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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속에,글 속에

빈집 /이하 李下

작성자프리맨|작성시간26.06.06|조회수0 목록 댓글 0

빈집 /이하 李下

 

 

여우비가 내린 여름 오후였다

담 너머 수국은 마른 목을 꺾고 있다

 

선잠 속, 흉몽 일렁인 바다, 찬 물결 사이

어린 몸 하나를 품고 있다

 

낮달이 떠올라 타는 해를 가려주고 있었다

 

마당 키 작은 나무

홑이불을 들춘 하얀 손, 검푸른 잎맥 돋아 있다

꽃그늘은 온기 잃은 발등을 쓰다듬고 있다

 

마당을 적시는 흐린 등, 짧은 밤을 지켰다

캄캄한 골목으로 작은 그림자. 아득한 어둠으로 사라지고

자식 잃은 뼈마디에서 새벽 별빛이 희미하게 빠져 나갔다

잠이 오지 않던 그해 여름밤

추녀 밑. 거미줄에 벌레 몇 마리

버둥거리고 말라갔다

 

여름 지나

대문은 입을 닫고

벽을 세운 기둥이 주저앉았다

 

겨울이 오기 전

동네에 빈집이 하나 늘었다

 

봄날, 어린 꽃들이 빈 마당에 흐드러지게 펴도

나무그늘은 제자리를 맴돌고 있었다

부엌 아궁이엔 눈처럼

재만 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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