그리하여 하느님께서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에게 드러내시는 계시진리는 우선적으로 신학적 인식의 대상이지만, 동시에 이는 철학을 통해 도달할 수 있는 진리들에 반대되는 것이 결코 아님을 밝힌다. 그러므로 철학적 인식과 신학적 인식은 오직 하나의 충만한 진리를 향해 나아가는 두 가지 양식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17) ‘아시아 교회’(Ecclesia in Asia, 1999)2000년 대희년을 앞두고 열린 1998년의 아시아 주교대의원회의의 후속 문헌으로 발표된 교황 권고이다. 이는 특별히 아시아 지역에 위치한 한국교회를 위해서도 의미 있는 지침과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문헌이다. 먼저 아시아의 종교적·문화적·사회적·경제적·정치적 현실들에 대한 분석을 통해, 아시아의 현 상황이 어떠한지에 대한 소개가 이루어진다. 그리고 아시아를 위한 선물로서의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그리고 아시아에서 활동하시는 성령에 대한 신학적 성찰이 기본적으로 제시된다. 이후 보다 구체적으로, 아시아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구세주로 선포하는 길은 무엇이며, 또 어떻게 성령 안에서 선교와 복음화를 위해 투신해야 하는지를 설명된다. 한마디로, 이 문헌은 아시아의 복음화를 위해 그리스도인들이 어떻게 투신하고 봉사하며 복음의 증인이 되어야 하는지를 제시하는 매우 중요한 안내서이자 길잡이라고 할 수 있겠다.

18) ‘새 천년기’(Novo Millennio Ineunte, 2001)2000년 대희년의 폐막에 즈음하여 발표된 교황 교서이다. 이는 예수님의 탄생 2000주년을 경축하는 대희년이 끝나고 이제 새로운 천년기를 맞아 교회의 새로운 여정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앞으로 교회가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문헌이라 할 수 있겠다. 먼저 대희년을 통해 이루어진 중요한 성과들, 즉 기억의 정화, 순례하는 교회의 참모습을 드러냄, 청소년들의 만남과 모임, 교회일치 차원의 발전, 국제적인 외채 탕감의 노력, 미래를 향한 새로운 힘을 얻음 등이 구체적으로 설명된다. 이후 미래를 향해 나아감에 있어, 우리는 먼저 그리스도의 얼굴을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 즉 그분의 고통과 부활의 신비를 우리의 실존 안에서 살고 체험해야 한다는 것을 출발의 가장 중요한 디딤돌로 제시한다. 바로 이렇게 그리스도에게서 출발하는 힘찬 도약을 위해서는, 성덕과 기도와 전례 안에서 하느님의 은총을 체험하는 것, 그리고 하느님 말씀의 경청과 선포를 통한 증언이 필요함을 말한다. 그런데 이 증언은 친교와 일치 안에서 이루어지는 사랑의 증언이어야 하며, 세상 안에서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표징으로 드러나야 함을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2차 바티칸공의회(1962~1965)20세기의 교회에 내려진 큰 은총이었던 동시에, 새로운 천년기에도 여전히 교회의 위치를 확인하게 해주는 중요한 나침반 역할을 할 수 있음이 분명히 제시된다.

19) ‘교회는 성체성사로 산다’(Ecclesia de Eucharistia, 2003)는 성체성사와 교회의 관계에 대하여 다루는 회칙이다. 이 회칙의 제목처럼, ‘교회가 성체성사로 산다는 것은 단지 일상적인 신앙의 체험을 표현하는 것에 그치지 않으며, 교회의 깊은 신비의 핵심을 잘 요약하여 드러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성체성사는 그리스도교 생활 전체의 원천이며 정점이라고 선포했던 바를 보다 부연해 현대적 맥락에서 설명하는 것이 바로 이 회칙의 주된 골자이다. 그리하여 신앙의 신비를 담고 있는 성찬례를 거행함으로써 교회가 이루어진다는 것을, 그리고 이러한 성체성사를 통해 사도 전래성의 의미가 제대로 드러난다는 것을 설명한다. 또한 성체성사를 통해 교회의 친교가 이루어지고 드러나기에 이는 모든 교회 생활의 중심이 됨을 특별히 강조한다.

