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말 속에,글 속에

저녁의 몽상/이시영

작성자프리맨|작성시간26.06.20|조회수0 목록 댓글 0

저녁의 몽상/이시영

 

  사는 것이 사는 것 같지 않고 으스스 몸이 시릴 때, 아니 내 삶이 내 삶으로 도

저히 용납되지 않을 때, 그것이 또한 오로지 남의 탓이 아닐 때 등을 돌리고 서

면 거기 안서호의 황혼녘에 오리들이 몇 유쾌한 직선을 그으며 나아가고 있었

나니, 나 425호 남의 연구실 유리창에 이마를 갖다대고 그덧들의 한없이 자유

로운 유영을 지켜보곤 하였으나 내가 저 오리가 되기엔 너무 늙었거나 조금 일

렀으며, 생은 어디에 기댈 데도 없이 저처럼 뭉툭한 머리를 내밀고 또 물밑에

선 죽어라고 갈퀴질을 해대며 쌩까라*고 저 홀로 갈 때까지 가보는 것이라고

다집하곤 했는데, 그때쯤이면 해가 풍덩 가라앉은 저녁 안서호의 따스한 물결

이 내 가슴 통증께로 조금씩 밀려오곤 해 나는 서둘러 텅 빈 가방을 챙겨 의대

에서 오는 여섯시 막차 퇴근버스를 타러 언덕길을 총총히 내려가곤 했다.

 

 

*'쌩까다'라는 경상도 사투리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