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말 속에,글 속에

나의 유물론/김나영

작성자프리맨|작성시간26.06.20|조회수0 목록 댓글 0

나의 유물론/김나영

 

왜 하필 느끼한 레스토랑이냐고 툴툴거리는

남편의 식성과 마주앉아 밥을 먹었다, 생일날에

다친 마음도 밥 앞에서는 이내 맥을 못추는

나는 이 세상을 무척이나 사랑하는 족속이다

평일보다 더 못한 기념일

소화되지 않는 속내와

날이 서는 내 눈초리에

선물 대신 뒤늦게 내미는 남편의

돈봉투를 낚아채듯 받아들었다 순간

손끝으로 좌르르 - 전해오는 돈의 두께에

다친 마음이 초고속촬영을 하듯이 아물고 있었다

돈을 사랑하는 것이 일만 악의 뿌리라지만

그것은 두꺼운 성경책 안에서나 통하는 말

돈의 위력 앞에 뭉쳐있던 내 속과

눈꼬리가 순식간에 녹진녹진 녹아났다

조금 전까지 야속하던 남편도 면죄하고야마는

나의 종교는 유물론에 더 가깝지 싶었다

내 안에서 비릿하고 역겨운 냄새가 울컥 올라왔지만

빳빳하고 두둑한 돈을 꽉 움켜쥐고서

나는 개처럼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고 있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