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문학의 세계

한국의 명시 감상 (105) 김소월의<진달래꽃>

작성자대태양/김현수|작성시간16.02.08|조회수1,352 목록 댓글 0

진달래꽃


김소월(金素月)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寧邊)에 약산(藥山)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시어, 시구 풀이]

 역겨워 : 마음에 거슬리고 싫어

 영변의 약산 : 평북의 지명

 즈려 : ‘눌러, 저질러’의 평안 사투리

 말없이 고내 드리오리다. : 하고 싶은 많은 이야기를 모두 참고, 원망이나 만류의 말없이 보내 드리겠습니다. 유교적 전통 사회에서 여성이 지닌 인종과 체념을 표면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영변(寧邊)의 약산(藥山) / 진달래꽃 : 약산 동네에 피는 진달래꽃을 들어 향토적 정감을 유발시키며, 시적 공간을 ‘영변→약산→진달래꽃’으로 점차적으로 축소시킴으로써 상징적 효과를 고조시키는 표현. 점강법. 상징법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 임이 가시는 길에 내 사랑의 표현으로 꽃을 한 아름 뿌려 가시는 길을 축복하겠습니다. 불교의 산화공덕(散花功德)의 이미지를 보인다.

 가시는 걸음 걸음 -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 임께서 밟고 가시는 그 붉은 진달래꽃은 임에 대한 나의 뜨거운 사랑이며, 그 사랑을 버리고 가실 때에도 임에 대한 원망을 하지 않겠다는 뜻. 희생을 통한 사랑의 승화 과정이 나타난다.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 가시는 임이 나의 슬픈 모습을 보고 마음이 상하실까 걱정스러워 죽는 한이 있어도 눈물을 보이지 않겠다는 뜻. 슬퍼도 슬퍼하지 않는 애이불비(哀而不悲)의 정신. 한국 여인의 인고(忍苦)와 함께 애절한 정한(情恨)을 암시한다.

 나 보기가 역겨워 -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1연) : 이별의 상황에 대하여 서정적 자아는 이미 예견하고 있으며, 그 상황을 애원이나 원망보다는 체념과 극기(克己)와 자기 희생으로 승화시켜, 가는 임을 붙들지 않겠다는 유교적 전통 사회의 여성이 지닌 인종과 체념을 드러내고 있다.

 영변(寧邊)의 약산(藥山) -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2연) : 떠나는 임에 대한 축복의 태도가 나타나 있다. 떠나는 임의 발길에 자신의 분신인 ‘진달래꽃’을 뿌려 준다는 것은 상징적 가정이다. 그만큼 임에 대한 뜨거운 사랑의 감정이 표출되어 있다. ‘아름 따다’는 근육 감각적 심상이라 할 수 있다. 이어 나오는 4연의 ‘즈려 밟고’도 근육 감각적 표현이다.

 나 보기가 역겨워 - 죽어도 눈물 아니 흘리오리다.(4연) : 이 시의 표면적인 의미는 ‘떠나 보냄’이다. 그러나 속뜻은 ‘되돌아오기를 기다리는 강한 의지’이다. 이런 서정적 자아의 태도는 ‘가시리’에서 임의 돌아옴을 기대하고 소원하는 끝맺음과는 표면적으로 아주 대조적이지만 내면에서는 동일하다. 그것은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는 ‘속으로 몹시 울겠다.’는 뜻의 아이러니[irony-반어(反語)]이기 때문이다. 또한, 3연에서 고조된 감정을 수미쌍관의 결구법으로써 승화시켰다. 반어법과 도치법의 표현이다. 


[핵심 정리]

 지은이 : 김소월(金素月, 1902-1934) 본명 정식(廷湜). 평북 구성(龜城) 출생. 오산 중학, 배재 고보에서 수학. 오산 학교 때의 스승 김억에게서 시의 지도를 받았다. <영대(靈臺)> 동인으로 작품 발표를 했고, 그의 대표작 ‘진달래꽃’은 1922년 <개벽>지에 실렸으며, 127편이 실린 시집 <진달래꽃>은 1925년에 나왔다. 통설에 따르면 민요시만 쓰다가 1926년부터 절필한 것으로 되어 있으나, 최근에 짙은 저항성이 담긴 그의 말기 작품이 많이 발굴되었다. 대표작으로 ‘초혼’, ‘금잔디’, ‘가는 길’, ‘산유화’, ‘진달래꽃’, ‘접동새’, ‘예전엔 미쳐 몰랐어요’ 등이 있다.