20) ‘주님 저희와 함께 머무소서’(Mane Nobiscum Domine, 2004)는 특별히 성체성사의 해(200410~200510)를 맞아 발표된 교황 교서로서, 2003년 회칙 교회는 성체성사로 산다의 후속 문헌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또한 교회의 생활과 사명의 원천이며 정점인 성체성사라는 주제로 200510월 로마에서 열린 세계주교대의원회의(시노드)를 준비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여기서는 성체성사를 통해 드러나는 빛의 신비에 관해서, 그리고 성체성사가 곧 선교의 원리이며 계획이라는 것을 강조하여 설명한다. 이렇게 하여,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재위 후반기에 이르러, 현대의 교회 생활에 있어 특별히 성체성사의 중요성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강조하였음이 잘 드러난다.

 

 

 

 

[현대교회의 가르침] (3) 전체 개관 베네딕토 16세와 프란치스코 교황의 문헌들

불신의 시대, 교회가 제시하는 진정한 신앙 · 희망

 

오늘은 현대 교황 문헌의 흐름을 소개하는 전체 개관의 세 번째 순서이다. 지난 두 차례에 걸쳐, 요한 바오로 2세의 재위 기간(1978~2005) 동안 발표된 교황 문헌들 중 의미 있는 20개의 문헌을 선별, 소개하는 기회를 가졌다. 오늘은 가장 최근의 교황 문헌들에 대해서 말하는 마지막 순서이다. 2000년 대희년을 지나 제삼천년기를 향해 나아가는 시점에서 베네딕토 16(재위 2005~2013)가 교황으로 선출되어 사도좌의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어떤 문헌들이 나왔는지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베네딕토 16세와 관련해 5개의 핵심 문헌을 선별하여 소개할 것이고, 아울러 현 교황 프란치스코(재위 2013~ )가 발표한 가장 최근의 문헌 두 가지도 함께 살펴볼 것이다.

21) ‘하느님은 사랑이시다’(Deus Caritas Est, 2005)는 베네딕토 16세의 첫 회칙이다. 오랜 기간(1981~2005) 신앙교리성 장관직을 수행했던 만큼, 그의 첫 회칙은 아마도 정통 신앙교리의 주제에 대해 다루는 무거운 내용이 담길 것이란 예상이 있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 첫 회칙은 그리스도교 사랑의 신비에 대하여 다루며, 풍부한 인간학적, 신학적, 영성적 성찰을 제공한다. 이 회칙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반부에서는 창조와 구원 역사에서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에 대하여 말한다. 그리고 후반부에서는 사랑의 공동체인 교회의 사랑 실천 의무와 사명에 대하여 설명한다. 그런데 특별히 이 회칙 하느님은 사랑이시다가 큰 주목을 받은 것은, 사랑의 인간학적 차원, 특히 에로스’(eros) 개념을 신학적 차원으로 연결하여 재해석한다는 점에서이다. 그동안의 일반적 생각과는 달리, 하느님의 지극한 사랑에는 아가페(agape)적 측면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에로스적인 측면도 동시에 존재함을 말한다(9-10항 참조). 인간을 향한 그 열정적 추구에서 하느님 사랑의 에로스적 측면이 드러나고, 용서하시는 그 위대함에서 하느님의 아가페적 사랑이 드러난다. 이처럼 아가페와 연결된 에로스는 더 이상 불분명한 세속적 에너지가 아니라, 정화와 치유, 그리고 절제와 성숙의 과정을 거쳐 아름답게 승화된 에로스가 된다. 교회가 사랑의 에로스적 측면을 아예 부정하는 것이 아님이 드러나는 것이다(4-7항 참조).

22) ‘사랑의 성사’(Sacramentum Caritatis, 2007)2005년에 개최된 제11차 세계주교대의원회의 후속 교황권고이다. 베네딕토 16세는 이 문헌을 통해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전례 행위의 정신에 대하여, 그리고 사랑의 성사인 성체성사에서 비롯되는 신비로운 영적 예배에 대하여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자 한다. 이 문헌은 요한 바오로 2세가 회칙 교회는 성체성사로 산다’(2003)와 교황 교서 주님 저희와 함께 머무소서’(2004)를 통해 현대의 교회 생활에 있어 성체성사의 중요성을 계속 강조했던 기본 정신을 이어받은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자신의 첫 회칙 하느님은 사랑이시다에서 이미 성체성사에 대해 자주 언급했던 것을 이 문헌을 통해 더욱 발전시켜나간다. ‘사랑의 성사는 크게 세 가지 관점에서 성찬례의 신비에 대하여 성찰한다. 첫째는 믿어야 할 신비로서, 둘째는 거행하여야 할 신비로서, 그리고 세 번째로는 살아야 할 신비(선포되어야 할 신비, 세상에 주어야 할 신비)로서 성찬례에 대한 전망을 제시한다.

