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주변의 위험 요소들을 최대한 제거하세요
아기가 삼킬 수 있는 것에는 제한이 없습니다. ‘설마 저것까지….’ 하고 방심하지 마세요. 이물질을 삼켜 문제가 된 아기 중에는 대못이나 바늘을 삼킨 아기도 있습니다. 또한 입으로 삼키는 것뿐 아니라 코 안쪽 깊숙이 이물질을 넣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물질 삼킴 사고를 예방하려면 먼저 유리 그릇이나 화장품, 음료수 병 등 깨지기 쉬운 물건이나 못, 송곳, 바늘, 압정, 가위, 면도날 등 뾰족하고 날카로운 물건은 아예 아기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치워두세요. 동전, 구슬, 바둑알, 열쇠, 병마개 등 아기 입에 들어갈 만한 물건도 마찬가지입니다. 주방과 욕실의 세제류도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치워두고, 비타민제나 감기약 등과 같은 약품, 특히 살충제는 아이 눈에 띄지 않게 설치하고 보관해야 합니다. 장난감 중에도 너무 작은 것은 주의해서 갖고 놀게 하세요.
월령이 어린 아기는 무엇이든 입으로 탐색하는 것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행동이므로 항상 눈여겨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물론 24시간 아기에게서 눈을 떼지 않는 것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게다가 아기가 이물질을 삼키는 것은 순식간에 일어납니다. 심지어는 아기가 뭘 삼켰는지 모르는 채 지낼 수도 있습니다. 아기가 이물질을 삼켰다고 의심되는 경우는 물론이고, 아기가 코를 불편하게 자주 만지거나 배가 아파한다면 일단 병원에 가서 확인하는 것이 더 큰 사고를 예방하는 길입니다.
목에 걸리기 쉬운 음식은 주지 말아야 합니다
위장에 들어가면 소화되는 음식물이라고 해서 안전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더 치명적일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기가 많은 양의 식초나 술, 간장 등을 먹으면 위험해집니다. 물론 아기에게 술이나 간장을 먹이는 엄마는 없겠지만,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에 싱크대에서 이런 유의 음식을 먹어 탈이 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일어납니다.
또한 음식을 먹을 때 울거나 웃으면, 혹은 깜짝 놀라면 기관지가 열려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엄마도 음식을 먹을 때 울거나 웃다가 사래가 들려 고생한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어른은 여러 번의 기침으로 상황을 모면할 수 있지만 아기는 그렇지 못합니다. 따라서 아기가 음식을 먹고 있을 때는 갑자기 이름을 부르거나 깜짝 놀라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자기를 부르는 소리에 뒤를 홱 돌아보다가, 혹은 깜짝 놀라서 식도나 기관지로 음식물이 들어가면 흡인성 폐렴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아기에게 위험한 음식물이 몇 가지 있습니다. 땅콩이나 사탕 등 목에 걸리기 쉬운 음식들은 아예 주지 않는 것이 좋으며, 침에 불어 목구멍을 막을 수 있는 김이나 미역도 조심해야 합니다. 팝콘 같은 마른 음식은 식도에 달라붙을 수 있으며, 반대로 끈기가 있어 꼭꼭 씹어 먹어야 하는 떡, 탄성이 강한 젤리 등도 질식의 우려가 있습니다. 간혹 사과를 갉아먹다가 덩어리가 잘려서 목구멍에 걸리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요주의 음식을 먹을 때는 엄마가 아기를 주시하는 상태에서 먹게 하세요.
삼킨 이물질에 따라 대처법과 치료가 달라집니다
● 날카롭지 않고 작은 것 ●
껌, 종이, 립스틱, 머리카락, 흙 등과 같이 날카롭지 않고 크기가 작으며, 또 독성이 없는 물질을 삼켰다면 며칠 기다려도 됩니다. 이런 물질은 대부분 별탈 없이 며칠 안에 변에 섞여 몸 밖으로 나옵니다. 하지만 2~3일 후에도 변으로 나오지 않는 경우에는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 촬영을 해야 합니다. 삼킨 물질이 위 속에 있는 것이 확인되면 굳이 내시경으로 꺼낼 필요 없이 방사선 검사로 물질의 움직임을 확인하면서 변으로 나올 때까지 기다리면 됩니다.
