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시각 새벽 4시!
야근 막바지다.
이 시간이 제일 힘든다.
날은 새고 잠은 붙어
있고 어르신들 케어가
곧 시작되니 마음콩이
튄다.
그래도 자긍심이 하늘에
닿아 있다.
아무나 못하는 이 일을
천직이라 여기고 최선을
다한다.
어젯 밤에도 층 이동 근무를 했다.
난 은근히 즐긴다.
모든 경험을 축복으로 여기는 작가다.
틀에 박힌 것 보단
이런저런 변화를 통해
알아가는 과정이
즐겁다.
가끔씩 층 이동하여
근무하다 보니 어르신들께서 한껏 반긴다.
함께 사는 맏며느리 보다
어쩌다 얼굴 내미는 둘째를 반기듯 반겨 주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일이 태산이다.
화장실 물청소. 목욕준비.
침상보 교체한 빨랫감이 수북하다.
두 차례 세탁기를 돌려 널어 놓고 전산과 수기로
어르신들의 상황을
세세히 기록한다.
이런 잡다한 일을 척척 해내지 못하는 신입 동료들이 입사와 동시에
퇴사하는 사례가 속출 한다.
어딜가나 처음은 수습 기간이라 힘이 든다.
앳살스럽게 배우려고 하면 선임들이 잘 가르쳐
준다.
난 잔머리 굴리는 사람을
싫어 한다.
그저 묵묵히 일을 찾아
하는 사람은 누구에게나
인정 받는다.
야근 함께 하는 동료는 대추방망이다.
바지런함이 딱풀인 동료와 협력하니 일은
많아도 즐겁다.
할 일을 완벽하게
갈무리 후 겨우 착석했다.
각자 가지고 온 야식을
내 놓는다.
도심 속 감나무 밭에서 갓 따 온 동료의 단감 맛이 연하고 아삭하다.
내 가방에선 남편의 손길이 닿은 것들이
쫄로리 나온다.
야근 가서 먹으라며 준비해 준 밤소풍 보따리를 보며 행복지수가 곰실곰실
오른다.
갓 삶아 까놓은
누드 계란 두 알.
팥이 소복하게 든
길거리용 도넛과 꽈배기.
사고 보니 잘못 샀다며
땅을 치고 후회하는 포도.
실컷 놀다가 야근 가려고
귀가하니 씽크대 앞에서
남편이 투덜거리고 있다.
포도 상자가 널브러져
있고 씻는 중에 포도알이
자꾸 떨어진단다.
한 개씩 뜯어 씻는다.
잘못 판단하고 샀다며 후회하는 소리를 되풀이
한다.
난 터프한 가장이 소심한
아내를 타박하듯 한 마디
굵게 던졌다.
"그깟일로 목숨 걸지
마라.
포도가 붙었으면 어떻고
떨어졌으면 어떻노?
입에 들어 가면 마찬가지지."
그제서야 남편은 후회를
거두고 송알송알 맺힌
이슬같은 포도를 씻어
봉지에 담아 준다.
이런 남편의 모습을 읽는
독자들의 반응이 뜨겁다.
잔치에 와서 잘 생긴 얼굴까지 확인 후엔
더 인기 상승이다.
잘 생기고 순수하고 귀엽다는 남편과 사는
복 넘치는 여자다.
돈 못 번다고 해도 아무도
무능하다고 몰아부치지
않는다.
돈 보다 가치 있는 모습을
돈 버는 아내에게 보이는
것에 오히려 점수를 준다.
나도 돈 많은 남자보단
순수하고 속이 깊은 남자를 찾았다.
그 남자가 저 남자다.
행복 항아리를 비운다.
어제 야근을 마친 시각이
아침 9시!
조조할인 영화를 보러 가면 딱 맞는 시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욕 할 때 마다 극도로
흥분하여 괴력을 발휘하는 어르신을 나의 노하우로 돕다가 늦었다.
부랴부랴 극장으로 갔다.
.인생은 아름다워.
이미 시작한 지 이십 분이나 흘러 포기 했다.
잠시 나의 오지랖을 후회 했다.
목욕을 시키거나말거나
그냥 왔어야 했다고.
좋은 일 하고도 괜히
성질이 났다.
후회를 가라 앉히고 다른
극장을 물색하며 나와
아카데미 극장으로 갔다.
역시 지각이었지만
꼭 보고 싶었기에
온 돈 주고 반 머리 깎듯
했다.
문화인이 이렇게 없을수야.
한 명 달랑 큰 극장을 차지하여 안방처럼 관람 중이었다.
나도 아주 편한 자세로
몰입 했다.
공감 백배하는 내용이다.
최국희 감독이 새로운 시도를 한 신선한 영화다.
몇 년 전 가장 감동적으로
봤던 .라라랜드.형식이다.
뮤지컬이 삽입 된데다
7080노래들이 나와
반갑다.
특히 염정아의 영롱한 목소리로 부른 노래들이
가슴북을 울린다.
역주행 중인 영화다.
난 감독의 새로운 변화에
박수를 보내며 승승장구하길 빈다.
궁금하면 가서 보시라.
난 영화 속 주인공처럼
후회하는 삶을 살진 않았다.
바닥에 닿은 환경에서도
열정과 행복 낚시를 포기하지 않았다.
감동지수가 높아지니
이십 분 못 본 앞 내용도
궁금하지 않았다.
나온 김에 보고 싶은 얼굴이 있다.
오랜 인연이다.
방송국 지킴이 시절 만나
인연탑 쌓은 언니가 근처에 살아 만났다.
한달음에 달려 온 언니가
고맙고 반가웠다.
잘 익어가는 두 소녀는
동성로를 활보 했다.
뜨끈뜨끈한 음식을 맛있게 먹은 후 .봄봄.카페로 갔다.
앙징맞은 의자 세 개가 쫄로리 있어 큰 엉덩이
두 개를 얹었다.
친절한 아가씨 덕분에
다락방 같은 느낌이 드는
카페 구석에서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진정 내 60세의 가을은
눈부시다.
인생 예찬 하는
소리가 가슴 밑 비닥에서
용솟음 친다.
야근 가야 할 몸이 놀수록
생생해 진다.
이런 나를 다들 신기하고
대단하단다.
훗날 죽게 되는 날,
내 뇌를 기증하여 도대체
무엇이 달라 지치지 않는지 알아 보라는 독자들도 여럿 있다.
마음밭이 닮은 언니랑 동성로를 활보하다가
국채보상공원까지 왔다.
두 소녀는 낙엽을 듬뿍
쥐고 하늘로 날리는 포즈를 카메라에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