23) ‘희망으로 구원된 우리’(Spe Salvi, 2007)는 베네딕토 16세의 두 번째 회칙이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희망을 상실하고 살아가는 오늘의 시대에, 우리가 추구해야 할 진정한 희망이 무엇인지를 그리스도교 신앙과 신학적 관점에서 말한다. 먼저, 신약 성경과 초기 교회에서 드러난, 신앙을 바탕으로 한 희망 개념에 대해 설명한다. 그리고 오늘 우리가 추구하는 영원한 생명에 대한 희망이 무엇인지를 또한 설명한다. 바로 여기에서 구원의 주제 역시 다루어지기 시작한다. 특히, 그리스도교적인 구원 희망은 다른 이들에 대한 봉사의 의무를 망각한 개인주의적 추구가 아님을 강조한다. 우리에게 구원을 주시는 하느님과 우리의 관계는 예수님과의 친교를 통해 형성되는데,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와 친교를 이룬다는 것은 우리가 그분의 모든 이를 위하는일에 참여하는 것이고, 바로 이것이 구원을 지향하는 우리의 존재 방식이 되어야 함을 말한다. 그리고 이 회칙은 개별 심판과 최후의 심판 구분을 둘러싼 현대신학의 논쟁점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베네딕토 16세는 과거 신학자 시절과 마찬가지로, 각 인간의 죽음 이후 최후의 심판까지의 중간 상태를 인정한다. , “죽음과 부활 사이에서 최종 판결이 아직 선언되지 않은 중간 상태의 개념”(44)에 대해 말하며 교회의 전통적 가르침을 재확인한다. 다른 한편으로, 과거 신학자 시절에 비해 보다 유연하고 통합적인 관점에서, 다른 신학자들의 새로운 해석을 일부 수용하는 입장을 보인다.

24) ‘진리 안의 사랑’(Caritas in Veritate, 2009)은 베네딕토 16세의 세 번째 회칙이다. 이는 사랑과 진리 안에서 이루어지는 온전한 인간 발전에 관하여라는 부제가 말해주듯이, 오늘날 사회 문제에 대한 가톨릭 교회의 입장을 밝히는 중요한 문헌이다. “진리 안의 사랑은 교회의 사회교리가 중심으로 삼는 원칙임을 천명하면서, 오늘날 세계화된 사회 안에서 정의의 실현과 공동선의 추구를 위해 모두가 헌신해야 함을 강조한다. 먼저 교황 바오로 6(재위 1963~1978)1967년 회칙 민족들의 발전’(Populorum Progressio)에서 제시한 사회 문제에 대한 가르침을 상기하며, 현대의 다양한 상황 속에서 그 의미를 재평가한다. 그리하여 우리 시대의 진정한 인간 발전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관점에서 각기 조망하여 설명한다. 하지만 최근 수십 년 간 적용된 발전 모델들이 이러한 의미에서의 진정한 발전 개념에 부합하는가에 대한 비판적 질문을 던진다. 특히, 세계의 부가 절대 수치에서 증가하고 있지만 불평등도 증대되고 있는 현실에 우려를 표하며, 현대 세계의 여러 위기 속에서 새로운 미래관을 형성할 식별 기회를 찾아야 함을 역설한다. , 진정한 인간 발전은 단순히 경제적, 기술적 발전을 넘어서는 참되고 온전한 것이어야 함을 강조한다. 그리하여 이 회칙은 경제 발전의 올바른 질서에 관한 구체적 지침에서부터, 진정한 인간 발전을 위한 시민 사회의 연대와 형제애, 인류 가족의 국제적 협력에 이르기까지 여러 측면의 미래적 전망을 제시한다.

