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유물론/김나영
왜 하필 느끼한 레스토랑이냐고 툴툴거리는
남편의 식성과 마주앉아 밥을 먹었다, 생일날에
다친 마음도 밥 앞에서는 이내 맥을 못추는
나는 이 세상을 무척이나 사랑하는 족속이다
평일보다 더 못한 기념일
소화되지 않는 속내와
날이 서는 내 눈초리에
선물 대신 뒤늦게 내미는 남편의
돈봉투를 낚아채듯 받아들었다 순간
손끝으로 좌르르 - 전해오는 돈의 두께에
다친 마음이 초고속촬영을 하듯이 아물고 있었다
돈을 사랑하는 것이 일만 악의 뿌리라지만
그것은 두꺼운 성경책 안에서나 통하는 말
돈의 위력 앞에 뭉쳐있던 내 속과
눈꼬리가 순식간에 녹진녹진 녹아났다
조금 전까지 야속하던 남편도 면죄하고야마는
나의 종교는 유물론에 더 가깝지 싶었다
내 안에서 비릿하고 역겨운 냄새가 울컥 올라왔지만
빳빳하고 두둑한 돈을 꽉 움켜쥐고서
나는 개처럼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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