 

 갈래 : 자유시. 서정시. 민요시, 낭만시

 율격 : 내내율(7·5조 3음보의 민요적 율조)

 성격 : 향토적. 민요적. 여성적. 유교적

 어조 : 전통적인 여인의 애절한 목소리

 표현 : 직서적. 역설적. 전통적인 정서와 율격. 도치와 반복과 반어와 명령법 등 사용.

          ‘-오리다’의 반복적 사용(각운)

 구성 :

   1연  체념을 통한 이별의 정한

   2연  떠나는 임에 대한 축도(祝禱)

   3연  원망(怨望)을 초극(超克)한 사랑

   4연  인고(忍苦)의 의지로 이별의 정한 극복

 제재 : 진달래꽃. 이별

 주제 : 이별의 정한(情恨)과 그 승화(昇華)

 출전 : <개벽>25호(1922. 7)


작품 해설

  전체적으로 볼 때, 이 시는 7․5의 음절수를 기초로 한 3음보 율격의 민요조 가락을 밟고 있다. 여기에 향토적인 시어의 활용, 1연의 반복에 의한 수미쌍관(首尾雙關)식 결구 ‘~옵소서’와 같은 여성적 화법 등이 효율적으로 어우러져 승화된 이별의 정한(情恨)으로 표출되고 있다.

  이 시의 화자는 여성이다. 표면적으로 화자는 임과의 이별이라는 비극적 상황을 그저 묵묵히 받아들이는 체념의 자세를 보여 준다(1연). 물론, 이 같은 자세는 가시는 임의 앞길에 꽃을 뿌려 축원하고(2연), 임이 그 꽃을 즈려 밟고 가길 바라는(3연) 진실되고 헌신적인 사랑을 품고 있기에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그 축복의 이면에는 임을 절대로 보내지 않겠다는 역설적인 의미가 숨겨져 있다.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이 시는 자유시지만 7․5조를 기초로 한 3음보격의 외형률을 보이고 있다. 그 형태를 분석해 보면, 제 2연의 '영변의 약산/진달래꽃'만이 거의 4․4조에 가까운 음수이고 그 밖의 모든 부분은 7․5조의 음수로 배열되어 있다. 7․5조는 일본 시가의 율조인데, 그것이 우리 시에 쉽게 수용된 것은, 7․5조가 4․3․2․3조 또는 3․4․3․2조 등의 음절수로 분해되어 우리 전통 시가의 율격과 쉬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시의 이미지를 살펴보면, 사랑하는 임과의 이별이라는 극한적 상황을 ‘진달래꽃’을 통하여 초극하려는 역설적 의지가 담겨진 작품이다. 내용상으로 보아 ‘진달래꽃’은 붉고 아름다운 서정적 자아의 사랑의 완성으로 이해할 수 있다. 서정적 자아가 지니고 있는 원망과 슬픔을 상징하는 동시에 떠나는 임에게 끝까지 자신을 헌신하려는 순종과 정성의 상징이기도 하다.

 옛 시에서도 ‘진달래꽃’은 민족 정서의 대유적(代喩的) 상징물로써 존재하는데, 특히 사랑과 이별의 정한을 노래하는 작품에서 시인의 분신으로서 표현되기도 한다.

 또, 이 시의 서정적 자아는 김소월 시들이 거의 그렇지만 여성이다. 소월 시뿐만 아니라 우리의 전통 시가들은 여성을 서정적 자아로 가지고 있다. 우리 시의 여성편향은 존재의 나약성과 함께 잠재된 저항력의 지속적 표출의 결과라고도 말을 하지만, 한편으로는 섬세하고 부드러우며 순화적인 감정 승화를 이루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진달래꽃’은 설화적 모티프를 가지고 있는데, 여성의 인종과 남성의 유랑성을 비극적 상황으로 설정해 놓았다. 이런 비극적 장면 속에서의 여성적 목소리는 자신의 고난을 극복하려는 새로운 의지와 자세로 변하는 과정을 겪게 되고, 폭력과 인종의 굴레를 달관하는 이상적 의지를 실현하게 된다.