25) ‘주님의 말씀’(Verbum Domini, 2010)2008년에 개최된 제12차 세계주교대의원회의 후속 교황권고이다. 이는 교회의 삶과 사명 안에서 하느님 말씀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는 문헌이며 총 3부로 구성된다. 1부 제목은 하느님의 말씀으로서, 인간이 하느님 말씀을 어떻게 경청하고 받아들일 것인가 등의 신학적 문제와 교회 안에서의 성경 해석학에 대해 전망과 지침을 제시한다. 2부 제목은 교회 안의 말씀으로서, 하느님의 말씀이 교회 안에서 어떻게 선포되고 작용해야 하는가를 다양한 관점에서 다룬다. 3부 제목은 세상을 위한 말씀으로서, 하느님 말씀을 세상에 선포하는 교회의 사명, 하느님 말씀을 통한 세상에의 투신, 하느님 말씀과 인간 문화의 만남, 하느님 말씀과 종교 간 대화 등의 주제에 대하여 설명한다.

26) ‘신앙의 빛’(Lumen Fidei, 2013)은 현 교황 프란치스코의 첫 회칙이다. 이 회칙은 이미 베네딕토 16세의 재임 기간부터 준비되기 시작하였기에 사실상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과 프란치스코 현 교황의 공동 회칙이라고도 할 수 있다. ‘신앙의 해를 맞아 발표된 이 회칙은 오늘날 불신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진정한 신앙의 의미에 대하여 말한다. 그리하여 그리스도교 신앙의 성서적 의미, 신앙과 이성의 관계 문제, 신앙의 교회적 의미, 공동선을 위한 신앙의 역할 등에 대하여 설명과 전망이 제시된다.

27) ‘복음의 기쁨’(Evangelii Gaudium, 2013)은 교황 권고로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장 최근에 발표한 공식 문헌이다. “현대 세계 안에서 복음의 선포에 대하여라는 부제가 말해주듯이, 오늘날 이 세상 안에서 하느님의 복음을 선포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그 구체적인 사명이 무엇인지를 설명하며 새로운 전망을 제시한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Time)에 의해 2013년을 대표하는 올해의 인물로 선정되었을 만큼 프란치스코 교황의 파격적이고도 신선한 행보가 전 세계의 관심을 집중시켰기에, 이 문헌은 20131124일 공포되자마자 그 이전의 어떤 교황 문헌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전 세계 언론의 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문헌을 통해, 교회는 모든 사람의 모든 문제를 위해 열려진 아버지의 집이라고 강조하는 동시에, 교회는 또한 열린 심장을 지닌 어머니’(a mother with an open heart)로서 세상의 고통을 향해 나아가며 상처 입기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렇게 세 번에 걸친 전체 개관을 마치고, 앞으로는 지금껏 열거한 27개의 교황 문헌들을 각기 두 차례씩에 걸쳐 자세히 살펴보도록 할 것이다. 우리가 이처럼 교황 문헌들을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거기에는 오늘의 교회가 마주해야 하는 심각한 문제와 도전들이 담겨 있으며, 또한 그에 대응하여 이 세상 안에서 복음을 선포하고자 하는 가톨릭 교회의 성찰과 전망이 잘 드러나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는 살아 있는 교회 역사가 지금 아로새겨져 가는 역동적 과정을 보는 것이기도 하다.

 

 

 

 

[현대교회의 가르침] (4) ‘인간의 구원자’ (1)

교회 사명은 그리스도와 모든 사람과의 일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회칙 인간의 구원자의 전반적 구조와 내용을 살핀 다음, 회칙이 오늘 한국교회에 주는 교훈이 무엇인지 성찰해보고자 한다.

 

1. 회칙의 전반적 구조와 내용

인간의 구원자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첫 번째 회칙으로 197934일에 반포되었다(참고로 교황님은 재임기간(19781022~200542) 동안 14개의 회칙, 15개의 사도적 권고, 11개의 교황령, 45개의 사도적 서한을 발표하셨다). 회칙은 교회의 본질적 사명에 대한 교황님의 생각을 제시한 것으로, 이후 교황님의 사목 정책과 방향을 엿보게 해주는 중요한 문헌이다. 회칙은 네 부분 - I. 위대한 유산, II. 구속의 신비, III. 구속받은 인간과 현대 세계 안의 인간 상황, IV. 교회의 사명과 인간의 운명 - 으로 이루어져 있다. 전체 구조에서 볼 수 있듯이, 교황께서는 전임 교황님들이 이루신 업적의 연장선상에서(I),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실현된 구속의 신비에 대한 숙고에서 출발하여(II) 현대 세계에 인간이 처한 상황을 분석한 후(III) 예수 그리스도의 삼중 직무 - 예언자직, 사제직, 왕직 - 에 비추어 현 시대에 교회가 수행해야 할 사명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제시한다(IV).

