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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꿀물

작성자바람꽃짱|작성시간21.07.03|조회수20 목록 댓글 2

숲 속 침대다.

 

소나무들이 한껏 반긴다.

피톤치드를 아낌없이 내뿜는다.

 

솔바람이 달다.

시원하다못해 춥다.

 

미니 담요를 깔고 바람막이를 입는다.

 

두류산 자연인으로 오래

산속에 있을 땐 필히 챙겨야

한다.

 

아침잠 없는 어르신 두 분이 매일 오시는 듯 보인다.

 

아침 사과를 맛있게 나누어

드시며 수다꽃을 피우는

모습이 아름답다.

 

새벽 다섯 시!

아쿠아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이제 코스모스밭을 볼 수가 없다. 

 

도시숲 조성으로 빙 둘러가며 막아

개구멍 조차 없다.

 

볼 수 있을 때 실컷 봐 두길

잘 했다.

마음밭에서 코스모스는 늘

피으리라.

 

성당못 둘레길은 경이롭다.

갓 세수한 해가 못에서 아쿠아를 즐긴다.

 

아쿠아는 생각할수록 매력적인 운동이다.

 

트라우마가 있던 물과도

친해졌다.

물 덕분에 몸이 유연해진다.

 

물은 사랑이다.

온 누리에 물이 스며들 때

세상은 살만해진다.

 

명리학 선생님이 내 사주가

물이란다.

그래서 세상이 온통 곱게 보이나보다.

 

사랑과 건강만이 살길이다.

미워하고 원망하면 내 마음만 불행해진다.

 

행복 항아리를 비운다.

 

주간 근무 마치고 갈 곳이 생겼다.

 

잔디밭을 개방한 야외 음악당이다.

 

이틀 째 갔다.

외국의 어느 밤인가 싶을 정도로 낭만적이다.

 

돗자리를 깔고 누우니 천국이다.

 

이틀 근무하면서 쌓인 피로가 살금살금 도망 간다.

 

어르신 목욕에다 새로 입소한 분이 계셔 바빴다.

 

잘 사신 분 같다.

울엄마와 동갑이라 더 마음이 간다.

 

수발드는 내 팔을 볼끈 잡으시더니 자꾸 영감 데려 달란다.

 

잉꼬부부였을까.

부부도 함께 건강해야 떨어지지 않고 해로할 수 있다.

 

한 분 입소하는데 일이 많다.  목욕시켜 드리고

소지품 챙기고 성향도 빨리 파악해야 한다.

 

그래도 이 일이 참 좋다.

보람이 꽃등이다.

 

동료들은 피로에 절어 있다.

유일하게 파랑파랑하여

부러움 일색이다.

 

옆에 앉은 벤취 어르신들의 수다꽃이 만발하여 듣느라

수다상 진도가 나무늘보다.

 

손주 봐 주고 영감 챙기느라

시간이 없단다.

 

오늘은 며느리가 휴가를 주었다며 산에 오니

살것 같다는 말에 짠하다.

 

이젠 아픈 이야기  시작이다.

약 드시니 살 찐다고 한다.

 

그래도 동병상련의 정을

나누는 친구가 있어

좋아 보인다.

 

일찍 부엌에서 해방된건

천운이다.

 

윤장금이 변해주지 않았다면 엄청 피곤한

삶이 되었으리라.

 

어제도 야외음악당 잔디밭에 누워 힐링 제대로

했다.

 

독서 회원이자 아동문학가

친구와 동생을 초록방으로

초대했다.

 

시나브로 어둑어둑해지고 잔디밭이 인파로 꽉 찬다.

 

거리두기 표시로 바람개비를 세워 놓았다.

 

밤바람이 거세다.

바람개비가 신이 났다.

산책객들의 가슴도 들썩인다.

 

가만히 보니 자리 배치가 재미 있다.

 

청춘 남녀들은 잔디밭 윗쪽으로 몰려 앉았다.

 

마음은 청춘이라 푸른 물결 속에 드러 누웠다.

젊은 피들이 내게로 오는 듯

푸르러진다.

 

만남은 먹는 재미다.

 

아동문학가 친구는 떡을 낸다. 동생은 통닭을 산다.

난 맥주를 샀다.

 

구색이 완벽하다.

밤 하늘에 술잔을 높이 들고 건배를 했다.

 

,,건강과 행복과 우정을 위하여!,,

 

술맛이 달다.

취하면 연장근무하고 있다는 하얀 거짓말이

들통날까봐 적정선을

지켰다.

 

분위기가 후끈 달아 올랐다.

코로나 전엔 외국 여행을 푸지게 갔던 부러운 친구와

동생이다.

 

멋진 모습을 수없이 봤을텐데도 야외 음악당의 밤 풍경이 외국 못지 않단다.

 

그러면서 제주도 여행을 함께 가잔다.

 

간다고만 하면 공짜로 데리고 가 준다는 지인들도

여럿 있었다.

 

자유가 없어서 눈물을 머금고 거절했다.

이제 자유가 생겼으니 여행복도 셀프하도록

애써야겠다.

 

귀가 시간을 훌쩍 넘기면서

하얀 거짓말 대본을 읊었다.

아동문학가들은 나의 완벽한 거짓말에 감탄사

연발이다.

 

어떻게 그런 깜찍한 거짓말을 순발력있게 금방 지어내냐고 한다.

 

수십 년을 거짓말하고 살았다. 있는 그대로만

말했다면 많은 것을

포기해야만 했을 것이다.

 

하얀 거짓말은 서로를

위해 유익하다.

거짓말이 필요없는 부부라면 금상첨화다.

 

밤바람과 우정과 통닭에 취해 열한 시에 귀가 했다.

 

피곤에 절은 표정으로 들어 섰다.

윤장금이 가방을 받아 쥐면서 묻는다.

 

,,바나나 줄까.꿀물 줄까?,,

 

,,피곤해 죽겠는데 꿀물이

안 좋겠나.,, 하니 센스있게

얼음까지 동동 띄운 냉꿀물이다.

 

요즘 우리 부부같은 맛이다.

달달하면서도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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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신순주 | 작성시간 21.07.03 선배님~
    굳이 여러날 여행이 아니어도, 외국여행이 아니어도 이미 매일 매순간(모든 날, 모든 순간)이 여행이시니, 선배님에게 그 어떤 약도 필요없다 여겨집니다!!!


    약 상자에는 없는 치료제가 여행이다 _다니엘 트레이크


    여행이 길다 생각하면 짐도 많이 챙겨야하고, 갈곳/볼곳 챙기고,,, 가기도 전에 지치게 되지요~
    인생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요?
    늘 소풍다니듯 사시는 선배님을 보며, 문제풀이 하러 온 삶이 아니라, 소풍 온 듯 가볍고 즐겁게 살아야겠다 생각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바람꽃짱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1.07.03 맞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이미 최고의 여행자.
    지금 숲속 침대에 거꾸로 누워 있다.
    이 보다 더 좋을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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