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물론/박일만
아버지가 아프시다
용하다는 점쟁이는 부적을 권장하고
신통방통 보살님은 치성을 주장하고
도립병원 추천받아 간 대학병원에선
묻지도 다지지도 않고 입원수속 속전속결
그래도 아버지가 아프시다
부적값에 골몰한 점쟁이는 한판 굿을 주문하고
삼천 배가 힘들면 경전을 사서 보라는 보살님
현대적인 의사는 대책없이 더 입원하라는
아버지가 아프시다
팔순 초입에 정신 줄을 놓으셨다
주워온 물건들을 집안에
주야장천 들여놓는 아버지
아버지가 모질게 아프시다
식속들 끼니 걱정이 불러온 병
평생 가난 탈출이 유일한 업이었던 아버지가
팔순에 당도하자 그렇게 아프시다
평일도 휴일도 없이 아득하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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