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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아침 문자(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작성자바리톤 스피커|작성시간26.06.14|조회수24 목록 댓글 0

  며칠 전 일이다. 오전 9시 반 사무실에 막 도착해서 텀블러의 따스한 커피 향을 맡으려는 순간 스마트 폰이 떨렸다. 아내의 카톡이다. 평소 저녁 귀가 시간에 연락을 주고받는데 무슨 일인가 궁금했다. “2층 현관문이 잠겨서 열리지 않아요. 열쇠로 해도 안 되네요.” ! 드디어 현관문의 잠금장치가 고장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30년 된 주택으로 5년 전 이사 온 뒤로는 가끔 겪는 일이다. 안방 문, 화장실 문, 건너 방문들이 번갈아 가며 잠겨버려 고생한 적이 있다.

 

 책상에 펴놓은 조간신문을 접으며 지금 바로 집으로 갈께요.” 답을 보냈다. 출근하자마자 집으로 돌아가려니 시급한 일은 없었지만 성가셨다. 아침 성당을 다녀온 사람이 집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다니 그것도 딱 한일이다. 가는 길에 아내와 통화를 했다. 아마 출근하면서 내가 현관문을 세게 닫은 것 같다면서 비상 열쇠로도 안 열리니 어쩌나 한다. 집으로 오는 길에 열쇠 수리기사를 부르라고 한다. 세상의 모든 물체 들은 세월이 지나면 닳고 녹슬기 마련이다. 그동안 집안의 여러 문들은 잠겨도 열쇠가 없어도 드라이브나 기구를 이용해서 조금만 끙끙거리면 해결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현관문을 그렇지 않다. 나무문이 아니고 철문이다. 지난겨울에도 철문 이음새 녹슨 곳에 유격이 생겨 잘 잠겨지지 않았다. 그때 고쳤더라면 춥지 않은 겨울을 보냈으며 이런 비상사태를 방지할 텐데 후회가 밀물처럼 밀려왔다. 십 년 전만 해도 버스정류장 부근에 구두수선점과 열쇠 수리센터는 눈에 잘 띄었는데 근간에는 잘 볼 수가 없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현관문이 잠겨 밖에서 동동거리고 있다니. 그녀는 집 화장실만 사용하는 별난 사람이라 더욱 편치 않다.

 

 지상철 창밖으로 바라보며 오래전 일이 떠올랐다. 이십 년 전 초등동기회 서울행사를 마치고 밤 10시 서울 톨게이트에 진입했다. 조수석에는 만취한 친구가 쓰러져 자고 있었다. 30분 운전하니 안개비가 내렸다. 윈도우를 작동하니 갑자기 움직이질 않았다. 만일 비가 오면 큰일인데 싶었다. 운전석 앞창이 비로 다소 뿌연 상태지만 해도 4차선이라 길도 넓고 차량도 적어 밤 고속도로는 낭만적이었다. 대전 휴게소에 도착했다. 그 시간에도 카센터가 영업 중이었다. 센터 사장은 윈도우 수리에 현금 20만 원을 요구했다. 돈도 부족하고 바가지란 생각에 돌아섰다. 커피 한잔 마시고 조심 운전하리라 맘먹고 휴게소를 출발했다. 대전까지 4차선이던 도로가 2차선으로 변했다. 안개비가 가랑비로 되더니 소나기 되어 퍼붓기 시작했다. 운전대 앞창은 완전 희뿌연 상태, 좀 전보다 백 배 힘든 상황이다. 거의 본능적 감각으로 아프리카 밀림을 헤쳐 나가는 심정이다. 자칫하면 이 밤 고속도로서 사고 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지배한다. 기차를 타고 가라는 아내의 말을 들어야 했는데 후회막급이다. 칠흑같은 밤에 폭우 속 커브 길 고속도로 운전은 지옥 길이었다. 눈을 두 배 크게 뜨고 핸들 위에 고개를 내밀고 벌벌 떨며 핸들을 잡았다. 지옥 같은 길을 뚫고 살아서 천안 휴계소로 떨어졌다. 죽다가 살아온 사람처럼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잠에서 깬 친구 녀석은 아무것도 모르고 하품만 한다. 거기서 레인OK’ 차용품 구입, 새벽 집에 도착했다.

 

 지금도 그 순간만 생각하면 숨이 막힌다. 어느 한 시점이 슬로우 비디오처럼 생생히 기억나는 건 그 사건이 삶의 절대적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 차 안전에 대해서는 꼼꼼하게 대비를 한다. 누구나 미리 준비하지 않고 예기치 못할 일을 당하면 어려워진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정도면 행운이다. 잘못되면 영원히 외양간 고칠 수도 없게 될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집 현관 앞에 도착했다. 아내는 빨래 걷는다며 마당에 간다. 조심스럽게 현관 철문을 두어 번 흔들어 보았다. 힘주어 밀면서 열쇠를 천천히 돌리니 마술처럼 열렸다. 현관문 잠금장치를 고쳐야지 하며 아내를 불렀다. 마른 수건과 양말을 든 그녀가 어떻게 열었느냐며 당신은 금손이라며 반긴다. 나는 어깨를 으쓱으쓱하며 말했다. 문이 남자를 알아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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