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에는 쥐가 산다
유지소
쥐 한마리가 내 손가락을 물어뜯는다. 쥐 세마리가 내 종아리를 물어뜯는다 쥐 다섯 마리가 내 심장을 물어뜯는다
쥐 일곱 마리가 몰려왔을 때 나는 일요일이라 말해주었다
쥐들은 외출 준비를 했다 나는 가장 편안한 자세로 온몸의 구멍을 열어놓았다
일백 여덟개의 쥐구멍으로 햇살의 해일이 밀려들어왔다 쥐구멍이 활주로처럼 넓어졌다
나는 쥐구멍 밖으로 외출을 했다 내 팔다리가 풀잎처럼 싱그럽게 웃었다 내 심장이 생쥐처럼 공원을 쏘다녔다
일요일은 너무 빠르다 생쥐보다 빠르다 일요일을 죽여버리고 싶다 납작하게 눌러버리고 싶다
일요일이 사라지기전 일요일과 함께 나는 침대에 누웠다 잠이 몰려와 온몸의 구멍을 막아버렸을 때
내 자궁에서 쥐들이 한 마리 두 마리 기어 나왔다 일백 여덟 마리의 쥐가 달려나왔다
일백 여덟 마리의 쥐가 일제히 내 얼굴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 시집 『제 4번 방』천년의 시작,2006년 3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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