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즉위식

[산내음]

전통시대 왕의 즉위식은 개벽을 알리는 의식이었다. 즉위식이 거행되어야 전왕의 죽음과 함께 멈추었던 시간이 다시 흐르기 때문이다.

유교의 시간개념은 왕조 및 각 왕의 운명과 직결되어 있다.

조선시대의 경우 왕이 죽고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왕을 임명하는 권한은 형식적으로 대비에게 귀속된다. 대비는 사적으로는 세자의 어머니이며 전왕의 부인이다. 비록 남편이 죽고 없지만 대비는 국모로서의 권한과 함께 왕실의 최고 어른이라는 지위를 갖는다.

대비보다 웃어른인 왕대비나 대왕대비가 생존해 있으면 후계왕의 임명권은 당연히 왕대비나 대왕대비가 갖는다. 실제로 조선시대에 왕이 후계자를 지명하지 못한 상태에서 갑자기 죽었을 경우 대비나 왕대비가 후계왕을 지명했다.

왕이 돌아가시면 옥새는 대비가 보관한다. 세자가 왕으로 즉위할 때 대비는 옥새를 전해주고, 아울러 세자를 왕으로 임명한다는 명령서를 내린다. 후계왕의 지명권 및 임명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즉위식은 세자가 왕의 상징인 옥새를 받고 용상에 올라가 앉을 때까지의 의식절차다.

다만 옥새는 전왕의 시신을 모신 빈전에서 받는다. 만약 전왕의 유언장이 있을 경우 세자는 이것을 받아 영의정에게 전해주고 옥새는 좌의정에게 전해준다.

정전에서 행하는 즉위식에서 용상으로 올라갈 때는 오른쪽 계단을 이용한다. 따라서 즉위란 왕이 앉는 장소인 용상으로 올라간다는 의미가 있다. 또한 즉위 때에 오른쪽 계단을 이용하기 때문에 즉조라고도 한다.

즉위나 즉조나 같은 말로서, 오른쪽 계단을 이용해 용상으로 올라가 앉는다는 뜻이다. 엄격한 의식절차에 따라 세자가 용상에 정좌하는 순간이 새로운 왕이 탄생하는 시점이다. 이 순간에 즉위식장을 가득 메우고 있던 대소신들은 천세(千歲)를 외친다.

천세는 왕조의 운명이 천년 만년 영원하라는 의미다. 천자의 나라는 만세를 외쳤지만, 제후국을 자처한 조선에서는 천세를 외쳤던 것이다. 그러나 고종이 황제에 오른 대한제국 이후로는 우리나라 사람들도 만세를 외쳤다.

즉위식을 마치면 왕으로서의 자격요건이 완비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제후국을 자처한 조선에서는 왕이 죽고 새로운 왕이 즉위하는 등의 국가대사는 중국에 보고하고 승인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