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부 부부상 / 박재삼
해제 : 이 시는 고전소설 ‘흥부전’의 박 타는 장면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든 시이다. 가난한 삶에 애환을 느끼면서도 서로를 바라보고 살아가는 흥부 내외의 모습(夫婦像)에서 소박한 행복을 느낄 수 있음을 강조하는 작품이다.
■ 작품 읽기
흥부 부부가 박덩이를 사이 하고
가르기 전에 건넨 웃음살을 헤아려 보라
금이 문제리
황금 벼이삭이 문제리
웃음의 물살이 반짝이며 정갈하던
그것이 확실히 문제다
없는 떡방아 소리도
있는 듯이 들어 내고
손발 닳은 처지끼리
같이 웃어 비추던 거울면(面)들아
웃다가 서로 불쌍해
서로 구슬을 나누었으리
그러다 금시
절로 면(面)에 온 구슬까지를 서로 부끄리며
먼 물살이 가다가 소스라쳐 반짝이듯
서로 소스라쳐
본(本)웃음 물살을 지었다고 헤아려 보라
그것은 확실히 문제다
■ 시의 부분적 감상
(1)흥부 부부가 박덩이를 (2)사이 하고
가르기 전에 건넨 (3)웃음살을 헤아려 보라
(4)금이 문제리
황금 벼이삭이 문제리
웃음의 물살이 반짝이며 정갈하던
(5)그것이 확실히 문제다
없는 떡방아 소리도
있는 듯이 들어 내고
(6)손발 닳은 처지끼리
같이 웃어 비추던 (7)거울면(面)들아
웃다가 서로 불쌍해
서로 (8)구슬을 나누었으리
그러다 금시
절로 (9)면(面)에 온 구슬까지를 서로 (10)부끄리며
먼 물살이 가다가 소스라쳐 반짝이듯
서로 (11)소스라쳐
(12)본(本)웃음 물살을 지었다고 헤아려 보라
(13)그것은 확실히 문제다
(1) 흥부 부부 : 작품 속 등장인물이자 화자에게 소박한 삶의 행복을 보여주는 인물들이다.
(2) 사이 하고 : ‘사이에 두고’의 뜻이다.
(3) 웃음살 : 웃음의 물살을 줄인 말로 볼 수 있습니다. 비록 가난하게 살아가지만 박 하나를 타면서도 먹을 것이 생겼다며 서로를 향해 미소를 보낼 수 있는 그런 모습에서 소탈한 행복을 찾을 수 있다.
(4) 금이 문제리 / 황금 벼이삭이 문제리 : 돈이나 곡식 등 물질적인 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5) 그것이 확실히 문제다 : 여기에서 ‘그것’은 바로 앞에 나오는 ‘웃음살’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문제다’라는 것은 ‘중요한 것이다’라는 의미입니다. 1연 전체의 의미를 고려하자면 물질적인 부보다도 인간적인 정을 나누는 것이 중요한 것임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1연의 핵심 내용 : 박을 타기 전의 부부의 정갈한 웃음살
(6) 손발 닳은 처지 : 가난으로 인해 고생하며 살아온 것을 의미하지요. 그러한 가난한 삶의 애환이 엿보인다.
(7) 거울면 :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고 상대를 비추며 살아온 사이이지요. 흥부 부부가 그러한 가난한 삶의 애환을 겪으면서도 서로를 바라보며, 똑같이 이해하고 아끼며 살아왔음을 알 수 있다.
-2연의 핵심 내용 : 서로에 대한 이해와 사랑
(8) 구슬 : 웃다 서로 불쌍해져 나눈 것이라고 되어 있지요. 눈물의 은유적 표현으로 볼 수 있습니다. 웃음이란 인간적인 정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가난한 삶이 없는 것이 되는 건 아니지요. 그 가난한 삶의 애환에 대한 슬픔에서 서로를 향한 동정심이 우러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9) 면 : 서로의 얼굴을 말하는 것이지요. 2연에 나오는 거울면에서 유추해볼 수 있는 의미이다.
(10) 부끄리며 : ‘부끄러워하며’의 뜻이다.
(11) 소스라쳐 : ‘깜짝 놀라 몸을 떠는 듯이 움직여’의 뜻이다.
(12) 본웃음 물살 : ‘본웃음 물살’이라고 하는 것은 처음에 이야기했던 박타기 이전의 웃음살을 가리킵니다. 그리고 이 웃음은 3연 전체의 내용을 생각한다면 가난의 애환 속에 흘린 눈물이 멋쩍어 지은 웃음으로, 그러한 슬픔을 극복했다는 의미로까지 연결지을 수 있다.
