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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원은 아니올씨다.

작성자산내음|작성시간06.08.02|조회수66 목록 댓글 0
비원은 잘못된 말입니다. 아래내용을 참고하십시요~

홍순민 교수님의 "우리 궁궐 이야기"에서 발췌

비원? 강의의 일환으로 창덕궁을 답사하겠으니 어느날 몇시까지 돈화문 옆 주차장으로 모이라고 하면 대부분은 제대로 찾아오지만 열에 하나 둘은 꼭 창경궁으로 가서 우두커니 기다리다 집으로 돌아가거나,
아니면 이리저리 물어물어 헤매다 마는 학생들이 나온다.

신세대들이야 창덕궁에가 볼 기회가 거의 없어서 그렇다 쳐도 어른들은 또 어떤가.
옛날에 거기 가서 참 잘 놀았다고 자랑을 늘어놓는 어른들도 창덕궁이라고 하면 못 알아 듣고,
비원이라고 해야 알아듣는 분들이 많다.
버스 정류장 이름도 비원이고,
지하철 역의 안내 표지도 비원에다가
상점 이름들도 온통 비원 갈비, 비원 가든이요,
비원 사진관, 비원 세탁소, 비원 철학관이다.

창덕궁은 창덕궁이지 왜 비원인가?
비원이란 창덕궁 북쪽의 뒤편의 원유(苑 )- 숲을 가리킨다.
조선 당대에는 비원이란 이름은 거의 쓰이지 않고,
후원(後苑),북원(北苑),금원(禁苑)으로 불렸다.
그러다가 1903년(광무 7) 11월에 창덕궁 후원을 관장하는 기구로서 비원(秘苑)이라는 명칭이 쓰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때의 비원은 원유 그 자체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관리하는 관서를 가리키는 것이었다. 비원이 창덕궁 뒤편의 원유 자체를 가리키는 뜻으로 널리 쓰이기 시작한 것은 일제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순종연간부터였다.

일제는 이곳을 비원 - 비밀스런 원유라고 하면서 실제로는 이토오 히로부미를 비롯한 실력자들이 순종과 함께 그곳에서 연회를 베풀었다. 나중에는 웬만한 관리들은 자유롭게 그곳을 드나들었으며, 더 나중에는 일부러 일반인들을 그곳으로 끌여들여 관광지로 삼았다. 후원이 비원이 되면서 비밀스러워진 것이 아니라 누구나 와서 구경하고 '벤또' 먹고 벚꽃 구경하고 동물원 식물원 구경하는 곳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러니 비원이라는 이름이 널리 퍼지고 입에 익을 수밖에. 그러한 저간의 사정이 해방이 된지 어언 50년이 넘도록 여전히 지속되어서 창덕궁은 간데 없고 비원만이 남은 것이다.

이름으로만 보아서는 궁궐이 아닌 놀이터만 남아있는 셈이요, 조선의 역사는 사라지고 일제의 흔적만 남은 셈이다. 이름은 그것을 쓰는 사람들의 의식을 반영한다. 여전히 창덕궁이라는 제 이름을 버려두고 비원이라는 이름을 고집하는 한 우리는 아직도 일제시대에 살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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