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횃불 - 김백겸

작성자사랑나루|작성시간04.07.11|조회수14 목록 댓글 0


횃불



김백겸


목련이 돋아나고
산수유가 피어나고
벚꽃이 불을 터뜨리기 시작해서

갑자기 봄이 무서워졌다
겨울이 히말라야 만년설처럼 녹지 않는 마음인줄 알았더니
눈물을 흘리는 눈사람처럼
시간이 저절로 녹아서 나무들의 뿌리와 줄기로 흘러가더니
희고 노랗고 붉은 횃불을 든
이 모든 꽃들의 혁명이 무서워졌다

그 미묘한 신호와 암시에 중독된 검은 운명의 인생보다도
정말로 무서웠던 것은

겨울이면서 봄이면서 여름이면서 가을인 당신
나무이면서 꽃이면서 잎이면서 열매인 당신
꽃들의 환한 시간 속에서 내 얼굴을 들여다보는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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