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자본론/김명기
묵은 때가 반질반질한 목침이나 가끔 마른 기침소릴 내는
금성 선풍기 바람이 장남보다 위안인 아버지의 등골을 본다
이른 봄 개드릅 나무 어린순으로부터 시작해
이따금 산림감시원 눈을 피해 주목나무를 퍼오기도 하고
여름 내내 집안 가득 번져가는 산도라지 향은
장날 표 만 원짜리 등산화 몇 켤레나 해진 값
바람이 바뀌는 중추절 전후 송이 산막 밤샘이 철거된 후에야
비로소 산술이 되는 무디디 무딘 아버지의 자본론
작물에 더는 희망이 없다는 건
이제 겨우 텃밭에서 엄마의 심심풀이 노동이 된
토마토나 가지 그리고 노랗게 꽃필 때까지 자란
늙은 상추가 내게 알려준 사실이다
육법전서나 마르크스 자본론의 겉표지 조차 본 적 없는
아버지 백태 낀 눈은 차라리 그래서 구체적이다
에순하고 일곱 해 등골이 등꼴이 되도록
조직도 없이 오로지 혼자 살아낸 아버지의 자본론
스스로 자본가이기도 노동자이기도 한
이르테면 역사적 비판을 굳이 찾을 필요 없이
스스로 수요와 공급을 조정해낸 곧자적 시장성
(실패나 성공은 유보해두자)
하필 종일 비 오는 날 돌아누운 아버지의 서글픈 등골을 보았을까
뼈 빠지게 뼈 빠지게 되돌아오는 시린 눈 안으로 곤히 잠든 아버지의
자본론을 가슴 저릿하게 일어 내리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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