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의 밤/배한봉
저 불빛 나무에 대해 이야기해 보게.
정원사가 가지를 잘라 삼각형으로 만든
아름다운 밤의 나무.
9십9만 개 빨갛고 노란 장식용 전구가 깜박이는 나무.
자, 이야기해 보게. 이 축복의 밤에
창문용 방풍 비닐을 사러 온 자네.
미납된 건강보험료와 바닥난 보일러 기름 걱정 잠시 내려놓고
저 화려한 전야에 대해 이야기해 보게.
술집과 나이트클럽이 미어터지는
축제의 밤.
온몸을 내던져 가르쳐준 사랑 대신
사치와 향락이 넘치는 거리, 상업주의만 빛나는 은총의 밤.
자네 삶에도
오색별과 딸랑 종,
내리지 않는 눈 대신 주먹만 한 솜뭉치를 장식하고 싶은가.
칭ㄷ칭 감아놓은 비닐 반짝이가 바람을 희롱하며 버석거려.
언짢은 마음이 있다면, 밤의 신에게 털어놓게.
영혼도 없이
살찌는 밤의 육체.
비만한 욕망이 번쩍거리는 황홀한 밤의 육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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