● 크기가 크거나 뾰족한 것 ●
길이가 5~6㎝쯤 되는 긴 물체, 즉 안전핀이나 이쑤시개, 못, 머리핀 등과 같이 날카롭고 뾰족한 물체를 삼켰다면 응급 상황입니다. 이러한 물질은 빨리 내시경으로 보면서 꺼내야 하는데, 크기도 크기지만 모가 나 있는 경우 위에서 소장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어느 한 곳에 걸리기 때문입니다. 한시도 지체하지 말고 병원으로 달려가세요.
● 담배 ●
담배 한 개비에는 아기에게 치명적인 독소가 함유되어 있습니다. 아기가 있는 집에서는 담배를 아예 피우지 않는 것이 제일 좋겠지만, 부득이한 경우 담뱃갑을 아기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보관해야 합니다. 또한 재떨이는 바로바로 비워 아기가 담뱃재나 담배꽁초를 삼키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만약 아기가 담배를 삼켰다면 지체하지 말고 가까운 병원에 가서 위세척을 받아야 합니다.
● 건전지 ●
예전에는 건전지를 삼켜 사고가 나는 예가 드물었지만 요즘에는 건전지나 큰 단추만한 수은 전지 등을 삼키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장난감이나 시계에 작은 전지들을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건전지를 삼키면 수은이 장벽에 구멍을 낼 수도 있기 때문에 매우 위험합니다. 만약 아기가 건전지를 삼켰다면 빨리 병원으로 데리고 가야 합니다.
● 술 ●
먹은 양이 적다면 별 문제는 없습니다. 어른과 마찬가지로 술에 취해 자거나 아니면 얼굴이 발개지면서 몸이 따뜻해지는 정도일 것입니다. 하지만 많이 마셨다면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저혈당으로 경련이나 쇼크가 올 수도 있고, 호흡이 억제될 수도 있습니다. 이럴 경우 마신 것을 토하게 하고 설탕물을 먹여 혈당이 떨어지지 않게 해준 다음 병원으로 데려가세요.
● 생선 가시 ●
가시를 삼키면 편도선이나 목구멍 근처에 걸리게 됩니다. 아기 목구멍을 들여다봐서 가시가 보이면 소독한 핀셋으로 살짝 뽑아냅니다. 하지만 잘 뽑아지지 않거나 가시가 보이지 않을 경우에는 이비인후과에 가서 뽑아내야 합니다. 이때에는 되도록 빨리 병원에 가야 합니다.
● 약 ●
비타민제나 감기약, 아스피린, 타이레놀 같은 약품은 많이 먹었을 때 중독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적당량만 먹이고 아기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보관해야 합니다. 소독용 알코올이나 석유 등을 먹었을 경우에는 식도염이나 폐렴으로 발전할 수 있으므로 곧바로 병원으로 갑니다.
● 견과류 ●
땅콩, 호두, 잣 등은 침이 묻으면 굉장히 미끄럽습니다. 잘 씹지도 못하고 목으로 넘기기 일쑤지요. 특히 아기가 땅콩을 먹다가 갑자기 울거나 소리를 내면 기관지로 넘어가기 쉽습니다. 일단 기관지로 넘어간 것은 기관지 내에서 불어서 시간이 지날수록 호흡 곤란이 점점 심해지는데, 이럴 경우 전신 마취를 시킨 다음 기관지경을 이용해 꺼내야 합니다.
● 덩어리 음식 ●
기도 폐쇄는 실제로 기도가 막힌 경우와 기도 뒤에 있는 식도에 너무 큰 음식 덩어리가 걸려서 앞쪽의 기도를 누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식도에 음식물이 걸려서 간접적으로 기도가 막히는 경우는 어른들도 떡이나 고구마 같은 음식을 물 없이 먹다가 종종 경험하였을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음식을 먹던 아이가 갑자기 캑캑거리고 얼굴색이 파래지면서 숨이 막혀하면 입을 벌려 입 안을 살펴봐야 합니다. 음식물이 기도에 있든 식도에 있든 손으로 꺼낼 수 있다면 빨리 꺼낸 후 물을 먹이고 가까운 병원에 데려갑니다. 단, 억지로 꺼내다가는 오히려 더 깊숙이 들어가게 할 수 있으므로 쉽게 꺼낼 수 없을 경우에는 지체하지 말고 아기를 거꾸로 든 채 등을 쳐주거나 가슴을 압박하세요. 그런 다음 빠른 시간 내에 병원에 가야 합니다.
