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볕같은 프로그램에 맘을 빼앗겼다.
김국진이 진행하는 '미사고'다.
미안하고 사랑하고 고맙다든 뜻이다.
몰래카메라를 설치하여 가족간의 사랑을 확인한다.
대학 새내기가 되어 기숙사에 들어 간 세 명의 자식이
사랑하는 엄마를 향한 마음을 담았다.
학부모 설명회가 있다고 거짓말을 한다.
기숙사에 카메라를 설치해 놓고 속 마음을 들여다 본다.
외국 친구가 놀러 온 척 꼭꼭 숨어 있는 엄마의 마음을
꺼집어 낸다.
잃어버린 이름과 꿈을 찾아 주자는 의도다.
엄마들이 각자 자식을 찾아 기숙사로 온다.
들어서는 순간 반응도 제각각이다.
성격이 햇살같은 엄마는 새내기 대학생처럼 떠든다.
엄마는 역시 엄마다.
말 속에 자식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이 소복하다.
도우미로 발탁된 외국 친구는 자식들이 나간 후 엄마와 수다를 떤다.
엄마의 꿈이 뭐냐고 묻는다.
지금까지 꿈을 물어봐 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는데 물어주니
감동하는 눈치다.
얼굴도 참 예뻤다.
그녀에게 학창시절 공부도 잘 했냐고 물으니 전교 일등 했단다.
교수가 되고 싶었는데 자식 키우다 보니 꿈도 잊고 살았다며 살짝 눈시울이
젖는 듯 했다.
대추방망이처럼 야물게 생긴 남학생의 엄마는 배우고 싶은 것이 엄청 많단다.
피아노도 치고 싶고 그림도 그리고 싶단다.
어떤 엄마는 음악카페를 차리고 싶다고 했다.
현실은 엄마의 꿈을 낮달로 만들어 버렸다.
제작진과 함께 엄마의 꿈을 듣고 있던 가족들은 못내 미안해 했다.
잊고 있던 꿈에 대해 수다 중인데 설명회가 시작되니 강당으로 모이라고 한다.
강당은 텅 비어 있어 어리둥절한다.
영상 속에 딸과 아들이 나와 깜짝 놀란다.
엄마를 향해 사랑하고 고마웠다고 고백한다.
엄마들은 무한 감동을 받아 동공이 활짝 열린다.
그 때 뭔가를 들고 각자의 엄마 앞에 나타난다.
'엄마 졸업장'이다.
자식들을 키우느라 꿈도 접고 엄마로만 살아 왔으니 이제
졸업을 시켜주겠다는 것이다.
대학교까지 입학시켜 주었으니 못 다 이룬 엄마의 꿈을
찾으라는 자식들의 치사랑이다.
엄마들은 이 보다 더 행복할 순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 졸업장을 거부한다.
엄마는 영원한 엄마다.
그 자리가 힘들다고 어떻게 졸업을 해 버리냐는 것이다.
어떤 엄마의 소박한 꿈이 똬리를 튼다.
교수가 되고 싶었다는 그녀의 꿈은 엄마를 보러 자주 가고 싶다는 것이다.
엄마에게도 엄마가 계신다.
그 어떤 꿈보다 절실하다.
나도 울엄마를 자주 뵈러 가는 것이 꿈이다.
전화라도 자주 드려야지 해 놓고서도 시간이 넉넉해야 겨우 한다.
쇳뿔도 단김에 뺀다고 먹먹함을 안고 수화기를 들었다.
지난 번엔 감기로 고생하셨기에 목소리부터 신경이 쓰였다.
한결 밝다.
"엄마. 뭐 하고 있노? 감기때문에 고생하더니 괜찮나?
우짜든동 건강해야 된대이. 알았제?" 하니 이젠 덜하단다.
입 안 가득 씹는 소리가 들려 여쭈었다.
"엄마. 지금 맛있는 것 묵고 있나? "하며 입맛을 다셨다.
"머구 삶아 무친 것 하고 밥 묵는대이."하시길래
"엄마. 머구 쌉싸름하니 억수로 맛있겠네. 나도 묵고 싶은데.."하니
오면 꼭 밥상에 올리겠다고 하신다.
엄마가 건강하시고 맛있게 밥을 드신다고 하니 마음이 편하다.
최명희의 혼불을 읽고 딱 한 줄의 압권을 뽑은 적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은 건강하게 오래 살아주는 것이다.'
열 권 속에 우리의 아름다운 고유 언어를 총출동시켰지만
이 한 줄을 이기진 못했다.
건강을 잃으면 모두 잃는다는 병원 액자 속의 글귀가 살수록
가슴을 친다.
나도 엄마다.
물려 줄 건 재산이 아니다. 건강하고 밝게 살아가는 모습이다.
행복한 엄마로 사는 것이 자식들에겐 최고의 선물이다.
우리 엄마가 그렇게 살아 주시듯 나 역시나 닮은꼴이다.
가난한 엄마라서 미안할 때도 있지만 잔뜩 생색낸다.
" 엄마는 돈은 없어도 늘 행복하대이.
건강하고 낙천적이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너희들에게 걱정도
안 끼치고 마음 편하게 해 주는 길이잖아.맞제?" 하니 고갯방아를 찧는다.
꽃자리가 되도록 시나브로 꿈도 찾고 열정적으로 살아야 한다.
엄마라고 불러 주는 딸도 있고 아들도 있어 참 좋다.
맘껏 불러 드릴 엄마가 계시니 금상첨화다.
하느님이 바빠서 이 땅에 내려 보냈다는 엄마!
하느님의 사랑을 대신 전하라고 했으니 직무유기 하지 말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