<참고> 소월 시의 한(恨)과 민요와의 관계

 소월 시의 저변에 흐르는 한(恨)은 한민족의 심층에 깔린 정서이다. 이것은 고려속요나 시조에서 살펴볼 수 있거니와, 그 외에도 구전(口傳)하는 민요나 민담에서도 쉽게 발견되는 것들이다. 여러 민요를 살펴보면 소월이 그의 시에서 노래한 이별의 한이 그대로 나타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민요에 내포된 한의 정서는 특히 비기능요(非機能謠-노동요 같은 어떤 기능성을 띤 노래가 아닌 민요)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한국 민요의 정서가 소월 시의 그것과 일치한다는 점은 여러 평가들에 의해 지적된 바 있다.


<참고> 김소월의 시사적(詩史的) 위치

 김소월의 시는 한국인의 보편적인 정서와 민요적 율격에 밀착되어 있다. 표면에 그리움, 슬픔, 한(恨) 등 비극적 사랑의 정감이 있으면서도 이면에는 존재에 대한 형이상학적 성찰을 담고 있으며, 그 심층에는 험난한 역사와 현실 속에서 삶의 어려움을 참고 이겨내고자 하는 초극(超克)의 정신이 자리잡고 있다는 점에 참뜻이 놓여 있다.

 무엇보다도 소월 시는 서구 편향성의 초기 시단 형성 과정에 있어서 한국적인 정감과 가락의 원형질을 확실하게 보여 주었다는 점에서 민족시, 민중시의 소중한 전범(典範)이 된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1) 향토성(鄕土性) : 그의 시는 거의가 향토적인 풍물, 자연, 지명을 소재로 삼고 있다.

 (2) 민요풍(民謠風) : 오랜 세월 동안 겨레의 정서 생활의 가락이 되어 온 민요조의 리듬

                              으로 이루어졌다.

 (3) 민족 정서(民族 情緖) : 시의 주제와 심상은 민족의 설움과 한(恨)의 정서를 활용, 민

                                      족의 보편적 감정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참고> 한용운의 ‘님’과 김소월의 ‘님’

 김소월의 ‘님’이 가진 속뜻을 생각하면서 같은 시대에 살았던 한용운의 ‘님’을 비교할 가치가 있다. 한용운의 시에도 ‘님’ 또는 이에 해당하는 존재가 많이 등장한다. 그 님이 현재의 ‘나’와 함께 있지 않다는 점도 비슷하다. 그러나 이러한 공통성을 가지면서도 그것을 시적으로 처리하는 방식은 아주 대조적이다.

 김소월의 시에 나타나는 ‘님’은 죽었거나 아주 멀리 가서 돌아올 가망이 없는 님이다. 그의 시가 대개 애절한 슬픔과 한의 빛깔을 띠는 것은 이 때문이다. 사랑하는 님이 다시 돌아올 수 없으며, 나에게는 기약 없는 기다림만이 있다고 할 때 절망적인 비탄에 빠지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이에 비해 한용운은 비록 지금 여기에 ‘님’이 없다 하더라도 언젠가는 다시 돌아올 것이며, 돌아오지 않을 수 없다는 믿음을 노래한다. 님의 돌아옴을 믿기 때문에 그의 시는 끝없는 절망에만 빠지지 않으며 마침내는 슬픔을 극복하고 희망에 도달한다. 그리하여 그의 시는 슬픔과 절망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돌아오고야 말 님을 향해 솟아오르는 사랑의 힘을 노래한다. 이와 같은 차이는 여러 각도에서 설명될 수 있겠지만, 그 가장 중요한 부분은 두 시인이 가졌던 현실 감각과 역사 의식에서 구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