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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세계

한국의 명시 감상 (19) 이희승의 <벽공(碧空)>

작성자대태양/김현수|작성시간14.05.23|조회수204 목록 댓글 2

한국의 명시 감상 (19)

 

 

벽공(碧空)                        -이희승(李熙昇:1896-1990)-

 

 

손톱으로 톡 튀기면 쨍 하고 금이 갈 듯

새파랗게 고인 물이 만지면 출렁일 듯

저렇게 청정무구(淸淨無垢)를 드리우고 있건만.

 

▣ 작가소개 및 작품 감상

 

작가 이희승의 호는 일석(一石)이고 경기도 광주(廣州)출생이다. 시인, 수필가, 국문학자이다. 경성제대 조선어문학과 졸업하였으며, 일제말에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투옥되었다. 서울대 교수. 동아일보 사장. 한국시조작가협회 고문을 역임하였다. 국어학자로서 시와 수필을 썼다. 시집으로 <박꽃>(1947), <심장의 파편>(1956)과 수필집 <벙어리 냉가슴>(1956) 등이 있으며, 반공민족주의자로서 평생동안 소박하고 중용적(中庸的)인 인생 태도를 견지(堅持)하였다.

 

이희승 작가의 호가 일석(一石: 하나의 돌)이므로 독일어로 번역하면 'Ein Stein(아인슈타인)'이 된다. 일석의 가까운 친구들이 "자네가 한국의 아인슈타인이란 말인가?” 하고 놀려댔다는 일화를 고등학교 때 국어선생님을 통해 들은 일이 있다. '일석'이 '아인슈타인'을 계산한 의도적인 아호였는지 아니면 우연의 일치였는지는 본인 외에는 알 수가 없으리라.

 

                                      ♣           ♣           ♣

 

이 시는 이희승 작가가 1936년 《현대문학》에 발표한 『낙엽』, 『남창(南窓)』과 함께『추삼제(秋三題)』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연시조(聯詩調) 중의 1편이다. 이 시조는 가을 하늘의 맑음을 예찬한 서정적 노래이다. 자연을 대하는 작가의 마음이 청신(淸新)한 비유를 통해 명경지수(明鏡止水)의 경지에 이르고 있다.

 

이 시조의 묘사적(描寫的) 성격은 한 폭의 수채화의 회화미(繪畵美)를 보이고 있다. 맑고 깨끗한 푸른 하늘을 찬미하면서 인간[세속]의 더러움과 대조(對照)된 하늘의 티 없이 맑고 깨끗함 예찬하고 있는 것이다. 가을 하늘을 제재(題材)로 하여, 원관념(原觀念)은 나타내지 않고 보조관념(補助觀念)만으로 사용해서, 티 없이 맑고 깨끗한 가을 하늘을 묘사하였다. 또한 시각․청각․촉각 등의 감각적 수법이 뛰어나다.

 

제목인 ‘벽공(碧空)’이란 ‘푸른 하늘’을 말하며 ‘쳥정무구(淸淨無垢)’란 ‘맑고 깨끗하여 때가 하나도 없음’을 뜻한다. 이 시조에 구사(驅使)된 어휘들은 매우 감각적이다. 맑고 깨끗한 가을 하늘은 손톱으로 가볍게 튀겨도 ‘쨍 소리’를 내며 금이 갈 것 같고(초장), 새파란 가을 하늘은 살짝만 만져도 넘쳐 날 것 같은 잔잔함과 풍요로움(중장)을 가지고 있다. 그야말로 한없이 맑고 깨끗하여 한 점 티끌도 없는 명경지수와 같은 상태이다(종장).

 

손톱으로 툭 튀기면 쨍하고 금이 갈 듯의 표현은 하늘을 너무도 생동감 넘치게 그리고 있다. 하늘이 마치 유리조각과도 같은 것이다. 또한 하늘을 새파랗게 고인 물이 만지면 출렁일 듯이라고 표현했다. 새파란 연못[]처럼 길고 깊은 것이다. 하지만 만지면 그 고요한 수면이 금새 물살을 일으킬 듯이 하늘도 출렁일 것만 같은 것이다. 이처럼 하늘은 맑고 고요하고 티가 없는 것이다. 이 ‘벽공’에는 단순히 하늘의 겉모양만 노래한 것이 아니라, 그 깊고도 맑은 저 편의 숭엄(崇嚴)한 섭리(攝理)가 노래되고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드리우고 있건만’이란 말로 여운(餘韻)을 남기고 있다. 그렇다면 이 여운의 의미는 무엇일까? 또한 한없이 맑고 깨끗하여 한 점 티끌도 없는 가을 하늘과 대비되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인간이 살아가는 이 복잡하고 어지러운 '문명사회'일 것이다.

 

도덕적으로 타락(墮落)하고 이기적이고 이해타산만 앞세우는 혼탁한 사회에 대한 무언의 탄식(歎息)을 듣는 것 같다. 청각적, 시각적, 촉각적 이미지를 사용하여 본래 시조 문학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간결한 형식과 맛을 느끼게 한다. 특히, 중장(中章)에 나타난 지극히 섬세한 감각은 이 시조의 격(格)을 더욱 높여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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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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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靑山임흥윤 | 작성시간 14.05.23 감상 잘하고 갑니다
  • 답댓글 작성자대태양/김현수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4.05.23 사랑합니다
    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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