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막강산- 이문재

작성자사랑나루|작성시간02.04.22|조회수180 목록 댓글 0
적막강산




이문재



그리움도 이렇게 고이면 독이 된다
내가 떠나면서
나는 흉가로 남아
황사의 날들을 지나며 한 방울
독의 힘으로 눈 뜨고 있었다
첫 아이를 위한 태교처럼
그리움을 다스렸다 이슬을 보면
아지랑이를 떠올렸다 바람에 날리는
풀씨를 보며 산맥의 뿌리를 생각했었다
일어나는 먼지를 들판의 기침으로
여기기도 했었고
그러나 흉가에서 내 몸 속에 고이는
물은 피가 되지 못하고
독으로 변하고 있었다 불똥만 닿아도
폭발하고 만다는 그 푸른 독으로
눈물만큼 고이고 있었다
봄날은 고단하게 그렇게 지나갔다
독은 아직 고요하다


* 시집 <내 젖은 구두 벗어 해에게 보여줄 때>(문학동네)에서
* 시인약력
1959년 경기도 김포에서 출생
1982년 <시운동>4집에 시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작
시집 <산책시편> <마음의 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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