(13) 그것은 확실히 문제다 : 그것, 다시 말해 생활의 슬픔까지 극복해낼 수 있는 웃음이 중요한 것이라는 뜻이다.
-3연의 핵심 내용 : 흥부 부부의 진정한 눈물과 웃음
■ 핵심 정리
1.갈래 : 자유시, 서정시
2. 성격 : 전통적, 인유적, 회상적
3. 주제 : 가난한 삶의 애환과 소박한 행복
4. 표현 : 명령형과 단정적인 종결어미를 통해 교훈적 의도 드러냄.
유사한 어구의 반복을 통해 운율 형성함. 묘사적 심상
인유 - 허구적이든 실제적이든, 유명한 인물이나 고사나 문구를 따오는 문학적 기교
상징 - 인유의 형태를 빌어서, 물질 숭배에 젖어 있는 인간상과는 달리, 정신적 행복을 추구하는 소박한 인간성을 암시
■ 수능기초문제
1. 흥부 부부가 가진 것과 갖지 못한 것은 무엇인가?
⇒물질적 풍요는 누리고 있지 못하지만 부부애와 소박한 행복을 가짐.
2. “그것이 확실히 문제다.”의 의미는?
⇒ 가난하지만 만족할 줄 아는 마음씨가 중요하다.
3. “같이 웃어 비추던 거울면(面)들아.”의 의미는?
⇒ 서로에 대한 이해와 사랑
4. “서로 구슬을 나누었으리.”의 의미는?
⇒ 서로의 슬픔을 위로함
5. 고전 소설 ‘흥부전’의 차용과 변용에 대해 분석해 보면 어떠한가?
⇒ 착한 흥부는 행복하게 잘 살게 되고 놀부는 악한 행동의 대가를 받게 된다는 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소설의 내용이다. 그러나 시인이 생각하는 행복은 흥부가 보답을 받아 부자가 되기 이전 가난한 때, 부부간에 존재하던 진정한 사랑을 간직한 바로 그때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 생각해 볼 문제
* 신경림의 시 ‘농무’, 정희성의 시 ‘저문 강에 삽을 씻고’, 서정주의 시 ‘무등을 보며’를 읽고, 가난을 대하는 화자의 태도를 비교해 보자.
⇒ 박재삼의 <흥부 부부상> : 가난의 정신적 극복, 담담한 수용 (물질적 가치보다는 인간적인 정과 사랑으로 가난을 극복함)
산구석에 처박혀 발버둥친들 무엇 하랴./비료 값도 안 나오는 농사 따위야
아예 여편네에게나 맡겨 두고/쇠전을 거쳐 도수장 앞에 와 돌 때
우리는 점점 신명이 난다./한 다리를 들고 날라리를 불꺼나./ 고개짓을 하고 어깨를 흔들거나.
(신경림, 농무)
⇒ 현실에 대한 울분을 토로하면서 농무를 함.
삽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이렇게 저물고, 저물어서/샛강 바닥 썩은 물에/달이 뜨는구나.
우리가 저와 같아서/흐르는 물에 삽을 씻고/먹을 것 없는 사람들의 마을로/다시 어두워 돌아가야 한다.
(정희성, 저문 강에 삽을 씻고)
⇒ 슬픔의 내면화, 즉 체념적인 모습을 보여줌.
가난이야 한낱 남루(襤褸)에 지나지 않는다.
저 눈부신 햇빛 속에 갈매빛의 등성이를 드러내고 서 있는
여름 산 같은/우리들의 타고난 살결 타고난 마음씨까지야 다 가릴 수 있으랴.
청산(靑山)이 그 무릎 아래 지란(芝蘭)을 기르듯/우리는 우리 새끼들을 기를 수밖에 없다.
목숨이 가다가다 농울쳐 휘어드는/오후의 때가 오거든,
내외들이여 그대들도/더러는 앉고/더러는 차라리 그 곁에 누워라.
지어미는 지애비를 물끄러미 우러러보고,/지애비는 지어미의 이마라도 짚어라.
어느 가시덤불 쑥구렁에 누일지라도/우리는 늘 옥돌같이 호젓이 묻혔다고 생각할 일이요,
청태(靑苔)라도 자욱이 끼일 일인 것이다.
(서정주, 무등을 보며)
⇒ 삶의 어려움을 이겨내는 여유 있고 넉넉한 정신(가난의 정신적 극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