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이름으로 저장하기
- 어느 시인의 장례식
박후기
죽음도 저장의 한 방식,
땅 속이든 불구덩이든 온전한
죽음으로 저장되기 위해서는
뼈만 남아야 한다
구릉의 무덤가 비석도
앙상하게 뼈만 남았다
지워진 비문엔
달랑 이름 석 자,
그마저 흐릿하여
음각에 고인 빗물이
잠시 머물다 갈 틈 없다
시인이 죽었다
묵은 향이 뼈를 사르며
절을 하듯 고꾸라진다
죽은 시인의 시에서
약 냄새가 난다
시인의 향기만 남았다
시구에 불 들어간다
화장장(火葬場) 전광판에 명멸하는 이름처럼
시 또한 뼈만 남아야 한다
화부가 시인의 뼈를 추스린다
뼈만 남은 언어를 추스린다
모든 수사가 사라졌을 때,
죽음이 비로소 간결한
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계간 <신생> 2010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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