응급 처치법을 익혀두면 위기시 도움이 됩니다
아기가 이물질을 삼킨 것 같기는 한데 정확하게 무엇을 먹었는지 알 수 없을 때는 빨리 병원에 데려가세요. 하지만 아기의 기도가 막혀 당장 숨을 쉬지 못하는 응급 상황인 데다 엄마가 응급 처치법을 잘 알고 있다면 약간의 처치를 해도 됩니다. 평소 익혀두면 좋은 응급 처치법을 알아보겠습니다.
만약 아기가 아직 채 돌이 되지 않았다면 이렇게 합니다. 먼저 아기가 갑자기 숨이 막혀하면 우선 입 안을 들여다봅니다. 막고 있는 이물질이 보이고 또 쉽게 꺼낼 수 있으면 바로 끄집어냅니다. 하지만 입 안을 들여다보아도 이물질이 잘 보이지 않으면 아기를 팔에 올린 다음 머리와 목을 고정시키고, 60° 아래로 향하게 한 후 손바닥으로 등 뒤의 양 어깻죽지 사이를 5차례 정도 아주 빠르고 세게 때립니다.
그렇게 해도 안 되면 가슴 압박법을 실시합니다. 가슴 압박법이란 아기를 딱딱한 바닥에 눕히고 두 손가락으로 가슴(흉골) 부위를 5차례 압박하는 것을 말합니다. 아기의 호흡이 여전히 정상적으로 돌아오지 않으면 엄지와 집게손가락으로 턱과 혀를 잡아 입을 벌려줌으로써 혀가 기도를 막지 않게 해줍니다. 이때 이물질이 보이고 쉽게 꺼낼 수 있으면 제거하는데, 억지로 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이런저런 방법을 써보아도 호흡이 돌아오지 않으면 입이나 코에 입을 대고 인공호흡을 두 차례 정도 시행합니다. 응급실로 옮기면서 위의 방법을 반복해서 시행합니다.
다음으로는 돌이 지난 아기를 위한 처치법입니다. 먼저 아이를 똑바로 눕힌 뒤 엄마는 아이 발쪽에 무릎을 꿇고 앉습니다. 그런 다음 엄마의 양손을 포개어 아기의 배꼽과 가슴 사이에 놓고 빠른 속도로 배를 쳐올리듯이 압박합니다. 여전히 호흡이 돌아오지 않으면 엄지와 집게손가락으로 턱과 혀를 잡아 기도를 열어주고, 이물질을 확인합니다. 단, 이때 손가락으로 억지로 꺼내면 안 됩니다. 그래도 호흡이 돌아오지 않으면 인공호흡을 시행하고, 이것 역시 실패하면 복부 압박을 6~10여 차례 반복합니다. 마지막으로 응급실로 옮기면서 위의 방법을 반복해서 시행합니다.
큰 아이는 어른들의 경우와 같습니다. 이 방법은 아마도 TV나 영화 등을 통해 보신 적이 있을 것입니다. 먼저 아이를 등 뒤에서 감싸 안은 뒤(엄마는 자신의 양손과 팔을 단단히 모아 쥐고) 배꼽과 명치끝 사이를 쳐올리듯이 압박합니다. 다섯 번 정도 압박해도 아이가 계속 숨을 못 쉬면 엄지로 턱을 받치고 검지로 혓바닥을 눌러 입을 벌립니다. 그래도 숨을 못 쉬면 인공호흡을 하면서 응급실로 갑니다.
마지막으로 당부할 것은 앞에서 소개한 응급 처치법을 완전히 숙지하지 못했다면 한시라도 빨리 병원으로 가야 한다는 점입니다. 어설픈 처치를 하느라 시간만 허비하지 말고 가까운 응급실로 아기를 옮기도록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