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오은
한 달 치의 일들이
하루 새 벌어졌어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주제넘게 실현되었어
도박꾼은
평생 써도 모자랄 돈을 다 써버렸어
미망인은
평생 흘릴 눈물을 다 쏟아버렸어
터진 수도관은 분수도 모르고
분수를 내뿜었어
시원한 것은 순간이었어
그다음에 찾아오는 것은
시원시원한 고통이었어
막아도 막아도
어떻게든 쏟아져 나오는 게 있었어
그것의 이름은 잊어버렸어
애써도 애써도
끝끝내 쓸 수 없는 것이 있었어
애타도 애타도
도저히 타지 않는 것이 있었어
노다지에 손대고 싶었어
노다지라고 하니까
더 손대고 싶었어
그것의 모양은 잊어버렸어
그것의 색깔은 잊어버렸어
먹어도 먹어도
기어이 파고드는 것이 있었어
벌레 먹은 배를 움켜쥐며
한 달 치의 일들을
하루 새 떠올렸어
감히 실현 될 수 없는 일들이
주제도 모르고 떠올랐어
그 틈을 비집고
남은 것들이
여남은 것들의
전부인 양
무너져 내렸어
시원처럼 원 없이 아득해졌어
개지 않은
리듬만 남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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