인간을 향한 교회의 사명

교황께서 전임 교황님들로부터 계승하고자 하는 위대한 유산이란 제2차 바티칸공의회(1962~1965) 전후로 자신의 본질과 사명에 대해 교회 스스로 갖게 된 새로운 의식이다. 세상을 향한 보편적 개방대화의 자세를 견지하며 교황님은 다음의 질문을 던진다. 2000년 대희년을 준비하는 새로운 대림의 계절에 교회에게 맡겨진 사명은 무엇인가? 다음의 소제목들이 말해주듯 회칙이 바라보는 교회의 사명은 무엇보다 인간에 집중된다. ‘교회의 사명과 인간의 자유’(12),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을 모든 사람과 일치시키셨다’(13), ‘교회로서는 모든 길이 인간에게로 통한다’(14), ‘교회는 그리스도 안에서 인간의 소명을 염려한다’(18). 교회가 인간을 봉사 직무의 중심에 두는 이유는 인간의 구원자이신 그리스도께서 당신을 인간의 모든 운명에 일치시키셨기 때문이다. “이 인간이 교회가 따라 걸어야 하는 길이다. [] 인간은 아무런 예외도 없이 누구나 그리스도께 구속을 받았기 때문이며, 그리스도께서 인간을, 아무런 예외도 없이 누구나, 심지어 본인이 의식하지 못할지라도 당신에게 일치시키기 때문이다”(14). 교회의 사명은 바로 이 일치를 이룩하고 갱신하는 것이다. “교회는 다만 하나의 목적에 봉사하고자 한다. 모든 인간이 그리스도를 만나 뵙게 하는 일이 그것이다”(13).

교회 사명의 원천인 구속의 신비

현대 사회에서 교회의 사명을 제시하기 위해 교황님은 그리스도의 구속 신비에 시선을 고정시킨다. 왜냐하면 예수 그리스도께서 교회의 존재와 사명의 원천이시요, 교회의 모든 활동의 지향점이시기 때문이다. “우리의 지성과 의지와 마음이 향할 유일한 방향은 우리의 구원자 그리스도, 인간의 구원자이신 그리스도이시다”(7).

그렇다면 그리스도께서 가져다주신 구속은 어떤 사건일까? 회칙은 이 구속을 새로운 창조’, 하느님께서 사람을 위해 만드신 세계, 죄가 들어오자 제 구실을 못하게 된눈에 보이는 세계가 본래 지녔던 지혜와 사랑이신 신적 원천과 맺는 유대를 예수 그리스도께서 회복시키신 사건으로 제시한다(8). 구속은 또한 그리스도께서 강생을 통해 인간의 신비 속으로 관통해 들어가셔서 인간의 본 모습을 완전히 드러내 보이시고, 하느님을 닮은 모습을 회복시켜주시며, 인간 본성을 고상한 품위로 들어 높이신 사건이다. 구속의 신비는 신적 측면과 인간적 측면을 동시에 포함하고 있는데, 아드님을 통해 인간과 화해하시고 성령을 통해 인간과 가까워지신 하느님 아버지의 신적 사랑(9)과 그리스도께서 파스카 신비 안에서 새롭게 창조하신 인간의 위대함과 존엄성과 가치’(10)가 그 안에서 밝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현대 세계의 인간이 처한 위기의 상황

그리스도께서 당신 자신을 온전히 일치시키신 인간, ‘교회가 따라 걸어야 할 길인 인간을 위해 투신해야 하는 교회는 동시대 사람이 처한 상황이 어떤 것인지 늘 새롭게 묻도록 요청받는다(13~14). 회칙은 우선 현대인이 지니고 있는 두려움을 지적하는데, 그것은 인간이 스스로 만든 것으로부터 반역과 파멸의 위협을 받고 있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15). 인류가 이루어놓은 개발과 진보와는 정 반대로 인간성 자체는 타락과 퇴보의 길을 걸으며 현대인의 의혹과 불안을 가중시켜 온 것이다.

