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말 속에,글 속에

바람의 집/이종형

작성자프리맨|작성시간26.06.22|조회수0 목록 댓글 0

바람의 집/이종형

 

 

당신은 물었다

봄이 주춤 뒷걸음치는 이 바람 어디서 오는 거냐고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수의 없이 죽은 사내들과

관에 묻히지 못한 아내들과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잃은 아이의 울음 같은 것

 

밟고 선 땅 아래가 죽은 자의 무덤인 줄

봄맞이하러 온 당신은 몰랐겠으나

돌담 아래

제 몸의 피 다 쏟은 채

모가지 뚝둑 부러진

동백꽃 주검을 당신은 보지 못했겠으나

 

섬은

오래전부터

통풍을 앓아온 환자처럼

살갗을 쓰다듬는 손길에도

화들짝 놀라 비명을 질러댔던 것

 

4월의 섬 바람은

뼛속으로 스며드는 게 아니라

뼛속에서 시작되는 것

 

그러므로

당신이 서 있는 자리가

바람의 집이었던 것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