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하나쯤/원강온
머리를 누르면 외롭다고 말하는 인형이 있었어. 내가 인형을 만질 때마다 인형은 외로웠지. 나는 인형을 할머니한테
줬어. 할머니, 인형 머리 눌러봤어? 할머니는 고개를 저었어. 나는 우줄대며 이거 보라, 인형의 머리를 힘껏 눌렀고
인형은 언제나처럼 외로워 외로워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는데 그러지 말 걸 그랬나봐. 할머니는 한참 동안 손을
떨었어. 등 돌려 구석만 보고 미안해 미안해 중얼거렸어. 할머니는 인형이 별로 안 귀엽나? 사실 조금 무서웠나? 그
래서 나 자는 동안 굽은 등 속으로 들어가 버린 걸까. 할머니가 사라진 뒤 언젠가부터 인형을 찾을 수 없었어. 아빠,
그 인형 기억나? 밤늦게 들어왔을 때 오바 몰래 나한테만 안겨 줬던 인형 있잖아. 그 인형이 외롭다고 말했던 거 알
아? 할머니 나랑 있을 때는 저런 거 치우라고 질색했으면서 나 몰래 인형 머리를 벅벅 쓰다듬었던 거. 알아?
그러자 아빠는 말없이 울면서 내 머리를 눌렀는데 그 손이 너무 무겁고 깜깜해서 나는 방전된 척 아무 생각 없는 척
하고 누웠어. 눈을 감아도 잠이 오지 않아서. 이대로 영영 잘 수 없을 것 같아서. 이게 인형의 눈이구나. 말들이 고요
히 안으로만 고이는 밤이었어. 나한테 그런 인형이 있었어. 말하면 아무도 몰라. 우리 집에 그런 게 있었어? 이름이
뭐였는데? 물으면 나도 모른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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