이처럼 교회는 인류가 이룬 진보가 동시에 인류를 향한 위협의 요소를 지니고 있음을 발견한다. 부유와 빈곤의 현격한 대조, 자원 고갈, 환경 파괴, 부의 축적과 악용 등은 현대 세계가 겪고 있는 윤리적 무질서의 증후들인 것이다(16). 한편 도덕적 파멸의 세기로 드러난 20세기에 치하할 인류의 노력으로 국제연합의 창설과 인권 선언의 결의를 들 수 있는데, 그 안에 담긴 정신의 온전한 실현은 아직 먼 이상으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그리스도의 삼중 직무에 참여하는 교회

인간성 자체가 위기에 처한 현대 사회에서 교회에게 맡겨진 사명은 무엇일까? 교황께서는 구속의 신비당신을 모든 사람과 일치시키신그리스도의 신비에서 그 답을 발견한다. 그리스도께서 인간과 일치를 이루심으로써 하느님의 본성을 나누어받게 하시고 새 생명을 부여하시며 인간을 새롭게 창조하시어 인간을 그 내부로부터 변혁하신 것처럼, 인간에 대한 이와 같은 진리가 실현될 수 있도록 모든 사람과 일치하는 것이 교회의 봉사 임무의 본질이요 핵심인 것이다.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삼중 직무에 참여함으로써 이 봉사를 수행한다.

예언자이신 그리스도께로부터 사명을 받은 교회는 신적 진리에 대한 봉사를 통해 그리스도의 예언자직에 참여한다(19). 교회는 진리의 원천이신 하느님께 충실히 머물며, 말씀과 진리에 대한 각별한 사랑과 이해를 통해 모든 이가 구원의 진리에 가까워지도록 인도한다. 특히 신앙 진리에 대한 깊은 이해를 도모하고 신앙과 도덕에 관한 교리를 가르치고 끊임없이 또 다양하게 선포하고 전수하며 이 직무를 수행한다. 교리교육은 이 직무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데, 사목자 뿐 아니라 수도자와 평신도 또한 교리교육 활동에 헌신함을 통해 그리스도의 예언자직에 구체적으로 참여한다.

교회의 사제직 참여에서 회칙은 특별히 성체성사와 고해성사를 강조한다(20). 성체성사는 교회의 성사 생활의 중심이자 정점인데, 하느님 아버지께 자신을 바치신 그리스도의 희생의 신비, 그리고 인류를 향한 하느님 아버지의 새 생명의 증여가 그 안에서 재현되기 때문이다. 성체성사를 거행하고 그 신비에 참여함으로써 인간은 그리스도와 합일을 이루게 되는데, 이 합일은 인간과 하느님 아버지 사이의 화해를 이루신 그리스도의 희생 제사의 구속적 행위에서 비롯된다. 한편 성체성사와 고해성사의 밀접한 관계는 그리스도교 생활을 위해 매우 중요한데, 회개와 용서를 통해 인간을 하느님께 온전히 돌아서도록 하는 고해성사의 도움으로, 성찬의 희생 제사 안에서 이루어지는 그리스도의 구속 행위가 인간 안에 더욱 충만히 재현되기 때문이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왕직에도 참여하는데, 그분의 왕다운 직분에 참여한다는 것은 종으로 섬기러 오신 그분처럼 봉사의 삶을 사는 것을 의미한다(21). 이 직무는 특히 하느님의 백성이며 그리스도의 신비체인 교회의 구성원인 그리스도인이 받은 봉사의 소명을 일깨우는 것이다. 곧 교황에서 평신도에 이르기까지 모든 그리스도인은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을 의식하고 그에 응답함으로써, 특히 각자 안에 성숙한 인간성을 생성해 내게 만드는 데에기여함으로써 그리스도의 왕다운 봉사에 참여한다.

교황님은 주님 탄생 예고의 순간부터 구원의 역사와 교회의 사명에 포함되신교회의 어머니 성모님의 전구를 청하며 회칙을 마무리한다(22).

 

 

 

[현대교회의 가르침] (5) ‘인간의 구원자’ (2)

사랑하고 섬기는 교회로 거듭나자

 

2. 오늘의 한국교회를 위한 교훈

회칙 인간의 구원자가 신앙의 재도약과 새로운 복음화를 꿈꾸는 한국교회에 전해주는 교훈을 살펴보자.

