田家詞(전가사) 十二首
/ 成俔(성현)
其十(기십)
良月就盈天地肅(양월취영천지숙) 좋은 달이 찼으니 천지가 숙연하고
萬稼登場高似屋(만가등장고사옥) 온갖 곡식 수확되어 집처럼 높네
夜寒碓杵隱晴雷(야한대저은청뢰) 추운 밤 이집 저집 옷 다듬는 소리
香粳浮浮炊白玉(향갱부부취백옥) 향기로운 메벼 무럭무럭 김을 내네
富者少稅豐囷倉(부자소세풍균창) 부자는 세금 적어 곳간이 풍부해도
貧者輸租反不足(빈자수조반부족) 빈자는 세를 내기도 도리어 부족하네
貧家富家愁與歡(빈가부가수여환) 빈가와 부가의 시름과 기쁨이
只在區區一寸腹(지재구구일촌복) 다만 구구한 한 치 배에 있네
黽勉餬口生理忙(민면호구생리망) 애써 입에 풀칠할 생계로 분주한데
又披雪絮妝衣裳(우피설서장의상) 또 하얀 솜을 뜯으며 옷 마련을 해야 하누나
〈감상〉
이 시는 시골집을 노래한 것으로, 빈가(貧家)와 부가(富家)의 불합리한 현실을 노래한 사회시(社會詩)이다.
천지가 숙연해지는 가을이 와서 곡식을 수확하니, 곡식이 집채처럼 쌓였다.
추운 밤에 겨울옷을 준비하느라 공이소리가 맑은 하늘에 우레처럼 들리고, 수확한 향기로운 메벼로 만든 떡은 시루에서 익어 가고 있다.
그런데 수확한 곡식을 세금 내는 데 있어 부자는 조금 내니 곳간이 곡식으로 넘쳐 나고, 가난한 자는 세금으로 내기에도 부족한 형편이다.
가난한 자와 부자의 시름과 기쁨이란 한 치의 배를 채우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다.
애써 호구(糊口)할 계책을 세우기도 분주한데, 솜을 매만지며 옷을 지어야 한다.
〈주석〉
〖良月(양월)〗 음력 10월의 이명(異名)으로, 가을.
〖稼〗 익은 벼 가, 〖碓〗 방아 대, 〖杵〗 공이 저, 〖粳〗 메벼 갱,
〖浮浮(부부)〗 기(氣)가 상승하는 모양.
〖炊〗 불다 취, 〖囷〗 곳집 균, 〖倉〗 곳집 창,
〖區區(구구)〗 보잘 것 없는 모양.〖黽〗 힘쓰다 민,
〖餬〗 죽을 먹다 호, 〖忙〗 바쁘다 망,
〖披〗 열다 피, 〖絮〗 솜 서, 〖妝〗 꾸미다 장.
-원주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