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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지중해의 기억

작성자나도사랑을했으면|작성시간07.04.22|조회수63 목록 댓글 0

이 책은 우선 읽으면 기분 좋은 책이다. 지중해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고대사의 질곡을 이처럼 유쾌하고 즐겁게 읽어갈 수 있는 책은 흔치 않다. 그것은 온전히 페르낭 브로델이라는 저자의 공이다. 이 책은 지중해를 죽도록 사랑한 한 노학자가 선사시대와 고대 세계를 바탕으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독자들에게 자신이 사랑하는 공간에 대해 말을 건네는 책이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지중해의 심장소리를 듣게 될 것이며,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그 윤곽을 뚜렷이 드러내는 거석, 피라미드, 그리스의 신전, 바실리카 등의 이야기를 통해서 영원히 현재처럼 존재하는 과거의 모습을 만나게 될 것이다.

 

 

1. 노학자가 안내하는 유쾌한 지중해 산책

 

“이 책을 써달라는 요구에 내가 선뜻 응한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그 분야는 내 능력 범위 밖에 있는데도 말이다. 본령을 실제로 떠나지 않으면서 새로운 영역을 탐구한다는 것은 견디기 힘든 유혹이다. 여행의 즐거움에 비교될 만한 것이다. 내가 이런 유혹에 굴복한 것은 호기심 때문이기도 하지만, 역사란 인간의 과거 전체를 포괄하지 않으면 완전히 이해될 수 없는 것이라고 항상 믿어왔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교양 있는 일반 독자들을 대상으로 쓴 이번 작업은 역사의 긴 시간을 관통하는 기회를 내게 주었고, 나는 그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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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델이 생전에 완성된 이 원고를 넘기며 써놓은 머리말이다. 평생 16세기 지중해를 전공한 사그는 이 책의 머리말에서 자신이 지중해에 대해 써달라는 편집자의 요구를 받아들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이런 유혹에 못 이겨 시작된 브로델의 이 책을 통해 이제 독자들은 관념적으로 또는 정서적으로만 접해왔던 지중해의 머나먼 세월의 저편을 가늠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지중해의 기억』은 ‘역사학의 교황’으로 불리기도 하는, 현대 역사학계에 영향을 미친 프랑스 아날학파의 대표적인 역사가인 브로델의 유고작이다. 또한 흥미로운 것은 그의 전공분야인 16세기, 17세기의 역사가 아닌 선사시대와 고대 세계에 관한 이야기라는 점이다.


브로델이 생전에 이렇듯 새로운 시기의 역사에 새롭게 도전한 것을 의아하게 생각할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브로델이 남긴 글을 감안한다면 그다지 놀라운 일도 아니다. 그는 1969년에 지중해의 모든 것, 달리 말하면 선사시대부터 로마의 정복까지 지중해의 역사로 독자를 안내하면서도 개괄적인 설명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의 이런 의도가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인간의 시간을 전체적으로 포괄하지 않으면 역사를 이해할 수 없다”는 그의 확신에는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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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rnand Braudel(August 24, 1902–November 27, 1985)

 


이 책은 정확히 말하면 1969년에 씌어졌지만 지금까지 미발표작으로 남아 있었다. 1960년대 말까지 방사성 연대측정법은 연대의 결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 못했다. 따라서 신석기와 금석병용기의 중동에 관한 자료들은 오늘날처럼 깔끔하게 정리되지 못한 상태였다. 서양의 거석문화도 야금술에 대한 연구만큼이나 미개척 분야로 겨우 확대되기 시작한 때였다. 또한 ‘바다의 사람들’, 에트루리아인, 킴브리인, 튜튼인의 이동 등에 대한 연구는 이동 범위를 터무니없이 확대하기 일쑤였다.


페르낭 브로델이 중동을 모든 것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한 것이나, 기원전 마지막 천년시대를 다루면서 당시 지중해의 파트너이던 리구리아인·켈트인·이베리아인 등 다른 민족들을 배제하고 페니키아인·에트루리아인·그리스인을 다룬 것은 그 시대의 학자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러나 페르낭 브로델은 당시 대학 교육의 한계를 넘어서, 지중해 문명권의 모든 특징을 고려하려는 입장을 보였다. 설령 새롭게 발견된 고고학적 자료들을 초월해서 근본적인 문제에 접근해보려 하지만, 우리는 기막힌 유물이 발견되어도 풀리지 않는 문제들이 있다는 사실을 금세 깨닫기 마련이다. 새로운 유물의 발견에 따른 정확한 연대의 추정을 넘어서는 이런 문제들을 브로델은 진지하게 제기하면서 그가 아는 범위 내에서 대답을 찾아보려고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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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ats on a sea with fishing lines, fishing net and sparrowhawk, Roman mosaic, Early empire (27 B.C. to 395 A.D.) Archaeological Museum, Sousse, Tunisia 