. 성장하는 신앙을 위하여

최근 한국교회의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에 이룬 양적 성장에 버금가는 내적 성장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80~90년대에 비해 한국가톨릭교회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으며, 신자들의 영적 열기가 어느새 식어버린 것이다.

어떻게 해야 교회의 영적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까? 회칙은 이 질문에 답할 중요한 실마리를 몇 가지 제공한다.

첫째로 그리스도께 중심을 두는 신앙이다. 우리가 믿는 대상은, 원대한 정치적 이념도 고상한 철학적 사상도 아닌, 인간과 사랑의 친교를 나누시기 위해 인간의 삶 안에 들어오신 삼위일체 하느님이시다. 하느님을 믿는다는 것은 그분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것이며, 그 중심에는 예수 그리스도가 계시다. 하느님의 외아들이신 그분께서 하느님을 알고 사랑하는 법을 알려 주셨기 때문이다. 신앙은 성령의 도우심으로 예수님과의 관계 안에서 싹을 틔우고 성장하며 활력을 제공받는다. 교황님은 말씀하신다.

우리의 지성과 의지와 마음이 향할 유일한 방향은 우리의 구원자 그리스도, 인간의 구원자이신 그리스도이시다”(7).

이 말씀을 묵상하며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나는 예수님을 잘 알고 있으며, 그분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가? 그분께서 이루신 구원은 내게 어떠한 것이며 어떠한 변화를 가져다주었는가? 나는 구원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으며 구원을 체험하며 살고 있는가?

둘째는 사도직을 자각하는 신앙이다. 세례성사와 함께 모든 신앙인은 예언자사제이며 이신 그리스도의 삼중 직무에 참여하며 자신에게 맡겨진 사도직을 수행하도록 부름을 받았다(18). 이 사도직을 명확히 인식한 신앙인은 교회에서 수동적인 방관자로 머물지 않고 능동적인 삶을 살게 된다. 오늘 많은 평신도가 교회의 삶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이유는, 자신을 그리스도의 신비체인 교회를 구성하는 지체로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는 세례성사를 통해 교회 공동체의 구성원이 되었으며, 구원의 기쁜 소식을 살고 전하도록 다그치는(2코린 5,14 참조) 그리스도의 사랑을 만나는 곳도 교회 공동체 안에서다. 그 사랑을 발견한 이는 자신 안에 실현된 구원을 깊이 체험하며, 자신의 사도직을 자각하게 되어 가만히 있을수 없게 된다.

마지막으로 인간에 신뢰와 관심을 두는 신앙이다. 교황께서는 인간에 대한 강한 신뢰와 관심을 보이셨다. 그것은 신앙의 내적 원리, 곧 예수님께서 당신을 모든 인간과 일치시키신 구속의 신비에 대한 깊은 깨달음에서 기인한 것이다. 예수님과 맺는 사랑의 관계는 필연적으로 인간을 향한 관심과 사랑으로 연결된다. 그리스도인의 삶의 방식 자체가 인간을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포기하신 그리스도와 한 몸을 이루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의 사랑과 삶에 깊이 감화된 신앙인은 동시대인의 삶 안에 들어가 기쁨과 고뇌를 함께 나누며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는 삶을 산다.

교회는 다만 하나의 목적에 봉사하고자 한다. 모든 인간이 그리스도를 만나 뵙게 하는 일이 그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리스도께서 각 사람의 생의 여정을 함께 걸으시면서 강생과 구속의 신비에 담겨진 인간과 세계에 대한 진리의 힘과 그 진리에서 비추어 나오는 사랑의 힘을 주시게 하려는 것이다”(13).

그리스도께 중심을 두고, 자신의 고유한 사도직을 자각하며, 이웃의 삶 안으로 들어가 투신하는 신앙은 새벽 공기처럼 맑고 살아 숨 쉬며 주위를 변화시키는 신앙이 된다.

 

. ‘한국인의 삶에 투신하는 교회를 위하여

이제 한국교회에 맡겨진 사명에 대해 숙고해보자. 교황님이 회칙에서 제시한 교회의 사명은 오늘의 한국교회에도 유효한 것일까?

