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 다시, 톰 웨이츠에게/강정
훈제오징어 다리처럼 살이 휘어진 우산은 받치는 둥 마는 둥
몸을 홀딱 적신 채
급류에 떠밀려온 인어공주라도 기다리는 양
멀찍이 고개를 돌렸죠
그랬더니 내가 기다리던 게 정말 인어공주였다는 걸 깨닫고는
그만 그 자리에서 온몸이 줄줄 흘러내렸어요
우산들이 거꾸로 뒤집어져서는 대로 위를 둥둥 떠다니고
지하철역 입구에선 막 태어난 새떼들이
귀를 쫑긋 세우고는 빗방울에 섞인 몸을 받아먹데요
모든 음악이 인어의 신음소리로 들리니
이제 인간의 사랑은 글렀더라
이렇게까지 말하는데도
인어의 신음소리가 무어냐고 묻는 당신,
내 사랑이 아니어라
지구가 이토록 열렬히 물집을 터뜨리고
새와 물고기가 허공에서 살을 맞대 온갖 울음 토해내는데
인간의 말이 따로 어디 있다고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