 

이 책에서는 신석기시대의 농부들에 의한 정복, 과학과 예술에서 탁월한 재능을 보인 중동, 페니키아의 지칠 줄 모르는 뱃사람들과 상인들, 이오니아의 문자나 철학 그리고 로마의 법 등에 심취한 브로델의 색다른 면도 찾아진다. 요즘의 역사학자들은 예컨대 무역혁명이나 거래를 쉽게 하기 위한 욕망과 적잖은 관계를 갖는 페니키아 알파벳의 발명 등 브로델이 혁명이라 일컬었던 단계들에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물론 아테네가 고대 세계적인 모습을 탈피하기 시작한 때도 ‘혁명적’이라는 수식어가 부끄럽지 않다. 또한 로마 공화국의 탄생도 혁명적인 사건이었다. 한편 브로델은 역사의 이면(裏面)을 읽으면서, 과거 경험을 능수능란하게 회복시킨 국가들이라 여겨지는 그리스와 로마라는 두 거인에 드리워진 신화를 벗겨냈다. 심지어 로마의 군화에 짓밟혔던 사람들, 즉 에트루리아인과 페니키아인에게 그가 큰 연민을 품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불러일으킬 정도다.


이런 점에서, 지금까지 강한 사람과 부유한 사람을 중심으로 기록된 역사의 균형을 잡기 위해서라도 승자의 공헌을 부인하지는 않더라도 재검검하는 동시에 패자의 공헌을 재평가하는 새로운 글쓰기가 필요하다. 요컨대 동양이 옛날에 결정적인 돌파구를 열어놓았던 예술과 기술의 세계에서 그리스의 역할이 지금까지 지나치게 강조되었던 것은 아닐까?


역사적인 사건들에 대해서도 브로델은 그 사건들의 결과, 그 사건들이 지정학적으로 주변 세계에 미친 실제적인 영향, 그리고 역사학자들이 과대평가하기 일쑤였던 승리와 패배에 주어진 의미 등을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했다. 주기적으로 찾아온 갈등과 분쟁에도 불구하고 그런 시련을 이겨내려 했던 굳건한 집단이 있었다는 브로델의 분석은 시대를 앞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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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브로델, 그가 우리에게 남겨준 책 읽기의 즐거움


이 책은 나름의 역사를 갖고 있다. 1968년 초, 스위스의 출판업자 알베르트 스키라(Albert Skira)의 대리인이 페르낭 브로델을 만나려고 제네바를 출발했다. 당시 스키라는 도판을 활용한 지중해 역사 시리즈를 계획하면서, 브로델에게 지중해의 선사시대와 고대를 다룬 시리즈의 첫 권을 부탁할 생각으로 그의 대리인을 브로델에게 보냈다. 브로델은 이런 요구에 처음에는 약간 놀랐지만 곧 의욕을 보이면서 선사시대를 진지하게 연구하기 시작했다. 사실 선사시대는 그에게 생소한 분야였고 당시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었던 분야였지만, 그는 즐거운 마음으로 단숨에 원고를 써내려갔다.


그러나 1970년에 들면서 알베르트 스키라는 건강이 극히 좋지 않았다. 그 때문에 1971~72년에 이 프로젝트는 유보되었고 삽화의 선택 여부도 불확실했다. 1973년 스키라가 세상을 떠나면서 많은 비용이 필요한 이 프로젝트는 시작조차 못한 채 취소되고 말았다. 이즈음 페르낭 브로델은 『문명과 자본주의』의 제2권을 쓰는 데 몰두하고 있어, 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쓴 텍스트를 독립된 책으로 보완해서 출간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렇게 하자면 관련된 지도와 삽화를 구해야 하는 추가적인 작업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그는 그 원고를 제쳐두었고, 그후 거의 잊고 지냈다.


그러나 브로델이 세상을 떠난 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출간되지 못한 이 원고를 묵혀둘 수는 없었다. 이 원고가 존재하는 것을 알고 있던 사람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하지만 1970년 이후로 고고학에 커다란 진전이 있었기 때문에 원고 수정의 문제가 논의되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검토를 거쳐 손을 대지 않고 브로델의 원고를 그대로 출간하되 보완사항은 주석으로만 처리하기로 하였다. 때문에 이 책은 브로델이 생전에 썼던 원고를 그대로 살려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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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원문 : 로마인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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