한국사회는 20세기 중·후반을 거치며 모든 분야에 걸쳐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다. 비교적 짧은 시간에 민주화를 이루었으며, 경제 대국으로, IT 강국으로 급부상하였고, ‘한류의 세계적 확산 등으로 문화적으로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단기간에 이루어진 발전은 많은 부작용을 낳기도 하였다. 남북분열의 지속, 지역과 이념 간의 갈등, 경제적·사회적 양극화의 가속, 경제위기의 지속, 부정과 부패의 만연, 청소년 범죄와 함께 각종 사회 문제의 급증 등이 한국사회를 끊임없이 위협하고 있다. 특히 인권, 노동, 환경, 복지 등에서 우리나라는 아직 선진국 대열에 들 만한 발전을 이루지 못했다.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교황께서 회칙에서 지적하시듯 인간성그 자체에 있다. 우리 사회가 이룬 급속한 발전, 개발, 부강 이면에 한국인의 인간성은 어떠한 상황에 처해있는가? 지금보다 비교적 덜 발전되었던 과거의 사람보다 우리는 더 인간적으로 살며, 인간적으로 더욱 성숙하였다고 말할 수 있는가? 오히려 과도한 경쟁, 물질주의의 만연, 경제제일주의 등으로 사람보다는 돈과 일과 이해관계가 앞서고 있지 않은가? 불신의 벽이 서로를 가로막은 우리 사회는 참으로 인간답게 살기에 너무 삭막하지 않은가? ‘한국인성’ - 그것은 분명히 있다! - 은 어떠한가? 외래 문물의 무분별한 도입과 전통 문화의 단절 등으로 많은 한국인이 정체성의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지 않은가? 한국인을 한국인이게끔 해 준 사상, 의식, 가치체계, 전통 등이 제대로 계승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더욱 심각한 문제는 대부분이 이러한 위기의식조차 갖지 못한 채 산다는 점이다. 한국의 정신이나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먼 가수들의 춤과 노래에 열광하고 그들을 한류라는 이름으로 한국을 빛낸 이들로 자랑스러워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세상에 자랑스럽게 내놓고, 자녀에게 소중히 전수해야 하는 진정한 한국인다움을 정말 우리는 그들에게서 발견하는가?

오늘날 한국인이 두려워하는 것은 어쩌면 겉으로 보이는 눈부신 발전 이면에 타락과 퇴보의 위협을 받고 있는 인간성일지 모른다. 스스로 이루어놓은 발전과 기술의 노예가 되어 버린, 자신의 정체가 무엇인지조차 잊어버린 우리 자신일지 모른다. 인간성이 이전보다 타락하고 퇴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시대의 징표들이 사회 곳곳에서 발견된다. 교황께서 지적하신 윤리적 무질서의 증후들은 더욱 높은 강도로 우리 안에서 드러나고 있다. 그리고 교회는 35년 전보다 더 강하게 요청받고 있다. 예수님께서 인간이 되어 당신을 모든 인간과 일치시키신 것처럼, 한국교회 또한 한국인성의 위기를 겪는 세상 안으로 들어가 한국인을 살리고 한국인의 존엄과 품위를 들어 높이기 위해 온 삶을 투신하라고 말이다.

그러기 위해 무엇보다 연대하는 교회이어야 한다. 인간의 타고난 존엄과 권리의 수호, 부정과 부패의 척결, 민주주의적 가치의 수호, 노동 현실의 개선, 가난의 대물림 극복, 환경의 보존, 과도한 물질문명과 소비문화를 거스른 새로운 문화의 창출, 불신과 갈등을 넘어선 참된 평화와 화합의 길의 개척을 위해 투신하는 이들과 연대해야 한다. 그리스도의 뒤를 이어 우리 사회가 폭력, 살인, 자살, 성의 왜곡과 상품화 등으로 채색된 죽음의 문화를 거슬러 참으로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고 서로가 인간으로 존중되고 수용되는 사랑의 문명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교회는 자신의 삶을 내걸어야 한다.

다음으로 사랑과 섬김을 실천하는 교회이어야 한다. 예수님께서 주신 사랑의 새 계명을 몸소 실천하는 교회,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오신 분을 본받아 섬기는 교회, 가난한 이들과 소외된 이들의 친구가 되어 주며 그들과 운명을 함께하는 교회이어야 한다. 모든 이가 존엄한 인격을 존중받고 살아갈 수 있도록 종이 되어 주는 교회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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