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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세계

한국의 명시 감상 (30) 김상옥의<사향(思鄕)>

작성자대태양/김현수|작성시간14.06.13|조회수144 목록 댓글 0

 

       사향(思鄕)


                              김상옥(金相沃)

 

    눈을 가만 감으면 굽이 잦은 풀밭 길이,

    개울물 돌돌돌 길섶으로 흘러가고,

    백양 숲 사립을 가린 초집들도 보이구요.


    송아지 몰고 오며 바라보던 진달래도

    저녁 노을처럼 산을 둘러 퍼질 것을.

    어마씨 그리운 솜씨에 향그러운 꽃지짐.


    어질고 고운 그들 멧남새도 캐어 오리.

    집집 끼니마다 봄을 씹고 사는 마을,

    감았던 그 눈을 뜨면 마음 도로 애젓하오.



[시어, 시구 풀이]

 사향(思鄕) : 고향을 생각함

 길섶 : 길 가장자리. 길가

 백양 : 실버들과의 낙엽 교목

 사립 : 사립문

 어마씨 : ‘어머니’의 사투리. 예스러운 말

 꽃지짐 : 꽃으로 지져 부친 음식. 화전(花煎)

 멧남새 : 산나물

 애젓하오 : (놓쳐 버린 것, 떠나버린 것 등을 잊지 못해) 안타깝도록 서운하오

 눈을 가만 감으면 굽이 잦은 풀밭길이, : 눈을 감은 동작을 말함으로써 현실을 떠나 잠깐 고향 생각에 잠김을 나타냈고, 그리고는 추억 속에 아련히 떠오르는 고향의 들길을 표현하였다.

 진달래도 / 저녁 노을처럼 산을 둘러 퍼질 것을. : 지천으로 핀 진달래꽃을 저녁놀에 비유하였다. 진달래꽃의 이미지는 종장의 ‘꽃지짐’으로 연결되어 전체적으로 붉은 색상으로 연상시킨다. 시각을 통한 고향 봄의 정취, 정경을 표현하였다.

 봄을 씹고 사는 마을, : 봄나물을 먹으며 정겹게 살아 온 내 고향 마을. 미각을 통한 봄의 향수를 표현하고 있다.

 감았던 그 눈을 뜨면 : 고향 생각(추억의 세계)에서 깨어나 현실로 돌아오면

 마음 도로 애젓하오. : 고향을 생각하기 이전처럼 다시 안타까움과 서운함으로 가득 차오.


  [핵심 정리]

 지은이 : 김상옥(金相沃, 1920- ) 시조 시인. 경남 충무 출생. 토속적인 맛과 섬세하고 영롱한 고유어를 능란하게 구사하고, 참신한 은유와 상징으로 사유의 깊이를 천착함으로써 현대시조에 기여한 공이 큼. 광복 이후에는 자유시에 치중함. 시조집에 <초적(草笛)> 등이 있다.

 

   갈래 : 평시조. 연시조. 현대시조. 정형시

   형태 : 장별 배행

   율격 : 3(4).4조. 4음보. 3장 6구의 외형률

   성격 : 회상적

   어조 : 관조적

   심상 : 시각적. 청각적. 후각적. 미각적

   구성 :

     첫째수  고향의 전경(全景)

     둘째수  그리운 진달래 산천, 어머니, 꽃지짐

     셋째수  어질고 마음씨 곱던 고향 사람들

   제재 : 회상 속의 고향

   주제 : 봄날의 고향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

   출전 : <초적(草笛)<(1947)


  작품 해설

  이 시는 제목인 ‘사향’이 의미하는 그대로 고향에 대한 생각을 읊은 시조이다. 시적 화자는 눈을 감고 고향 마을에 대한 풍경과 정서에 젖어 든다. 첫째수에서는 고향 마을의 전경(全景)을 회상하고 있고, 둘째수에서는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에 젖어 들고 있으며, 셋째수에서는 가난하지만 어질고 고운 고향 사람들의 생각에 빠져 든다. 시적 화자의 마음 속에 아련한 향수로 떠오르는 이러한 고향의 자연과 인정의 세계는 다양한 이미지의 구사를 통해 묘사됨으로써 한결 생생한 감각으로 환기된다. 첫째수에서는 ‘개울물 돌돌돌 길섶으로 흘러가고’라는 청각적 이미지가 구사되고 있고, 둘째수에서는 진달래꽃이 저녁 노을처럼 퍼져 있다는 뛰어난 시각적 비유와 ‘향기로운 꽃지짐’이라는 후각적 이미지가 어우러져 있으며, 셋째수에서는 ‘봄을 씹고 사는 마을’이라는 미각적 이미지가 나타나 있다. 이러한 다채로운 이미지의 구사를 통해 이 시는 우리 모두에게 잃어 버렸던 고향의 자연과 인정에 대한 감각적 정서를 되찾게 해 주고 있다.


  <참고> 김상옥의 시조 창작 태도

 그의 아호는 초정(草汀)이다. 초정을 시인 또는 시조 시인이라고 불리어진다. 이는 그의 시작(詩作) 활동이 경중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시와 시조에 걸쳐 있기 때문이다.

 그에게 있어서 시와 시조의 창작은 확연히 분리된 작업이 아니었다. 이런 점에서 김상옥은 현대 시조가 단순히 시조의 명맥을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대의 시 정신을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한다는 것을 깊이 터득한 시인이었다고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가창적인 요소에 만족하였던 고시조와는 달리 김상옥의 현대 시조는 독특한 사유의 세계를 지니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사유의 세계를 바탕으로 그는 시조의 현대화에 공헌하였다.

 이 작품에서 감각적, 서술적 심상에 의한 사실적 경향이 강하다거나, ‘현실 → 사향(思鄕) → 현실’의 의미 구조와 유기성이 강조되는 것도 시조의 현대성을 추구하고자 하는 시인의 노력과 관계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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