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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내 몸에는 쥐가 산다/유지소

작성자문근영|작성시간26.06.07|조회수11 목록 댓글 0

내 몸에는 쥐가 산다


                                                                유지소





   쥐 한마리가 내 손가락을 물어뜯는다. 쥐 세마리가 내 종아리를 물어뜯는다 쥐 다섯 마리가 내 심장을 물어뜯는다


  쥐 일곱 마리가 몰려왔을 때 나는 일요일이라 말해주


  쥐들은 외출 준비를 했다 나는 가장 편안한 자세로 온몸의 구멍을 열어놓았다


  일백 여덟개의 쥐구멍으로 햇살의 해일이 밀려들어왔다 쥐구멍이 활주로처럼 넓어졌다


  나는 쥐구멍 밖으로 외출을 했다 내 팔다리가 풀잎처럼 싱그럽게 웃었다 내 심장이 생쥐처럼 공원을 쏘다녔다

  일요일은 너무 빠르다 생쥐보다 빠르다 일요일을 죽여버리고 싶다 납작하게 눌러버리고 싶다


  일요일이 사라지기전 일요일과 함께 나는 침대에 누웠다 잠이 몰려와 온몸의 구멍을 막아버렸을 때

  내 자궁에서 쥐들이 한 마리 두 마리 기어 나왔다 일백 여덟 마리의 쥐가 달려나왔다


  일백 여덟 마리의 쥐가 일제히 내 얼굴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 시집 『제 4번 방』천년의 시작,2006년 3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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